<새책>심청은 효녀였을까, 콩쥐는 몽상가가 아니었을까

지역내일 2006-10-02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고혜경 지음
한겨레출판 / 1만1000원


생애 내내 어둠 속에서 살아온 아버지. 쌀 300석을 부처님께 바치면 그 눈을 뜰 수 있다는 스님 한 마디에 딸은 푸른 바다에 몸을 던진다. ‘착한 일’에는 보상이 따르는 법, 청이는 죽지 않고 용왕님 배려에 따라 연꽃으로 다시 살아나 왕비가 된다.
기억도 희미한 옛날,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 읽었다고 할 만큼 음미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지도 특별한 의문을 가지지도 않았다.
조금 더 나이 들어서는 저자가 그랬듯 어머니를 위해 희생하는 아들 이야기는 왜 없을까 하는 의구심은 생겼다. 기껏해야 북두칠성이 된 아들들 이야기인데 그나마도 내(川)에 징검다리를 놔 준 정도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심청은 과연 효녀일까. 그는 심청이 효녀라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를 정확히 직시하고 판단하는, ‘눈’을 갖지 못한 아버지에게 진정한 눈이 돼주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원한다는 명목에 밀려 말없는 희생을 치르기보다는 의문을 가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양미 300석을 바치면 과연 아버지가 눈을 뜰 수 있을지, 아버지는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 정도로 심리적으로 약한지.
콩쥐도 해석의 여지가 있다. 치열한 삶 속에서 지혜를 터득해가는 영웅일 수도, 몽상만 하다가 운좋게 원님에게 발탁된 신데렐라일 수도 있다. 고혜경은 콩쥐에게서 여성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본다. 여성영웅은 밖으로 나가 어떤 것을 획득하는 남성과 달리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 고독과 싸우며 치유하는 힘을 발견하며 영웅이 된다.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을 살려준 착한 나무꾼. 남편으로서 그는 아내에게 결혼을 강요해 결국 해체된 가정을 파경으로 치닫게 한 원인 제공자다. 아내가 된 선녀는 어떤가. ‘상실=결혼’이며 ‘회복=파경’이 된 날개옷이라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신화학 박사이자 꿈 분석가인 고혜경이 풀어내는 옛 이야기는 새롭다. 해님달님, 연이와 버들 소년, 공주와 바보 이반 그리고 머리 아홉 달린 괴물까지. ‘동화’ 속에서 거리를 찾아내고 분석해 ‘또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시각은 날카롭다.
연인이자 아내, 누이이자 어머니인 여성을 “역사적 문화적 필터로 걸러지지 않는 자생적 힘과 진실”을 가진 존재로 다시 보게 한다. 그들은 자연스러웠고 자기 확신이 있었고 여성으로서 자부심이 있었다. 그들이 말해준다. “가부장제가 아닌 시대도 존재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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