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비하·욕설 최다 … 이념갈등 선동

참여정부 3년8개월 갈등 부른 말들

지역내일 2006-10-09
“치매·꼴통·독극물” 원색적 공격
한나라 18건, 청와대 포함 여권 15건

내일신문이 ‘정치인 막말’ 감시합니다
말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습니다. 사회를 분열시킬 수도, 통합시킬 수도 있습니다. 특히 매스미디어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지도층의 저질스런 막말은 사회를 분열과 퇴보로 몰고갑니다.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지도층의 말은 품격이 있어야 합니다. 모범이 돼야 합니다.
한글 창제 560돌의 날에 창간 13주년을 맞는 내일신문이 정치인들의 막말을 감시하겠습니다. 내일신문이 정치혐오를 부르는 인신공격과 비하발언, 사회갈등을 촉발하는 막말을 선정, 보도해 경종을 울리겠습니다. 품격있는 발언도 널리 알려 모범으로 삼겠습니다.
먼저 올 정기국회를 감시하겠습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를 주목, 유권자에 알리겠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비생산적인 정치구조를 바꾸겠습니다. 후진적 정치문화를 바로잡는데 기여 하겠습니다.

지도층의 ‘저질스런 말’은 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몰고 가는 주범이다. 참여정부 들어 사회 지도층인 정치인들이 내뱉은 말 중 사회를 분열시키고 이념이나 계층, 지역갈등을 촉발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통합의 길을 제시해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국민들의 언어를 오염시킨 것이다.
내일신문은 창간 13주년 기획으로 참여정부 3년8개월 동안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 정치인들의 말들을 선정, 분석했다. 선정의 공정성을 위해 내일신문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정치 갈등을 부추긴 막말 50여건을 골라 정치팀 소속 기자들의 토론을 거쳐 최종 34건을 뽑았다.
또 시민단체인 한국인권행동(www.hrkorea.org)이 선정한 ‘정치인 막말’도 참고했다. 이 단체는 매달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정치인 행동’이라는 제목으로 정치인들의 저질스런 말과 행동을 선정, 발표하고 있다.

◆욕설은 기본, 정치혐오 부추겨 = 참여정부 3년8개월 동안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말로 저질 싸움을 계속해왔다. 내일신문이 선정한 34건의 막말 중 가장 많은 것은 상대 정치집단을 비방·비하하거나 인신공격성 발언(18건)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치매든 노인’에 비유했던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 현직 대통령에게 “무식하다. 꼴통이다(한나라당 최구식 의원)”고 말하는가 하면 국회 직원들에게 “싸가지 없는 X들(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이라고 원색적인 욕을 퍼부은 예도 있었다. “대통령은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국민들은 20세기 독재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전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쟁의 빌미를 제공하거나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막말도 10건이나 됐다. 지난달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태국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언급하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뚱딴지같은 발언을 했다가 혼이 났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민주당이 정치적 매춘행위를 한다”는 독설로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을 부추겼다.
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다 뒤집히고 감옥 간다”(한나라당 공성진 의원)는 말로 국민들을 섬뜩하게 만드는가 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폭탄선언’으로 일상에 지친 국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이념갈등을 유발하려는 직설적 표현도 있었다. 지난 8월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통일부 장관을 세작(간첩)에 비유했다. 지난해 10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조선·동아일보 등 이른바 보수언론을 ‘독극물’에 비유, 보수 대 진보 세력간 갈등에 불을 지폈다.
수차례 ‘막말’로 구설수에 오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2004년 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을 북한 노동당에 입당한 간첩이고, 지금도 암약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2004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은 “합리적 보수니 따뜻한 보수니 별놈의 보수를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고 발언, 진보와 보수 세력간 편가르기에 앞장섰다.
이밖에 17대 총선 직전인 2004년 3월,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훼 발언은 총선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세대간 갈등을 불러온 말로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한편 저질스런 말 34건을 정치집단별로 분석해보니 한나라당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정부 등 여권이 15건, 민주당이 1건 등으로 정치인 막말에 여야 구분은 의미가 없었다.

◆“막말은 자신을 베는 칼날” =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했다. 새로운 정치, 정치개혁을 앞세운 참여정부와 17대 국회에서도 저질·막말이 횡횡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정치 전문가들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당파성”을 주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여야 할 것 없이 ‘상생’을 소리 높여 주장했지만, 앞에서 하는 소리 다르고 뒤에서 하는 소리 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출범 초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권 전체를 ‘좌파’로 규정, 이념 갈등을 촉발했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등 여권도 애초부터 제1야당인 한나라당을 ‘차떼기당’ ‘수구꼴통’으로 낙인을 찍어놓고, 상대를 인정치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 같은 반목과 경멸적 태도가 암암리에 저질과 막말경쟁으로 이어져 상호 불신을 키워 온 셈이다.
성공회대 손혁재 교수는 “천박한 우리 정치 문화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정치인들의 저질·막말 발언에 대한 정화장치로 국회 내에 이미 윤리특위가 가동되고 있지만, 제몫을 못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정치인들의 저질·막말은 양날의 칼과 같다”며 “한쪽 날로 상대를 흠집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또 다른 칼날은 자신을 베게 한다”고 경고했다.

/신창훈 구자홍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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