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 “아부지, 사랑합니다”

지역내일 2006-10-10
- 박현옥 (인천광역시 부평구 갈산동)

며칠 전 한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법 없이도 사신다는 소리를 들었던 우리 아버지가.
그러고도 우리는 밥을 먹고 때로는 웃고, 자기도 합니다. 마음은 찢어질듯이 아프고 한없이 울었지만 가신분만을 생각하기엔 우리는 너무 바쁜 세월을 살고 있나 봅니다.
문득 문득 닮으신 분들을 보거나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음식을 먹으면서, 또는 좋아하시던 노래를 들으면서 아버지를 회상하겠지요.
“아부지…”
“아빠”라고 부를 수 있었던 애들이 행복해 보였고, 아빠한테 용돈 달라고 떼쓰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어린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렸을 때도 불러보지 못했던 ‘아빠’라는 호칭보다 ‘아부지’가 왜 이리 푸근하고 불러보고 싶은지요. 그래서 살아계실 때 잘하라고 하나 봅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월남 하셔서 현실보다는 꿈속을 사시는 듯 약하고, 맘이 여리고 결단성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어릴 때 공부했다는 것과 필적 좋은 것만 내세우며, 5남매와 어린 아내를 위해 결코 먼저 세상에 뛰어들지 못하고 아내가 나서는 일에 겨우 동참하시는 우유부단한 지아비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한테 항상 핀잔을 들으셨고, 우리들에게는 매일 싸우는 부모님으로 보였습니다.
포장마차까지 하시면서 당신 스스로 많이 힘드시고 고단하셨겠지요. 시절을 잘못 만난 것을 한탄도 하셨겠지요. 이제 저도 나이가 드니까 당신 능력 안에서 성실하게 사신 것 인정해 드리고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5남매 삐뚤어질 수 있는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잘 커온 것도, 강한 엄마 뒤에 심성 좋고 푸근한 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임을 깨닫습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하느라 힘든 딸을 위로하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순대를 사들고 독서실에 오시곤 했던 아버지. 그때마다 졸고 있던 큰 딸이 많이 죄송했습니다. 교대 나와서 동생들 공부시켜 고생 덜어 드리려고 했는데 그것이 또 아버지의 소망이셨는데, 그 꿈 이뤄드리지 못하고 동생들 진로 맘껏 펴지 못하게 한 것 지금도 죄송합니다. 그래도 좋은 남편 만나서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드리는 것으로 효도를 대신하려는 저의 마음을 알아주신 것 뒤늦게 고마워합니다.
아버지는 12년 전 중풍을 맞으셨습니다. 열심히 운동해 거뜬히 일어나는 대신에 많은 세월 눈물 흘리며 나약한 모습으로 사셨습니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를 힘들어 하셨고 고생도 많이 하셨습니다. 대소변 받아내고, 목욕시키고, 악취까지 참아내야 했지요. 이렇게 약한 우리 아버지가 마지막에는 스스로 배곯는 길을 택해 엄마의 수고를 덜어 주셨습니다. 그 긴 세월 환자로서 맘껏 위로 받지 못하고 투정하지 못한 그 시간들이 불쌍합니다. 아버지 가시는 날 손님도 많았고 화환이 가득한 속에서 고통도 아픔도 없는 곳으로 가셨습니다.
이제야 깨닫습니다. 당신의 덕으로 우리의 가정이 지켜졌고 우리들이 잘 살고 있음을요.
아버지, 우리 형제들 더 화목하게 엄마 위해 드리면서 행복하게 살게요. 아부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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