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제 창조경영이다> <상>

‘창조’는 초일류기업의 생존전략

지역내일 2006-10-31
이건희 회장, 신경영 이은 새 경영패러다임 제시
글로벌 리딩기업으로서 자신감과 책임감 표현
창의적 인재발굴과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관건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뉴욕과 런던, 두바이와 요코하마에 이르는 40여일간 해외출장에서 ‘창조경영’이란 화두를 던졌다. 13년전 68일간 해외에 머물며 임원 간담회 등을 통해 ‘처자식을 빼고는 다 바꾸라’며 ‘신경영’을 선언한 것과 닮은꼴이다. ‘신경영’은 삼성이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성장하는 출발점이 됐다.
이 회장이 던진 ‘창조경영’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이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에 가져올 변화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 회장이 제시한 ‘창조경영’의 의미와 배경,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20세기에는 물건만 잘 만들면 1등이 됐지만 21세기에는 누구나 물건을 잘 만들 수 있다. 마케팅과 디자인도 잘 해야 하고, 연구개발도 깊게 해야 하며 아이디어도 창조적으로 해야하는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섞인 게 21세기 경영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달 19일 뉴욕에서 열린 밴플리트 시상식에 참석한 후 ‘신경영’과 ‘창조경영’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20세기 경영과 21세기 경영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이었지만 내용을 보면 그가 13년전 제시한 ‘신경영’에서 ‘창조경영’으로 경영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는 공식 선언이었던 셈이다.

◆‘신경영’에서 ‘창조경영’으로 = 이 회장은 40여일의 출장기간 중 지속적으로 ‘창조경영’이란 메시지를 전달했다. 마치 창조경영을 위한 월드 투어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우선 공식 방문한 곳부터 예사롭지 않다. 이 회장은 밴플리트 시상식에 앞서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 맨하튼 타임워너센터에서 전자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뉴욕은 선진 디지털제품의 각축장이자 세계 최고 제품들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시장으로 최고급 소비자들이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전자 사장단에게 “뉴욕 최고급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아야 진정한 세계 최고 제품이 될 수 있다”며 창조경영을 통해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공략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창조경영’에 나서야할 필요성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영국 런던을 찾은 이 회장은 첼시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프리미어리그에 빗대 ‘창조경영’을 설파했다.
그는 첼시구단의 경기를 직접 관람한 뒤 동행한 경영진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우수인력들이 펼치는 창조적 플레이의 경연장”이라며 “경영에도 ‘프리미어리그식 창조경영’을 적용해 우수인력들을 확보하고 양성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첼시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비결로 △각 포지션별 최고 선수 확보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 △구단의 아낌없는 지원 등 3박자를 꼽고 “기업경영에도 △우수인력들의 창의력 △탁월한 선견과 리더십을 갖춘 경영진과 시스템 △고객들의 신뢰 등을 갖춰야 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두바이는 국왕인 셰이크 모하메드의 주도하에 인공섬이 3개나 건설되고, 사막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실내 스키장과 골프장이 들어서는 등 ‘천지개벽중’이라 불릴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도시다. 또 규제철폐와 자본 자유화로 전 세계 부호를 끌어들이고 있으며, 세계 최고층 빌딩과 최고급 호텔은 물론 축구장 80개가 들어가는 초대형 쇼핑몰과 디즈니랜드의 8배가 넘는 두바이랜드가 건설되고 있는 곳이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이 짓고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 버즈’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창조적 CEO 모델로 셰이크 국왕을 제시했다.
그는 “확고한 미래 비전을 가진 셰이크 모하메드가 두바이를 세계가 주목하는 발전모델로 변화시켰듯이 미래 성장 잠재력 향상을 위한 창조경영에 힘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또 지난 20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평판디스플레이(FPD) 전시회를 직접 둘러보고 디스플레이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세계 전자 메이커들이 혼전을 벌이고 있는 분야.
이 회장은 이 회의에서 “항상 새로운 생각으로 남들이 안하는 창조적 경영을 실천해 메모리, 휴대폰에 이어 디스플레이도 세계 톱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자”며 창조경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제2의 도약을 위한 패러다임 변화 = 사실 창조경영은 경영학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돼온 주제 중 하나다. 다만 창조경영에 천착해 이를 경영 전면에 내세우는 CEO가 많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회장이 이 시점에서 ‘창조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무얼까.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은 이 회장의 ‘창조경영론’에 대해 “이제 다른 기업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하는 리딩 기업의 위치에 올랐다는 자신감과 현재의 성공에 안주해 방심하다보면 생존마저 흔들릴 만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한 경계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 회장은 연초부터 이같은 맥락에서 ‘창조경영’의 필요성을 시사해왔다.
우선 신년사에서 이 회장은 “삼성은 오랫동안 선진기업을 뒤쫓아 왔으나 이제는 쫓기는 입장에 서 있다”며 “이제 앞선 자를 뒤따르던 쉬운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두에 서서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한다”고 삼성의 위상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밝힌 바 있다.
또 3월 전기전자계열 사장단 회의에서는 “음속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비행기의 모든 부품이 바뀌어야 하듯 회사도 일정 수준에서 더 도약하려면 모든 것을 바꿔야한다”며 재도약을 위한 경영변화의 필요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창조경영’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6월 독립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다.
이 회의에서 이 회장은 “과거에 해온 대로 하거나 남의 것만 카피해서는 절대 독자성이 생기지 않으므로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창조적 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일련의 발언에 대해 “삼성이 각 분야에서 세계 선진이나 국내 정상으로 도약하면서 다른 기업을 모델로 벤치마킹하던 수준을 넘어 이제 선두그룹에서 시장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경영의 창조성을 발휘해야하는 시기가 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 회장의 ‘창조경영’은 경영환경 변화와 대처방안에 대한 오랜 고민 속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용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누구나 값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에서 하나씩 쌓아가는 방식의 기존 경영관리로서는 성장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영이야말로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한 관건이라는 판단에서 창조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전분야에 걸쳐 발상전환 해야 = 이 회장의 여러 발언을 종합해 보면 ‘창조경영’은 삼성 고유의 차별성과 독자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미래 산업의 표준을 제시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가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신경영’과 비교하면 이같은 ‘창조경영’의 의미가 더 두드러진다.
이 회장은 93년 삼성 임원들과 함께 프랑크푸르트 런던 오사카 도쿄 등을 돌며 ‘신경영’을 선언했다. 신경영의 목표는 세계 시장에서도 일류로 인정받는 제품을 만들어 제값에 물건을 팔고, 이익을 얻자는 것.
이를 위해 국내 시장에서 양으로 승부하던 사고를 질 중심으로 전환하고 선진 기업들의 장점을 배워야 한다는 게 신경영의 핵심이다.
신경영이 선진기업을 따라 일류가 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것이라면 창조경영은 초일류기업으로서 기술과 제품, 시장을 새롭게 창출해가기 위한 경영전략이다.
이 회장은 우수인력 채용과 육성, 과감한 연구개발(R&D)투자 등 창조경영을 위한 방법론도 함께 제시했다. 창조는 결국 창의력을 가진 인재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정에서 나온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창조의 내용과 범위가 다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창조경영’은 아직 구체화되지 못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생산기술과 상품은 물론 업무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모델, 시장 등 기업 전반에 걸쳐 접근방법을 달리하고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경영”이라며 “창조경영은 새로운 제품과 사업은 물론 문화까지 바꿔갈 수 있다”고 말했다.
‘창조경영’을 구체화하는 작업이야말로 또 다른 창조의 과정인 셈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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