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 등 다자체제에 만족 못해 … 소금·의료품 등 전방위 무역제재 추진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도 ‘외교적 해법’을 추구한다던 미국이 오히려 강력한 전방위 ‘압박 행동’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은 외교를 통한 북한의 핵폐기가 아니라 추가 핵개발을 막고 북한 핵물질의 해외이전을 차단하는 것을 정책 1순위로 잡고 있는 상태다.
10월 9일 핵 실험 후 미국은 북한 핵물질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한 훈련과 국제체제를 갖추는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오른쪽 표 참조). 과거 미국의 독자행동이 국제법적 논란을 일으켰던 점에 착안, 주변국 참여도 최대한 독려하고 있다. 한국이 남북해운합의서로 북한 선박 검색수단이 충분하다는데도 줄기차게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잇따라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을 채택하는 것도 같은 배경을 갖고 있다. 유엔 결의안은 국제법과 같은 권능을 갖기 때문에 강도높은 결의안이 채택될 수록 미국이 추진중인 대북제재 수단의 법적 결함을 줄여갈 수 있다.
개성·금강산사업은 국제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 뿐더러 버시바우 주한미대사 같은 인물이 ‘중단 검토해야’ 운운하는 것은 내정간섭 혐의도 짙다. 하지만 미국은 유엔 결의안 1718호(대량살상무기 제조에 도움되는 자금원 차단 요구) 채택을 계기로 국제법적 논란을 불식·희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한국 정부에 개성·금강산 사업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과가 별로 없었다. 기존 비확산협정, 다자 수출통제체제 등 국제 비확산체제가 강제력 부족으로 실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회원국을 핵국과 비핵국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갈등 요소를 안고 있으며 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이미 핵을 보유한 인도, 파키스탄이나 가입한 상태로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 등의 문제로 체제의 존립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북한은 NPT에서 탈퇴를 선언했으나 탈퇴처리는 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에서 핵실험을 ‘성공리’에 강행해버렸다.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합법적이지만 무기력한’ 다자안보체제만 쳐다보며 허송세월할 수 없다고 느낄 만큼 절박한 사정에 와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최강 교수는 “지금 미국으로서는 이미 무력화된 NPT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조치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30~31일 모로코에서 미국 주도로 실시되는 ‘핵테러방지구상’ 역시 불구상태에 빠져 있는 NPT 체제를 미국식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의 하나로 읽힌다. 미국은 이 ‘방지구상’에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핵시설에 대한 테러와 핵물질의 해외이전 차단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를 모색키로 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 미국은 다자간수출통제체제를 통한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입 억제를 통해 대북조치 흐름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략물자라고도 불리는 이중용도 품목은 무기 또는 무기 제조에 이용가능한 민수용물품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가입해 있는 다자수출통제체제(핵공급국그룹, 호주그룹, 미사일기술통제체제, 바세나르협정) 모두에서 이중용도 설비·기술의 이전을 통제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모든 품목을 일단 통제하고 조건부로 허가하는 ‘캐치-올’ 제도도 시행중이다.
문제는 이중용도 품목에 해당될 수 있는 품목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산자부 전략물자수출입통제시스템에 따르면 소금에서부터 시멘트, 의료용품, 세제, 플라스틱과 양탄자, 시계와 악기, 완구 등 거의 모든 물품이 전략물자로 분류돼 있다. 사실상의 전면 대북 무역제재가 가능한 것이다.
스위스 같은 경우 이미 지난 25일부터 이 같은 미국 입장을 고려, 민간용으로 쓰이던 공작기계의 대북 수출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어느 선까지 확대될 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의 PSI 확대참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담당차관이 내달초 일본, 중국, 홍콩을 순방하기로 함에 따라 그 결과에도 관련국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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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도 ‘외교적 해법’을 추구한다던 미국이 오히려 강력한 전방위 ‘압박 행동’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은 외교를 통한 북한의 핵폐기가 아니라 추가 핵개발을 막고 북한 핵물질의 해외이전을 차단하는 것을 정책 1순위로 잡고 있는 상태다.
10월 9일 핵 실험 후 미국은 북한 핵물질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한 훈련과 국제체제를 갖추는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오른쪽 표 참조). 과거 미국의 독자행동이 국제법적 논란을 일으켰던 점에 착안, 주변국 참여도 최대한 독려하고 있다. 한국이 남북해운합의서로 북한 선박 검색수단이 충분하다는데도 줄기차게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할 것을 종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잇따라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을 채택하는 것도 같은 배경을 갖고 있다. 유엔 결의안은 국제법과 같은 권능을 갖기 때문에 강도높은 결의안이 채택될 수록 미국이 추진중인 대북제재 수단의 법적 결함을 줄여갈 수 있다.
개성·금강산사업은 국제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 뿐더러 버시바우 주한미대사 같은 인물이 ‘중단 검토해야’ 운운하는 것은 내정간섭 혐의도 짙다. 하지만 미국은 유엔 결의안 1718호(대량살상무기 제조에 도움되는 자금원 차단 요구) 채택을 계기로 국제법적 논란을 불식·희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한국 정부에 개성·금강산 사업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과가 별로 없었다. 기존 비확산협정, 다자 수출통제체제 등 국제 비확산체제가 강제력 부족으로 실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회원국을 핵국과 비핵국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갈등 요소를 안고 있으며 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이미 핵을 보유한 인도, 파키스탄이나 가입한 상태로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 등의 문제로 체제의 존립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북한은 NPT에서 탈퇴를 선언했으나 탈퇴처리는 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에서 핵실험을 ‘성공리’에 강행해버렸다.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합법적이지만 무기력한’ 다자안보체제만 쳐다보며 허송세월할 수 없다고 느낄 만큼 절박한 사정에 와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최강 교수는 “지금 미국으로서는 이미 무력화된 NPT 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조치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30~31일 모로코에서 미국 주도로 실시되는 ‘핵테러방지구상’ 역시 불구상태에 빠져 있는 NPT 체제를 미국식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의 하나로 읽힌다. 미국은 이 ‘방지구상’에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핵시설에 대한 테러와 핵물질의 해외이전 차단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를 모색키로 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 미국은 다자간수출통제체제를 통한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입 억제를 통해 대북조치 흐름을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략물자라고도 불리는 이중용도 품목은 무기 또는 무기 제조에 이용가능한 민수용물품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가입해 있는 다자수출통제체제(핵공급국그룹, 호주그룹, 미사일기술통제체제, 바세나르협정) 모두에서 이중용도 설비·기술의 이전을 통제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모든 품목을 일단 통제하고 조건부로 허가하는 ‘캐치-올’ 제도도 시행중이다.
문제는 이중용도 품목에 해당될 수 있는 품목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산자부 전략물자수출입통제시스템에 따르면 소금에서부터 시멘트, 의료용품, 세제, 플라스틱과 양탄자, 시계와 악기, 완구 등 거의 모든 물품이 전략물자로 분류돼 있다. 사실상의 전면 대북 무역제재가 가능한 것이다.
스위스 같은 경우 이미 지난 25일부터 이 같은 미국 입장을 고려, 민간용으로 쓰이던 공작기계의 대북 수출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어느 선까지 확대될 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의 PSI 확대참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담당차관이 내달초 일본, 중국, 홍콩을 순방하기로 함에 따라 그 결과에도 관련국들의 눈길이 쏠려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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