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문안, 변해야 할 문안
박영규
전차가 덜커덕거리며 도심을 달리던 그 때만 해도 서울 시내를 문안이라고 불렀다. 문안은 숭례문(남대문)과 흥인문(동대문) 등 4대문 안이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궁궐과 6조가, 일제 때는 조선총독부가 자리한 곳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국회의사당이 시청 옆에서 여의도로 옮기기 전까지 입법, 사법, 행정 3부 모두가 여기에 있었다. 증권을 비롯한 금융이나 유통의 중심지도 이곳이었다. 평준화와 함께 흩어진 공사립 명문고가 집합한 곳이기도 했다.
문안의 중심 세종로는 4.19 혁명의 불을 지핀 곳이고 탱크를 앞세운 군부 쿠데타의 거점이 기도 했다. 군부독재를 없애고 문민정부를 낳게 한 곳도 여기다. 온 국민을 열광케 한 월드컵 열기도 2002년 여기에서 피어났다. 그야말로 세종로는 열기의 산실이다. 지금도 세종로 일대에서는 늘 시위와 행사가 그치지 않는다. 풍수지리적으로 세종로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세월의 흐름만큼 문안의 겉모습도 변했다. 최근 수십년동안 종로, 을지로, 명동 일대에 즐비하던 고풍의 석조 및 적벽돌 건물이 초현대식 고층 건물로 바뀌었다. 복개됐던 청계천과 고가도로도 뜯겨져 예대로는 아니지만 물이 흐르는 개천으로 살아났다. 허름한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인사동 거리도 활기 넘치는 관광지로 변했다.
북악의 기운을 가로막던 총독부 건물이 헐리고 경복궁이 본래 모습을 찾고 있다. 학교터로 바뀌었던 경희궁도 복원되고 숭례문도 시민들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 문안은 바야흐로 옛 모습과 새 모습이 공존하는 역사적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역사의 향기가 배어 있는 문안을 쾌적한 관광지로 만드는 일은 서울 시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사다. 문안의 흉물 청계고가도로는 사라졌다. 남은 흉물은 종묘에서 청계천을 지나 퇴계로로 이어지는 칙칙한 회색빛 상가건물 벨트다. 그러나 이것도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색벨트 청사진이 계획대로 진척되면 문안은 그야말로 생태적 문화 도심으로 부활할 것이다
그런데 쾌적한 문안을 위해 해결할 과제가 더 있다. 시위문화 개선이다. 문안에서는 갖가지 시위가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시위 목적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반독재 투쟁이나 악덕 고용주 고발 시위가 주종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장개방, 환경, 교육, 파병, 안보 문제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특정 집단의 이익을 구하는 시위 등 종류와 폭이 다양해졌다. 시위 형태도 촛불시위, 일인시위, 삼보일배, 퍼포먼스를 이용한 시위 등 비폭력적 시위가 늘었다. 격렬한 시위로 시위대나 전경이 부상을 입는 경우도 가끔 빚어진다. 비폭력이기는 하나 시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시위도 잦다. 집회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집회여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4대문 안에는 차량과 사람의 통행량이 많다. 그에 비해 도로율이 낮고 도로폭도 좁아 평상시도 정체가 심한 곳이 많다. 이런 데서 도로를 차지해 시위를 하면 극심한 교통정체가 생기게 된다. 특히 퇴근시간 등 통행량이 많을 때의 시위는 시민의 짜증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시위는 다중의 지지를 받기 위한 행사다. 그러나 시민을 불편하게 하면 명분이 옳다한 들 호응을 받기 어렵지 않겠는가. 그러니 시민을 짜증나게 하는 시위는 현명하지 못할 것이다. 교통을 막지 않고 상인의 장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시위는 없는지.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눈길도 끄는 시위 형태를 생각해 볼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광화문 앞 공원에 눈에 거슬리는 비닐하우스 막사 몇 채가 등장했다. 늘 현수막이 걸려 있고 농성자들은 거기서 잠도 자고 식사도 한다. 동절기에는 난로도 피운다. 막사 건너 경복궁에는 매일 외국인 관광객 수천 명이 방문한다. 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 지 걱정스럽다. 아니 그보다는 서울 도심 한복판 공원에 막사를 치고 상주하는 것이 적법한 것인지 아니면 이를 용인하고 단속하지 않는 당국의 처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도시의 모습을 해치는 이런 시위 문화는 개선돼야 할 것이다. 또 비상대기라는 명분아래 버스정류장이건 어디든 아무 차선이나 점유해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시민에 불편을 주는 시위진압 차량들도 거리에서 자취를 감춰야 옳을 듯 하다. 대한민국 서울 문안을 역사의 거리, 문화관광의 거리, 시민의 거리로 되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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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
전차가 덜커덕거리며 도심을 달리던 그 때만 해도 서울 시내를 문안이라고 불렀다. 문안은 숭례문(남대문)과 흥인문(동대문) 등 4대문 안이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궁궐과 6조가, 일제 때는 조선총독부가 자리한 곳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국회의사당이 시청 옆에서 여의도로 옮기기 전까지 입법, 사법, 행정 3부 모두가 여기에 있었다. 증권을 비롯한 금융이나 유통의 중심지도 이곳이었다. 평준화와 함께 흩어진 공사립 명문고가 집합한 곳이기도 했다.
문안의 중심 세종로는 4.19 혁명의 불을 지핀 곳이고 탱크를 앞세운 군부 쿠데타의 거점이 기도 했다. 군부독재를 없애고 문민정부를 낳게 한 곳도 여기다. 온 국민을 열광케 한 월드컵 열기도 2002년 여기에서 피어났다. 그야말로 세종로는 열기의 산실이다. 지금도 세종로 일대에서는 늘 시위와 행사가 그치지 않는다. 풍수지리적으로 세종로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세월의 흐름만큼 문안의 겉모습도 변했다. 최근 수십년동안 종로, 을지로, 명동 일대에 즐비하던 고풍의 석조 및 적벽돌 건물이 초현대식 고층 건물로 바뀌었다. 복개됐던 청계천과 고가도로도 뜯겨져 예대로는 아니지만 물이 흐르는 개천으로 살아났다. 허름한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인사동 거리도 활기 넘치는 관광지로 변했다.
북악의 기운을 가로막던 총독부 건물이 헐리고 경복궁이 본래 모습을 찾고 있다. 학교터로 바뀌었던 경희궁도 복원되고 숭례문도 시민들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 문안은 바야흐로 옛 모습과 새 모습이 공존하는 역사적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역사의 향기가 배어 있는 문안을 쾌적한 관광지로 만드는 일은 서울 시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사다. 문안의 흉물 청계고가도로는 사라졌다. 남은 흉물은 종묘에서 청계천을 지나 퇴계로로 이어지는 칙칙한 회색빛 상가건물 벨트다. 그러나 이것도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색벨트 청사진이 계획대로 진척되면 문안은 그야말로 생태적 문화 도심으로 부활할 것이다
그런데 쾌적한 문안을 위해 해결할 과제가 더 있다. 시위문화 개선이다. 문안에서는 갖가지 시위가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시위 목적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반독재 투쟁이나 악덕 고용주 고발 시위가 주종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장개방, 환경, 교육, 파병, 안보 문제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특정 집단의 이익을 구하는 시위 등 종류와 폭이 다양해졌다. 시위 형태도 촛불시위, 일인시위, 삼보일배, 퍼포먼스를 이용한 시위 등 비폭력적 시위가 늘었다. 격렬한 시위로 시위대나 전경이 부상을 입는 경우도 가끔 빚어진다. 비폭력이기는 하나 시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시위도 잦다. 집회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집회여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4대문 안에는 차량과 사람의 통행량이 많다. 그에 비해 도로율이 낮고 도로폭도 좁아 평상시도 정체가 심한 곳이 많다. 이런 데서 도로를 차지해 시위를 하면 극심한 교통정체가 생기게 된다. 특히 퇴근시간 등 통행량이 많을 때의 시위는 시민의 짜증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시위는 다중의 지지를 받기 위한 행사다. 그러나 시민을 불편하게 하면 명분이 옳다한 들 호응을 받기 어렵지 않겠는가. 그러니 시민을 짜증나게 하는 시위는 현명하지 못할 것이다. 교통을 막지 않고 상인의 장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시위는 없는지.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눈길도 끄는 시위 형태를 생각해 볼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광화문 앞 공원에 눈에 거슬리는 비닐하우스 막사 몇 채가 등장했다. 늘 현수막이 걸려 있고 농성자들은 거기서 잠도 자고 식사도 한다. 동절기에는 난로도 피운다. 막사 건너 경복궁에는 매일 외국인 관광객 수천 명이 방문한다. 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 지 걱정스럽다. 아니 그보다는 서울 도심 한복판 공원에 막사를 치고 상주하는 것이 적법한 것인지 아니면 이를 용인하고 단속하지 않는 당국의 처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도시의 모습을 해치는 이런 시위 문화는 개선돼야 할 것이다. 또 비상대기라는 명분아래 버스정류장이건 어디든 아무 차선이나 점유해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시민에 불편을 주는 시위진압 차량들도 거리에서 자취를 감춰야 옳을 듯 하다. 대한민국 서울 문안을 역사의 거리, 문화관광의 거리, 시민의 거리로 되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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