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칼럼>음식 ‘절약’과 정치 ‘저축’

지역내일 2006-11-02
음식 ‘절약’과 정치 ‘저축’
김정환 (시인)

생명은 살생이다. 생명파괴, 혹은 생명환경 파괴를 통해서만 생명은 유지된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은 인간을 문득문득 시적 비극성에 젖게 하고, 문화와 예술 창조의 한 계기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생명의 살생’ 현실은 얼핏 의식주라는 이름의 일상 속으로 뒤섞여들며 잊혀지면서도 오랜 세월에 걸쳐 산문적이고 지리한 노이로제를 인간에게 유전시켰다.
식물도 엄연한 생명이니, 채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매일 독수리에게 생간을 뜯기는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이, 똑같이 매일 제 잎새를 뜯기는 상추의 고통보다 훨씬 더 크다는 (인간의)생각만큼 황당하고, ‘눈 가리고 아웅’인 것도 없다.

인간보다 문화적인 동물 식사
그리고 음식에 관한 한 이 점에서 우리가 동물보다 더 행복할 것은 없다. 우선 그들은 야만적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다. 도대체 인간 말고 누가 구워 먹고 삶아 먹고 튀겨 먹는 지옥을 ‘문화적’이라 명명하겠는가. 육식동물은 먹이인 인간에게 난폭하고, 초식동물은 먹이가 아닌 인간에게 온순해보일 뿐이다. 육식동물이 풀한테 온순해 보일 것은 당연하다. 동물은 냉장고가 없다고? 아니다. 자연과 인위의 구분이 없다. 배고플 때만 사냥을 하는 육식동물의 본능은 먹이 개체수를 유지할 뿐 아니라 가장 싱싱하게, 즉 산 채로 보관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동물의 식사는 인간의 그것보다 훨씬 더 문화적이다. 초식동물은 물론 육식동물조차, 사냥의 포효가 있을 뿐, 식사의 포효는 없으며, 요란하기는커녕 경건하다. 그렇다. 그들은 음식의 엄숙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인간이 잡식동물로 진화한 것은 불행한 일이다. 아껴 먹고 엄숙하게 먹을 밖에 없다.
옛날 아메리카인디언들은 주식을 제공하는 들소를 신격화했다. 번제와 제사는 음식의 엄숙함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짜장면을 예쁘게 먹는 여자’ 이래, 오늘날, 음식의 엄숙함에 대한 모독은, 특히 세계 혹은 팔도 별미 유람 운운의 TV 프로그램의 그것은 심각하다. 그야말로 예쁜 탤런트 혹은 리포터들이 음식을 더욱 게걸스럽게, 더욱 섹시하게, 더욱 희화적으로 먹으면서, 멍청한 황홀의 표정을 지으며 ‘고소하다’, ‘담백하다’, ‘깔끔하다’ 등 몇 안 되는 단어를 상습적으로 내뱉는다는 발상은, 내가 보기에 너무도 뻔뻔스럽고 기괴하다.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과정 그 자체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냥은 왁자지껄할 수 있다. 요리도 간혹 왁자지껄할 수 있다. 그러나 식사가 그래서는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정치개혁’은 가장 지겨운 말 중 하나로 굳어진 듯 하다. 그렇다는 것은, 말의 낭비가 너무 심했다는 얘기다. ‘행정’은 혹시 현재를 잘 관리하는 행위일지 몰라도 정치란 엄연히 미래를 향한 개혁의 청사진을 내는 일이고, 청사진들이 서로 모여 실현가능성과 정당성을 경쟁하는 장이므로, ‘정치개혁’이란 말 자체가 낭비였는지 모른다. 내용 없는 공방만이 너무 오래 지루하게 이어지고, 언론은 언론대로 나태하게 그 공방과, 공방에 대한 내용 없는 비판으로 기사 지면을 채우고 광고지면을 챙겼다.
‘정치개편’이란 말의 운명은 좀더 비참할 것 같다. 대선 때까지 지리하게 이어질 것이 미리 예감되는 까닭이다. ‘정계’와 ‘개편’의 관계는 ‘정치’와 ‘개혁’의 그것과 비슷하다. 즉 거의 동의어다. 정계란 언제나 더 좋은 청사진을 만들기 위한 정계고 개편인 것이다.
만나자는 자 셋, 만나겠다는 자 셋, 만나지 말라는 자 셋의 개편 (내용이 아니라) 방법이 각각 다르니 벌써 27갈래가 진다. 이런 생태가 대선까지 이어지고 차기를 위해 출마할 자, 차차기를 위해 출마할 자, 그리고 가문과 종파를 위해 출마할 자의 흑심까지 작용할 것이라는 소문이니 나는 정계개편은 고사하고 피선거권 개편을 제안하고 싶은 것이다. 대통령 피선거권을 이를 테면 2회 이내로 제한, 기필코 되겠다는 확신을 가진 자에게 재수의 기회를 주는 한편, 차차기 운운들은 정치 저축의 기간을 갖게 하자는 것.

대통령 피선거권 제한했으면
오늘날 절약과 저축은 한물 간 용어일 밖에 없다. 두 단어가 60~70년대 누렸던, ‘근대화’와 맞먹는 권위를 젊은 세대 대부분은 상상하기 힘들고 근대화 세대 대부분도 기억이 어렴풋할 것이다. 다만, 올해 저축의 날 행사가 40년 전 초창기에 비해 턱없이 소박했다는 보도를 보고 음식과 정치의 절약과 저축을 상념한 것인데 말이 길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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