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누가 후보 돼도 승리 ‘아직은 박근혜’
수도권, 이명박 선호하지만 각종 의혹 ‘불안’
소장파, 줄서기 거부하지만 독자세력화 ‘난망’
정계개편 논란으로 범여권이 안팎으로 시끄럽다면 한나라당은 이중적이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보면 복잡한 함수계산에 여념이 없다. ‘빅3(박근혜 이명박 손학규)’의 지지도가 요동을 치면서 의원들이 18대 공천의 유불리를 기준으로 줄설 곳을 고르느라 머리굴리는 소리가 요란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빅3의 지지도는 지금까지 오르락내리락을 여러번 보여줬다. 이명박 전시장은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청계천 효과''로 치고 올라갔다가 올해 3월 테니스 건으로 추락한 바 있다. 박근혜 전대표는 올해 초엔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지방선거 및 테러사건의 여파로 올해 중순에는 한나라당 주자 중 1위 자리를 다시 탈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추석 이후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 차이는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러한 추세가 장기화될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면서 의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이 전시장 쪽에 빨리 가담해 선수를 칠 것이냐, 아직 희망이 있는 박 전대표 쪽에 운명을 걸어볼 것이냐, 또 성장의 싹이 있는 손 전지사 쪽에 올인해 ‘대박’를 노릴 것이냐 하는 질문이 의원들 머릿속에서 뱅뱅 돌고 있는 물음표들이다.
2002년 대선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한 의원은 “2002년 대선 때만 해도 이회창 후보만 바라보면 됐지 복잡하게 계산할 일이 없었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로선 이렇게 머리아프게 고민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정치전문가는 “의원들은 대권보다 18대에 공천을 받느냐 못 받느냐가 더 관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역별·상황별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의 고민도 갈린다.
◆영남권 의원 “이명박 대통령되면 ‘물갈이 공포’” = 한나라당의 대주주인 영남권 의원들 다수의 마음은 ‘아직은 박근혜 전 대표’다. 이들은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 중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어도 본선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다만 자신들의 이익까지 고려해본다면 박 전 대표와 행보를 함께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와있다.
이 전 시장의 한 측근은 “영남권 의원들은 이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큰 폭의 물갈이를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그래서 박 전 대표를 후보로 만들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TK 출신 한 의원은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동의했다.
박 전 대표가 지지도에서 약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박 전대표를 지지하는 나름의 근거도 있다. 아직 당심이 박 전 대표쪽에 더 쏠려 있기 때문에 당내경선을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박 전 대표가 2년4개월 동안 대표로 각종 선거에서 당원·지지자들과 감성적 연대를 다져온 것도 큰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도권 의원 ‘조금 더 지켜보자’ = 수도권 의원 중 상당수는 일단 이 전 시장에게 우호적이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줄을 서는 것도 아니다. 조금은 더 지켜봐야겠다는 관망파가 다수다.
수도권 의원들의 관망속에는 지난 3월에 터진 ‘이명박 테니스 파동’의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테니스발 충격 한 방에 휘청거리는 이 시장의 모습이 어딘지 ‘불안’하게 보였다는 것. 특히 ‘이회창 학습효과’로 인해 정치권에 떠도는 ‘병역면제 의혹’ ‘재산 형성과정과 은닉의혹’ 등이 의원들의 마음의 결정을 가로막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지금은 상승하고 있다고 해도 ‘조기 대세론’ 후에 올 수 있는 여권의 집중타 및 급격한 하락 등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현재 거론되는 의혹들이 이 전 시장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박근혜 손학규 등 어떤 예비대선주자들보다 도덕성 측면에서는 그리 높은 기대를 받고 있지 않아 오히려 그것이 ‘면역’으로 작용할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의혹으로는 이 전 시장에게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소장개혁파, 정치적 명분과 역할 찾지 못하면 소멸 = 최근의 오르내리는 빅3 지지도 곡선에 가장 난감해하는 쪽은 소장개혁파인 ‘새정치수요모임’이다. 특히 이 전시장의 독주 조짐에 당황해하고 있다.
수요모임의 한 의원은 “당초 정체성이 가장 가까운 손학규 전 지사를 지원해 안정적인 ‘빅3’ 구도를 만들어 중도개혁블럭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최근 이 전 시장의 지지도 상승으로 만만치 않다”고 털어 놓았다.
이들은 명분 없는 줄서기를 거부하고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고민이다. 그동안 소장파의 축소된 당내 입지를 복원하기 위해선 이번 대선을 기회로 활용해야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또 한번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비례대표, 이중고에 시달려 = 비례대표 의원들의 고민은 지역구 의원들보다 더 복잡하다. 대선후보에게 줄서는 문제 외에도 18대에 출마할 지역구도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비례의원들은 대부분 정책통이기 때문에 예비대선주자들로부터 캠프 합류 요청을 받고 있지만, 이후 지역구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털어 놓았다. 역시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관망파가 많은 편이다.
한편, 의원들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의 고민도 만만찮다. 줄서기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당의 구심력은 약화되고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대권주자에 대한 노골적 줄서기는 당을 흔들 수 있다. 최대한 중립지대에 오래 남아 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대선후보간 경쟁을 최대한 늦출 계획도 갖고 있다. 예비주자간 경선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내년 2월 설날 이후로 미루는 것으로 내부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왕순 김형선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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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이명박 선호하지만 각종 의혹 ‘불안’
소장파, 줄서기 거부하지만 독자세력화 ‘난망’
정계개편 논란으로 범여권이 안팎으로 시끄럽다면 한나라당은 이중적이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보면 복잡한 함수계산에 여념이 없다. ‘빅3(박근혜 이명박 손학규)’의 지지도가 요동을 치면서 의원들이 18대 공천의 유불리를 기준으로 줄설 곳을 고르느라 머리굴리는 소리가 요란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빅3의 지지도는 지금까지 오르락내리락을 여러번 보여줬다. 이명박 전시장은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청계천 효과''로 치고 올라갔다가 올해 3월 테니스 건으로 추락한 바 있다. 박근혜 전대표는 올해 초엔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지방선거 및 테러사건의 여파로 올해 중순에는 한나라당 주자 중 1위 자리를 다시 탈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추석 이후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도 차이는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러한 추세가 장기화될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면서 의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이 전시장 쪽에 빨리 가담해 선수를 칠 것이냐, 아직 희망이 있는 박 전대표 쪽에 운명을 걸어볼 것이냐, 또 성장의 싹이 있는 손 전지사 쪽에 올인해 ‘대박’를 노릴 것이냐 하는 질문이 의원들 머릿속에서 뱅뱅 돌고 있는 물음표들이다.
2002년 대선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한 의원은 “2002년 대선 때만 해도 이회창 후보만 바라보면 됐지 복잡하게 계산할 일이 없었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로선 이렇게 머리아프게 고민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정치전문가는 “의원들은 대권보다 18대에 공천을 받느냐 못 받느냐가 더 관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역별·상황별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의 고민도 갈린다.
◆영남권 의원 “이명박 대통령되면 ‘물갈이 공포’” = 한나라당의 대주주인 영남권 의원들 다수의 마음은 ‘아직은 박근혜 전 대표’다. 이들은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 중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어도 본선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다만 자신들의 이익까지 고려해본다면 박 전 대표와 행보를 함께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와있다.
이 전 시장의 한 측근은 “영남권 의원들은 이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큰 폭의 물갈이를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그래서 박 전 대표를 후보로 만들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TK 출신 한 의원은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동의했다.
박 전 대표가 지지도에서 약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박 전대표를 지지하는 나름의 근거도 있다. 아직 당심이 박 전 대표쪽에 더 쏠려 있기 때문에 당내경선을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박 전 대표가 2년4개월 동안 대표로 각종 선거에서 당원·지지자들과 감성적 연대를 다져온 것도 큰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도권 의원 ‘조금 더 지켜보자’ = 수도권 의원 중 상당수는 일단 이 전 시장에게 우호적이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줄을 서는 것도 아니다. 조금은 더 지켜봐야겠다는 관망파가 다수다.
수도권 의원들의 관망속에는 지난 3월에 터진 ‘이명박 테니스 파동’의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테니스발 충격 한 방에 휘청거리는 이 시장의 모습이 어딘지 ‘불안’하게 보였다는 것. 특히 ‘이회창 학습효과’로 인해 정치권에 떠도는 ‘병역면제 의혹’ ‘재산 형성과정과 은닉의혹’ 등이 의원들의 마음의 결정을 가로막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지금은 상승하고 있다고 해도 ‘조기 대세론’ 후에 올 수 있는 여권의 집중타 및 급격한 하락 등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현재 거론되는 의혹들이 이 전 시장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박근혜 손학규 등 어떤 예비대선주자들보다 도덕성 측면에서는 그리 높은 기대를 받고 있지 않아 오히려 그것이 ‘면역’으로 작용할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의혹으로는 이 전 시장에게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소장개혁파, 정치적 명분과 역할 찾지 못하면 소멸 = 최근의 오르내리는 빅3 지지도 곡선에 가장 난감해하는 쪽은 소장개혁파인 ‘새정치수요모임’이다. 특히 이 전시장의 독주 조짐에 당황해하고 있다.
수요모임의 한 의원은 “당초 정체성이 가장 가까운 손학규 전 지사를 지원해 안정적인 ‘빅3’ 구도를 만들어 중도개혁블럭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최근 이 전 시장의 지지도 상승으로 만만치 않다”고 털어 놓았다.
이들은 명분 없는 줄서기를 거부하고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고민이다. 그동안 소장파의 축소된 당내 입지를 복원하기 위해선 이번 대선을 기회로 활용해야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또 한번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비례대표, 이중고에 시달려 = 비례대표 의원들의 고민은 지역구 의원들보다 더 복잡하다. 대선후보에게 줄서는 문제 외에도 18대에 출마할 지역구도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비례의원들은 대부분 정책통이기 때문에 예비대선주자들로부터 캠프 합류 요청을 받고 있지만, 이후 지역구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털어 놓았다. 역시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관망파가 많은 편이다.
한편, 의원들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의 고민도 만만찮다. 줄서기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당의 구심력은 약화되고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대권주자에 대한 노골적 줄서기는 당을 흔들 수 있다. 최대한 중립지대에 오래 남아 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고 한다. 대선후보간 경쟁을 최대한 늦출 계획도 갖고 있다. 예비주자간 경선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내년 2월 설날 이후로 미루는 것으로 내부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왕순 김형선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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