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시간도 계획적으로 갖자
김 권 수 (SK건설 과장)
요 며칠전 갓 잡은 생선으로 만들어진 회를 먹는 듯한 ‘신선한’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인즉슨 지난달쯤 구입했던 음반 하나를 CD플레이어에 넣었다가 끝날 때까지 한 자리에 계속 머물러 들었던 것. 그 음반은 마스카니의 ‘카발레니아 루스티카나’ 오페라 전곡 연주음반이었다. CD자켓에는 마리아 칼라스의 얼굴이 최근 유행하는 복고풍의 LP판 디자인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우리말로 ‘시골의 기사’ 정도로 옮겨질 수 있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오페라로서는 짧은 약 1시간 가량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감정과 아름다운 서정이 교차하며 극 전체에 긴장감을 담고 있고, 이로 인해 부드러운 선율과 비참한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교회 종소리가 울리며 막이 오르면, 아름다운 멜로디의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라는 합창곡으로 시작되고, 시칠리아 섬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마을 사람들이 함께 흥겨운 부활절 축제를 노래한다. 사랑하는 애인 롤라를 두고 군에 갔던 투리두는 이미 알피오와 결혼하여 살고 있는 롤라를 잊으려, 어머님이 마음에 둔 처녀 산투차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투리두는 롤라를 잊지 못하고 ,이 사실을 안 산투차가 알피오에게 알리게 되고 결국 투리두는 알피오와의 결투 끝에 죽게 된다는 내용이다.
80분 가까이 되는 시간을 순음악적 즐거움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음악에 집중했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는 대학교 때 자주 들렀던 같은 이름의 카페를 기억나게 했으며, 시칠리아섬의 풍경과 내 고향의 바닷바람을 함께 떠올리며 그 멜로디에 푹 빠졌었다.
그러다 일순 ‘정말 오랜만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이렇게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가진 게 아주 오래전의 일인 듯 했다. 한 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클래식 음악 듣기’라고 했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불혹의 나이에 이르러 아이들이 자라고 직장에서는 바쁘게 일하는 과장직급에 있고, 음악을 듣는 나만의 시간을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이건 비단 나만의 상황이 아닌 듯하다. 소위 유리알 지갑의 대표주자인 샐러리맨들이 하루를 보내는 도심의 빌딩은 밤이 되어도 불이 꺼질 줄 모르고, 그 속의 누군가는 모니터를 보며 전화기를 들고 밀린 업무를 보고 있을 게다.
바쁜 일상에서 잠깐 멈춰 자신과 주변을 정리하고 새롭게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이제 계획이나 노력의 대상이 된 것일까? 그래, 그래야한다면 그래야겠지. 하루에 한 번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계획적으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음악을 들으며 작은 명상을 가져야겠다. 꾸준히 하는 게 여의치 않다면 핸드폰 알람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 알람 메시지는 이렇게 하자 “너 지금 뭐하니? 뭘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지 않니?”
오늘 저녁, 다시 한번 음반 매장에 들러 봐야겠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가장 감동적인 곡인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최신 연주음반을 구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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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권 수 (SK건설 과장)
요 며칠전 갓 잡은 생선으로 만들어진 회를 먹는 듯한 ‘신선한’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인즉슨 지난달쯤 구입했던 음반 하나를 CD플레이어에 넣었다가 끝날 때까지 한 자리에 계속 머물러 들었던 것. 그 음반은 마스카니의 ‘카발레니아 루스티카나’ 오페라 전곡 연주음반이었다. CD자켓에는 마리아 칼라스의 얼굴이 최근 유행하는 복고풍의 LP판 디자인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우리말로 ‘시골의 기사’ 정도로 옮겨질 수 있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오페라로서는 짧은 약 1시간 가량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감정과 아름다운 서정이 교차하며 극 전체에 긴장감을 담고 있고, 이로 인해 부드러운 선율과 비참한 결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교회 종소리가 울리며 막이 오르면, 아름다운 멜로디의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라는 합창곡으로 시작되고, 시칠리아 섬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마을 사람들이 함께 흥겨운 부활절 축제를 노래한다. 사랑하는 애인 롤라를 두고 군에 갔던 투리두는 이미 알피오와 결혼하여 살고 있는 롤라를 잊으려, 어머님이 마음에 둔 처녀 산투차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투리두는 롤라를 잊지 못하고 ,이 사실을 안 산투차가 알피오에게 알리게 되고 결국 투리두는 알피오와의 결투 끝에 죽게 된다는 내용이다.
80분 가까이 되는 시간을 순음악적 즐거움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음악에 집중했다.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는 대학교 때 자주 들렀던 같은 이름의 카페를 기억나게 했으며, 시칠리아섬의 풍경과 내 고향의 바닷바람을 함께 떠올리며 그 멜로디에 푹 빠졌었다.
그러다 일순 ‘정말 오랜만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이렇게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가진 게 아주 오래전의 일인 듯 했다. 한 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클래식 음악 듣기’라고 했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불혹의 나이에 이르러 아이들이 자라고 직장에서는 바쁘게 일하는 과장직급에 있고, 음악을 듣는 나만의 시간을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이건 비단 나만의 상황이 아닌 듯하다. 소위 유리알 지갑의 대표주자인 샐러리맨들이 하루를 보내는 도심의 빌딩은 밤이 되어도 불이 꺼질 줄 모르고, 그 속의 누군가는 모니터를 보며 전화기를 들고 밀린 업무를 보고 있을 게다.
바쁜 일상에서 잠깐 멈춰 자신과 주변을 정리하고 새롭게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이제 계획이나 노력의 대상이 된 것일까? 그래, 그래야한다면 그래야겠지. 하루에 한 번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계획적으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음악을 들으며 작은 명상을 가져야겠다. 꾸준히 하는 게 여의치 않다면 핸드폰 알람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 알람 메시지는 이렇게 하자 “너 지금 뭐하니? 뭘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지 않니?”
오늘 저녁, 다시 한번 음반 매장에 들러 봐야겠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가장 감동적인 곡인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최신 연주음반을 구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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