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는 시민사회의 거울

윤 정 숙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지역내일 2006-11-09
기부문화는 시민사회의 거울이다. 기부는 지갑을 열기 전에 먼저 마음을 여는 일이다. 기부는 자신과 가족의 이해를 넘어서 주위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이며, 사람에 대한 상생의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이다. 보다 많은 시민 개개인이 기꺼이 지갑을 열 때 기부는 사회의 ‘문화’가 된다. 문화는 사회구성원의 삶의 방식과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방식을 드러내준다. 기부가 문화가 된다는 것은 한 사회의 구성원에게 나눔이 개개인의 삶의 ‘가치’이자 ‘습관’으로 일상화되는 것이다. 결국 기부가 시민의 일상 속에 얼마나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되었는가 여부는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리트머스가 된다.

해마다 늘어나는 나눔의 대열
아름다운재단이 발표한 ‘2006 한국인의 기부지수’를 살펴보면 기부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시민문화로 뿌리내릴 가능성을 예고해 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부경험이 있는 사람은 68%를 넘어섰다. 이는 2001년 48%와 비교하면 희망적인 징표이다. 유산을 기부하겠다는 사람도 전체의 사분의 일 넘었다. 특히 이 가운데 거의 절반은 유산의 10%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불황에도 개인기부액이 평균 7만원을 넘어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도 기부문화의 의미 있는 변화로 해석할 수 있는 지표다. 이런 희망적인 변화는 ‘나눔은 내가 먼저 행복해지는 일’ ‘주는 사람이 더 받는 것’이라는 보통사람들의 ‘1% 나눔의 띠잇기’가 만들어낸 것이다. 수많은 나눔의 가게들은 사람들에게 소리 없이 조용한 감동을 전파하고 있다.
사람들 모두에게 나눔은 뺄셈이 아니라 ‘덧셈’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인데, 이제야 실천하게 됐습니다. 문득 집안 가득한 아이 장난감이며, 책을 보다 내가 너무 내 아이만을 위하는 게 아닌가하여 부끄러웠습니다. 아이에게 나눔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일원으로써 너무나 당연한 일로 습관이 되길 바라며 딸아이와 내 이름으로 동참합니다. 내가 아이를 사랑한다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작게나마 동참하는 것임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한 주부가 전해준 이 같은 나눔의 사연은 기부야말로 자신과 가족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실천임을 말해준다.

시혜적 차원의 일회성 기부 한계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줄을 잇는 나눔 실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패러다임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일회적’ ‘시혜적’ ‘감정적’ 기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의 기부는 기업기부에 훨씬 못 미친다. 기부자의 수적 증가에도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사람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기부동기가 ‘동정심’에 따른 것도 기부문화가 여전히 기존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부가 사람들의 삶의 습관이자 문화라고 하기에는 아직 빠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기부가 시민문화로 뿌리내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나눔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기부는 먼저 나누는 사람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며 함께 사는 공동체를 꿈꾸는 시민들의 즐거운 책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어야 한다. 기부문화가 숙성되기 위해서는 기부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시키는 제도개선은 빠를수록 좋다.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만들어내는 생활문화운동인 기부는 개인과 제도 그리고 세상을 느리지만 견실하게 바꾸는 디딤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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