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상한 한미안보 협상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군사위원회 회의(MCM)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의 협상과정과 그 결과들을 보면 참으로 혼란스럽고 해괴한 협상이란 느낌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이 주장해야 할 말을 미국이 하고 미국이 할 말을 한국이 하는 기이한 협상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문제부터 살펴보자. SCM이 내놓은 공동성명을 보면 한미양국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전작권을 2009년 10월 15일부터 2012년 3월15일 사이 한국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환수시기를 두고 한국은 2012년을 고집하고 미국은 2009년을 굽히지 않아 두 나라 주장을 다 담은 절묘한 타협안을 창출해 냈다는 것이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기발하기 이를 데 없다.
환수시기 문제는 이미 국내에서도 수없이 논쟁거리가 돼왔던 것이긴 하나 이 문제가 양국 실무회담에서까지 이렇게 꼬이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었다. 전작권 환수는 본시 우리 정부가 제기한 것이다. 노태우 정부 때 제기했다가 김영삼 정부에서 평시 작전권만 환수했고 노무현 정부 들어 전작권 환수문제를 공식적으로 내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금년 봄까지만 해도 이를 극구 반대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한국이 원한다면 언제든 가져가라는 쪽으로 태도가 돌변했다. 미국이 태도를 바꾼 데는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자 이제는 한국에서 환수반대론이 일고 정부마저 조기환수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전작권 내주겠다면 순순히 받아야
조기환수 반대가 국내의 반대세력을 무마하는 방편일수도 있으나 선거공약으로까지 내걸었으면 정부가 소신껏 밀고 나갔어야 한다. 전작권 환수는 군사주권의 문제이지 전력평가의 문제가 아니다. 상징성의 문제다. 전작권 환수는 너무나 당연하고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마땅히 찾아와야 할 전작권을 미국이 주겠다니 받으면 그만이다. 국내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사안이 아니다. 그것을 2012년으로 미뤄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3년을 더 끌면 한국군의 군사능력이 월등하게 향상되는 것인가. 군사력은 2012년이 아니라 20년, 30년이 돼도 영원히 부족한 것이다. 군에 군사력이 충분하냐고 묻지 말라는 말이 있다. 군은 언제나 부족하다고 말하게 돼 있다.
한국의 여론동향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이를 역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불필요한 주장을 펴 미국측에 협상력만 키워주고 있는 것이다.
핵우산 문제도 허수(虛數) 놀음이다. 공동성명은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과 관련해 ‘확대된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을 미국은 지속적으로 포함한다고 했다. 한국측은 이번 회담에서 이 표현을 넣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했다고 전한다. 세계 최대핵보유국인 미국이 한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면 핵억지력은 자연 유지되는 것이다. 미국측은 그런 표현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한국이 강력하게 요구해서 넣어준 것이다. 불필요한 단어 하나를 넣기 위해 이 또한 미국에 협상력을 높여주었다.
실익도 없는 표현 매달리다 협상력 잃어
한국은 불과 1년전 이 회담에서 공동성명에 ‘핵우산’이란 표현 자체를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이 반대해 성사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1년전과 정반대였던 것이다.
핵억지력은 핵 사용과는 별개의 문제다.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용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북한의 핵을 제거해야지 미국의 핵을 끌어들이자는 발상은 현실성도 없을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은 어떤 경우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에 한국은 이해하기 힘든 나라인지도 모른다. 한국이 원해서 막상 주겠다고 하면 그러지 말아 달라고 매달리고 실익도 없는 표현 하나하나에 연연하는 이상한 나라인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민의 안보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겠다는 회담 당사자들의 충정은 모르지 않으나 한국도 국가간의 협상에서는 좀더 세련되고 성숙해져야 한다. 필요하지도 않는 주장을 해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PSI)과 ‘미사일 방어체제’(MD)에서 또 무엇을 더 내놔야 하는가.
임 춘 웅 논설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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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군사위원회 회의(MCM)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의 협상과정과 그 결과들을 보면 참으로 혼란스럽고 해괴한 협상이란 느낌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이 주장해야 할 말을 미국이 하고 미국이 할 말을 한국이 하는 기이한 협상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문제부터 살펴보자. SCM이 내놓은 공동성명을 보면 한미양국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전작권을 2009년 10월 15일부터 2012년 3월15일 사이 한국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환수시기를 두고 한국은 2012년을 고집하고 미국은 2009년을 굽히지 않아 두 나라 주장을 다 담은 절묘한 타협안을 창출해 냈다는 것이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기발하기 이를 데 없다.
환수시기 문제는 이미 국내에서도 수없이 논쟁거리가 돼왔던 것이긴 하나 이 문제가 양국 실무회담에서까지 이렇게 꼬이리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었다. 전작권 환수는 본시 우리 정부가 제기한 것이다. 노태우 정부 때 제기했다가 김영삼 정부에서 평시 작전권만 환수했고 노무현 정부 들어 전작권 환수문제를 공식적으로 내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금년 봄까지만 해도 이를 극구 반대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한국이 원한다면 언제든 가져가라는 쪽으로 태도가 돌변했다. 미국이 태도를 바꾼 데는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자 이제는 한국에서 환수반대론이 일고 정부마저 조기환수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전작권 내주겠다면 순순히 받아야
조기환수 반대가 국내의 반대세력을 무마하는 방편일수도 있으나 선거공약으로까지 내걸었으면 정부가 소신껏 밀고 나갔어야 한다. 전작권 환수는 군사주권의 문제이지 전력평가의 문제가 아니다. 상징성의 문제다. 전작권 환수는 너무나 당연하고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마땅히 찾아와야 할 전작권을 미국이 주겠다니 받으면 그만이다. 국내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사안이 아니다. 그것을 2012년으로 미뤄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3년을 더 끌면 한국군의 군사능력이 월등하게 향상되는 것인가. 군사력은 2012년이 아니라 20년, 30년이 돼도 영원히 부족한 것이다. 군에 군사력이 충분하냐고 묻지 말라는 말이 있다. 군은 언제나 부족하다고 말하게 돼 있다.
한국의 여론동향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이를 역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불필요한 주장을 펴 미국측에 협상력만 키워주고 있는 것이다.
핵우산 문제도 허수(虛數) 놀음이다. 공동성명은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과 관련해 ‘확대된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을 미국은 지속적으로 포함한다고 했다. 한국측은 이번 회담에서 이 표현을 넣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했다고 전한다. 세계 최대핵보유국인 미국이 한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면 핵억지력은 자연 유지되는 것이다. 미국측은 그런 표현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한국이 강력하게 요구해서 넣어준 것이다. 불필요한 단어 하나를 넣기 위해 이 또한 미국에 협상력을 높여주었다.
실익도 없는 표현 매달리다 협상력 잃어
한국은 불과 1년전 이 회담에서 공동성명에 ‘핵우산’이란 표현 자체를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이 반대해 성사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1년전과 정반대였던 것이다.
핵억지력은 핵 사용과는 별개의 문제다.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용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북한의 핵을 제거해야지 미국의 핵을 끌어들이자는 발상은 현실성도 없을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은 어떤 경우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에 한국은 이해하기 힘든 나라인지도 모른다. 한국이 원해서 막상 주겠다고 하면 그러지 말아 달라고 매달리고 실익도 없는 표현 하나하나에 연연하는 이상한 나라인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민의 안보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겠다는 회담 당사자들의 충정은 모르지 않으나 한국도 국가간의 협상에서는 좀더 세련되고 성숙해져야 한다. 필요하지도 않는 주장을 해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PSI)과 ‘미사일 방어체제’(MD)에서 또 무엇을 더 내놔야 하는가.
임 춘 웅 논설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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