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마당-심화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지역내일 2006-11-08
국회 법사위에 올라있던 비정규직 관련 3개 법안 처리가 7일 무산됐다. 수백만명의 국민이 관련된 이 법안은 여야 정당들이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느라 처리되지 못하고 계속 지연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남용과 차별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비정규직이 감소했다. 하지만 여성과 고령 비정규직은 늘어났다. 본지는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긴급히 의견을 물었다.

여성에게 집중되는 비정규직 차별
여성기본급, 정규직 남성의 40% … 저임금·차별 등 대물림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비정규직’이라는 말은 낯선 말이다. 1999년에 근로기준법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비정규직 여성들의 현실을 극복해 보고자 전국여성노동조합이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와 함께 ‘비정규직 여성 권리찾기운동본부’를 만들었을 때 그 명칭 중에서 가장 고민한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단어였다. 그렇게 어렵고 생소한 단어를 사람들이 알 수 있을까, 계약직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촉탁 일용직 파견직 뭐 이렇게 풀어서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모인 우리는 한참동안 고민하였다. 비슷한 경험을 최저임금문제를 처음 제기한 2000년에도 하였다. 당시 최저임금은 42만 1490원이었는데 정부 쪽 사람이든 양대 노총 쪽의 사람이든 그렇게 적은 돈을 실제로 받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참고로 당시 공공근로는 65만원정도를 받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최저임금 위반 실태’라는 내용을 가지고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을 직접 만나서 실태조사를 하고 입수한 월급봉투를 제시하고 나서야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정규직이 낯익은 말이 되었다. 최저임금도 낯익은 말이 되었다.
노인복지관에 계신 노인들도, 가사도우미를 나가려는 분들에게 물어봐도 비정규직이라는 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최저임금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최소한 들어는 봤다고 한다. 우리가 홍보활동을 잘해서 비정규직이 보이고 최저임금이 알려진 것이라면 좋겠지만 그것 때문만이 아닌 현실이 아프다.
비정규직은 IMF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서 전체 일하는 사람의 56%가 비정규직이고 여성의 경우는 70%가 비정규직이 되었다. 조사를 해보면 자발적 비정규직은 거의 없고 정규직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비정규직으로 취직을 했고 몇 년을 같은 곳에서 계속 있어도 비정규직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개는 1년마다, 심한 곳은 3개월마다 계속 새로 계약을 하면서 일을 하고 언제든 ‘계약 해지’, ‘계약 만료’라는 이름의 해고장을 받게 된다. 이것이 무서워 임금을 올려달라는 이야기도 못하고 그로 인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다. 근로기준법을 어겨도 성희롱을 당해도 재계약이 안 될 까봐 두려워 입을 닫고 있어야 한다. 개인의 힘이 너무 약하니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가입하려 해도 또 그 이유로 해고될까 두려워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해 비정규직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3%이고 여성노동자는 1.2%에 불과하다.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도 기업의 복지혜택은 정규직에게만 있고 비정규직에게는 없다. 대출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요, 명절 때 상여금은 커녕 식용유 상자, 비누 상자 하나도 없이 집에 가야 하는 현실이다.
단순히 정규직이 아닌 고용형태를 의미하던 비정규직이라는 말은 빈곤, 차별, 인격 무시와 동일한 말이 되었다. 정규직 남성 기본급의 40%를 받고 있는 여성노동자에게는 더 심한 차별, 극심한 빈곤, 짓밟히는 인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체 노동자에서 여성노동자의 비중은 42%이지만 비정규직중에서 여성노동자의 비중은 남성을 뛰어 넘어 52%이다. 새로 학교를 졸업하고 찾을 수 있는 일자리도 학습지교사, 학원강사, 계약직 사원 등의 비정규직이 대부분이고 40·50대의 여성이 찾을 수 있는 일자리는 최저임금을 받는 용역직이나 현장직이거나 식당이나 건설 쪽의 일용직이다. 사회 양극화의 원인과 여성빈곤의 가장 큰 원인 또한 비정규직이다. 고용도 불안한데 임금도 낮은 모순을 극복하고 차별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은 아주 작지만 당사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의 조합원들도 그 중 하나다. 학교에서 비정규직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과학실험보조로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던 사람들과 힘든 청소 일을 하면서 내 힘 닿을 때 까지 남에게 기대지 않고 일해서 살겠다는 청소아주머니 들, 호텔에서 룸을 청소하면서 관광 한국의 일선에 서있었던 룸메이드 여성들로 부터. 그러나 이제는 사회가 나설 때이다. 열심히 일하면 먹고는 살게 해주어야 하고 해고의 불안없이 맡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주어야 하고 비정규직 여성도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저임금·차별 등과 같은 단어들을 대물림하여 희망 없는 후진사회를 만드는 일을 이제라도 멈추어야 한다.
언제나 잘못된 것을 온 힘을 다해 바로 잡고 놀라운 변화를 이루어냈던 우리 나라의 역동성이 이제는 비정규직 여성문제 해결에도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비정규직 차별 확대 재생산중
성·연령·학력 차별 계속 늘어나 … 사회가 문제 방치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지난 10월 23일 통계청은 2006년의 비정규직 규모가 2005년보다 2만6000명 감소한 545만7000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발표는 1년 이상 고용되지만, 곧 일자리를 잃거나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분류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상식으로 판단해 봐도 이들은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이 아니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럼 정부 발표는 우리 사회 비정규직 규모를 20%, 약 300만명 이상이나 축소 은폐하고 있으며, 고용불안정이 삶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현실을 자칫 왜곡할 수도 있다.
사회노동단체가 합의한 기준으로 집계해 이제 여론에서도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비정규직 규모는 올해 841만4000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54.8%에 해당한다. 작년보다 줄어든 게 아니라 2만여명 증가했다. OECD국가 평균의 배가 넘는 비정규직 비중이다. 늘리려고 해야 더 이상 늘리기 어려운 포화상태라고 판단했던 비정규직 규모인데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절반 이상의 노동력을 고용 불안정층으로 채우는 고용관행으로 기업들이 제대로 운영되고는 있는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비정규법안 논의를 보더라도 비정규직 착취에 의존한 현실을 바꿀만한 수준의 법제도 변화를 꾀할 기미가 없기에 현실은 날로 암담하다.
비정규직의 차별도 계속 되고 있다. 비정규직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으로 서구의 약 10% 차이에 비해 매우 과도한 차별이다. 그런데 올해 정규직의 월 임금이 6만원 정도 인상된 것에 반해 비정규직은 4만원이 인상되어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2000년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73만원 정도였으나 6년이 지난 지금 110만원으로 절대적인 금액에서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비정규직 중 더욱 열악한 형태의 노동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성차별적 구조나 연령차별적, 학력 차별적 구조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 파견노동과 용역노동 등 직접 노동력을 활용하는 사용자가 고용 상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각각 11.0%, 15.8%나 급증했다. 이런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직접고용 비정규직보다 노동조건이 더 열악하며 막무가내 식의 차별을 바로잡기도 어려운 대상이다. 따라서 파견, 용역의 급증은 만연된 비정규직 차별을 해결 불가능한 과제로 만들 수도 있다. 이 또한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정부여당의 비정규입법안으로는 전혀 제어하지 못하기에 악성 차별적 고용구조를 영구히 고착화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기업들은 외주로 내보내고, 용역으로 전환하고, 파견을 확대하는 식으로 인건비를 절감할지 몰라도, 우리 사회는 불안정하고 과도한 차별에 신음하는 노동층이 점점 늘어나 서민대중의 생활이 백척간두에 서게 된다. 아예 노동관계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자영업자로 위장된 노동자인 특수고용과 제조업에 만연되어 있는 불법 파견까지 고려하면 기업은 고용에 있어 너무 무책임하고, 정부는 책임을 부담시킬 책임을 방기한다는 말이 근거 없는 주장만은 아니다.
둘째, 연령별로 24세 미만과 40세 이상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 청년층과 중고령층이 고용의 취약지대이며, 학력별로 중고령층이 몰려 있는 초졸, 중졸 학력자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점점 늘어나 80%를 넘고 있다. 아울러 여성 차별적 고용구조도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성, 연령, 학력의 차별적 구조도 방치되어 있다.
또 한 가지 심각한 문제는 이런 현실을 바꿔내는데 앞장서도 시원치 않을 정부부문의 비정규직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을 발표해서 규모와 차별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던 정부 발표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마찬가지로 공공성이 높은 금융부문은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도 비정규직 비율을 계속해서 늘여가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일부의 고연봉이 다수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채워진다는 평가를 뒷받침해주는 결과이자, 사회적 역할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금융부문의 한 단면이다.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은 한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해악 중 하나다. 비정규직 차별은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배제로, 주 5일제 실시여부로까지 확대되어 나타나고 있다. 올해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악화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노동자를 절반의 임금만 주고 활용하는 고용관행과 기업시스템에 손대지 않고서는 이 절벽을 벗어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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