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부끄러운 한국인들

지역내일 2006-11-08
부끄러운 한국인들

얼마 전 미국에 다녀온 한 대학교수가 전해준 이야기다. 미국행 비행기 옆자리에 마침 한국근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한 미군 고급장교가 앉게 됐다고 한다. 자연스레 얘기가 오갔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한국이 아주 잘사는 나라라는 얘기였다고 한다. 자기가 한국에 오기 전에 가졌던 예상과는 달리 한국은 여러 면에서 발전되고 생활수준이 매우 높았다고 한다. 그는 이어 한국정부의 대외정책을 보면 매우 민족주의적이고 ‘자주’지향적인데 그런 정책이나 겉으로 하는 말과는 달리 한국 사람들은 미국과 미국사람들을 특별히 의식하는 것 같았으며 자기에게도 때때로 지나치게 친절해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지난 1일자 내일신문은 미국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한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제럴드 리라는 사람이 쓴 ‘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이란 책을 간추려 보도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청와대 수석, 장관, 군장성, 국회의원, 대기업 CEO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지도층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CIA의 정보원 노릇을 한 사례들을 폭로하고 있다.

고위층이 미국정보원 노릇하고 미국 가 추태도
한국의 지도층 인사들은 미국공작원과 만나는 것을 신분과시 수단으로 삼았고 미국당국에 자신의 정보가치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대통령에 올라가는 보고서를 통째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공개했다. 저자는 한미관계가 삐걱댄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면에는 한국내의 미국 추종자들이 큰몫을 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미국요로에 한국정부에 비판적인 정보를 주고 한국정부를 혼내달라고 부탁하는 사례마저 허다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해방 후 한국사회의 상층부에는 미국과의 라인을 구축한 세력이 득세를 하게 됐으며 이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국과의 인맥을 무기삼아 국내입지를 확보했고 미국내 유력인사를 불러들여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해왔다고 평했다. 그런데 책의 저자는 미국정보기관은 실은 이런 류의 친미인사들을 경멸하고 있었다면서 CIA는 조국을 배신하는 사람을 인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일신문이 이 책을 다시 꺼내든 것은 요즘 세태도 달라진 게 없어서였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틀 후인 3일자 워싱턴포스트지는 한국의 모 재벌회사 회장이 2003년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을 서울로 초대해 요로에 모시고(?) 돌아다니며 그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한 경우를 보도했다. 포스트지는 당시 재벌회사 회장은 거대회사 인수문제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그는 클린턴 초청을 최대한 이용해 어려웠던 곤경에서 살아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가도 개인도 체면이 있고 자존할 줄 알아야
얼마 전에는 워싱턴을 방문했던 한국의 모 정당 의원단이 미국에서 차마 보기 민망한 추태를 부린 일이 있었다. 한미정상회담 일주일도 안돼 워싱턴에 도착한 의원단은 그곳 유력인사들을 만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자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도 않은 전직 인사들을 만나 정상회담에서 얘기된 한국의 입장이나 희망과는 정반대되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 미국사람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 했을까는 짐작이 가는 일이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또 정반대되는 얘기를 했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을 이름도 대지 않은 채 미국의 고위 인사들이 말한 것처럼 한 것이다. 얼마나 보기가 딱했으면 미국의 한 의원 보좌관은 미국도 의원외교를 하고 야당은 정부를 비판하나 외국에 나가면 가능한 정부정책과 조율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한 국가의 주권에 관한 문제인 군의 전시작전권을 되찾는 문제를 아예 말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들까지 있는 세상이다. 이런 일은 비록 미국에 한한 일만도 아니다. 평소 큰소리를 땅땅치는 사람들이 일본이나 중국에라도 가 정관계 요인들을 만나게 되면 태도가 돌변하고 마는 일이 많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국가나 개인이나 최소한 지켜야 할 체통이 있고 자존심이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책에서 저자는 이런 부끄러운 한국인들을 미국의 CIA는 ‘개’취급 했다고 전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임 춘 웅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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