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세상사람 다 나 같은, 좋은 날을 기다리며

지역내일 2006-11-29
세상사람 다 나 같은, 좋은 날을 기다리며
정 선 원 (현대해상화재보험 과장)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에 나갔더니 요즘 우리나라에는 세 가지 바람이 분다고 한다. 첫째는 가을바람이요, 다음은 고구려 바람, 마지막엔 부동산 바람이란다.
여름 가면 오는 것이 당연한 가을이지만 얼마 전까지 반팔 셔츠를 벗을 생각을 못하고 지내다가 불현듯 느껴지는 가을바람이라 그런지 갑자기 한기를 더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준비를 못하고 맞는 계절의 바람이지만 어쩌랴 세월이 그렇게 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니 적응하고 살 수밖에 없다.
거기다 만주 벌판과 중국의 드넓은 대지를 호령하던 고구려의 서사시가 일주일의 4일 밤을 채우고 있다. 평소 고대사에 관심이 많아 반가운 마음으로 TV를 켜는데 드라마가 마칠 때마다 느껴지는 아쉬움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리라. 하지만 이 또한 만든 것도 아니고 내가 어찌할 수도 없는 것이니 나 싫으면 안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바람은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TV를 꺼도 해결이 안 된다. 월급으로 먹고 사는 소시민에겐 내 집 한칸 마련하고 살아보는 것이 꿈인데 나날이 치솟는 집값은 무시하고 살래야 살 수가 없으니 말이다. 수도권 외곽에서 몇 년째 출퇴근을 하는 내 입장에선 서울에 집장만 해서 가족들과의 저녁 식사를 8시 이전에 한번 해보는 것이 꿈이다.
마침 며칠 전 출근길에 버스를 타고 오면서 신호등 교차로에서 사고 현장을 보게 됐다. 길이 막혀 차들이 나가지 못하자 나는 사무실에 늦는다는 전화를 했다. 조금씩 거북이 운행을 하여 교차로에 다다르니 아니나 다를까 접촉사고가 났다. 당사자들이 옥신각신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다행히 사람이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평소 교통사고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당연히 주의 깊게 보았다. 신호등과 관련한 사고였던 것 같다. 누군가는 황색 신호에 들어 왔을 것이다. 마침 길이 열리기 시작해서 그들의 모습을 계속 볼 수는 없었지만 교통사고는 조금 더 주의하고 배려하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교통사고 조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을 정할 때 적용하는 여러 원칙 중에 신의성실의 원칙이 있다. ‘나는 중앙선을 넘어가서 주행하지 않고, 상대방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나는 신호등을 지켜 운전하고, 상대방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라고 서로 믿는 것이다. 이것을 잘 지키면 사고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키지 않거나 주의를 놓으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에 피해를 주게 된다.
나만 잘 하거나 나 혼자만 관심을 접으면 되는 세상이 아닌 것이다. 옛말처럼 세상 사람이 다 나 같지 않은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는 하더라도, 찬바람 부는 이 계절에 집값 때문에 고민하고, 교통사고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다 남의 일이 아니라고 나부터 위정자까지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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