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8

지역내일 2006-11-30 (수정 2006-11-30 오전 8:38:37)
떼배 타고 해양민족 우수성 세계에 알렸다
목숨을 담보로 왕인박사 뱃길 재현 … 정부 지원·관심 없어 아쉬워

이름: 채바다
고향: 제주도 남제주군 성산읍
나이: 62세
직업: 떼배타고 바다탐험, 시인
직책: 고대항해탐험연구소장
취미: 바다사랑, 고대서적 뒤지기

이름도 바다다. 얼마나 바다를 사랑하는지 이름도 바다로 바꿔버렸다.
주변에선 그를 ‘바다에 미친 사나이’라 부른다. 어느날 고향 제주 성산포에 나타나 자리돔을 잡거나 동네 꼬마들이 타고 놀던 떼배를 만들더니 그걸 타고 현해탄을 건넜다. 그것도 세 번이나.
남들이 보기에 분명 정상은 아닐 것이다.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23일 성산포 해녀의집에서 만난 그는 떼배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빛내더니 소주 두병을 단숨에 비우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갔다.
처음 현해탄을 건널 때는 그도 겁이 좀 났었나 보다. 1996년 5월 1차 항해 직전, 해병대 사령관을 찾아가 “바다에 던져도 한 열흘 살 수 있는 ‘짱장한 놈’으로 대여섯명 꿔달라(?)”고 했다. 바다의 사나이 해병대 가운데도 최정예 병사 6명과 함께 뗏목에 몸을 실었다.
바다는 쉽게 일본상륙을 허락하지 않았다. 태풍 앞에 뗏목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었다. 특수부대 출신들도 하나 둘 지쳐 나가떨어졌다. 오직 ‘채바다’만 파도타기를 즐겼다.
1997년 10월과 2001년 4월, 두 번 더 길이 6.5m 폭 3m 뗏목으로 일본 상륙에 성공했다.
채바다. 그의 명함에는 고대항해탐험연구소장이라고 적혀있다. 본명은 채길웅. 고대사연구와 떼배에 미치기 전인 1990년까지는 그가 명함에 적었던 이름이다.
“우리는 해양민족의 후예 아닙니까? 그런데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떼배는 해양문화를 발전시킨 원시 통나무배로 오늘날 배의 시조다. 선조들이 이 배를 타고 바다에 도전했고 섬과 섬, 섬과 육지 사이 문화이동이 이루어졌다는 게 채 소장의 설명이다. 김재근 서울대 박사는 거북선 바닥도 떼배를 원리로 한다고 설명한다.
바다사나이 채 소장은 고대에 선조들이 떼배를 타고 대한해협을 건너가 고대일본발전을 주도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역사의 시간을 1600년 전으로 돌렸다.

백제 왕인박사 뱃길 따라
왕인호 타고 일본 규슈로
“한국이 일본 고대문화의 뿌리임을 확인하는 역사적인 순간인데 폭풍쯤이야 못 견디겠습니까.” 통나무배에 몸을 실은 채 소장 일행은 2001년 4월 9일 전남 영암 대불항을 떠났다.
1600년 전 왕인(王仁 373~?) 박사가 단행했던, 고대 한반도와 일본 간 뱃길 탐사를 재현한 것이다. 고대 원시선박인 떼배 이름도 ‘왕인호’로 지었다. 항로는 왕인 박사가 이용했던 대불항-완도 보길도-고흥 앞바다-일본 규슈(九州)지방 가라쓰 연안으로 정했다. 시속 1.5노트로 항해하는 떼배는 ‘바람따라 물결따라’ 일본으로 흘러갔다. 목숨을 담보로 한 험난한 항해였다.
대원들은 밤이면 전원 불침번을 섰고 낮에는 6시간씩 교대로 잠을 잤다. 탐험대장 채 소장은 떼배로 일본을 두 번이나 다녀온 경험이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채 소장은 “일본의 고대 문화가 한반도를 통해 정착했음과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된 계기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전남 영암이 당시 전남 서남해안 국제 교류 중심지였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탐사였다”고 덧붙였다.
당시 일본 언론과 국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일본 해상보안청 비행기가 뜨고 언론사들도 헬기까지 동원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들은 떼배가 고대에 한국문화를 싣고 일본에 전해졌음을 심층 보도했다.
왕인 박사는 아스카 문화를 꽃피우게 한 문화 선각자로 일본인들에게 추앙받는 인물이다. 일본서기에도 왕실 스승으로 기록돼 있다. 오사카에 있는 왕인 박사 묘역은 1938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최근 이곳에 박사를 기리는 높이 5m, 너비 4m 백제 문을 세웠다.
채 소장은 떼배를 타고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간 뱃길을 따라 우리민족이 얼마나 우수한 해양민족인지를 알리는데 성공했다.

탐라국 탄생의 재조명
벽랑국 신화를 좇다
채 소장은 10년 넘게 국내외 고대사 관련 자료를 뒤졌다. 제주의 탄생과 함께 백제 인재들이 일본 문명을 탄생시킨 주역들이라는 것을 찾아냈고 하나씩 밝혀냈다. 고지도와 문헌을 통해 벽랑도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고려사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서 벽랑 기록을 찾았고, 그 흔적을 따라 현장을 찾았다. 탐라국(제주의 옛 왕국)에 문화를 전파한 벽랑국 유래를 찾기 위해 또다시 떼배를 타고 120㎞ 항해에 들어간 것이다.
올 6월 5일 채 소장은 한반도 고대인들이 탐라국을 왕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뱃길 탐사에 나섰다. ‘고(高) 양(梁) 부(夫) 삼성(三姓) 시조가 벽랑국(碧浪國)에서 온 세 명의 공주를 각각 아내로 맞이해 탐라국을 세웠다’는 고려사지 등의 기록에서 출발했다. 채 소장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전남 해안의 벽랑도(현 소랑도)가 벽랑국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벽랑국 탐사에 쓰인 떼배는 삼나무를 통으로 엮어 만든 길이 7.5m, 폭 2.5~2.9m짜리 배. 채 소장은 돛과 노의 힘만으로 400km가 넘는 뱃길을 탐험해 제주의 기원을 찾고 역사를 재조명했다. 838년 일본 고승 엔닌이 중국으로 가려다 두 번이나 실패했던 험난한 바닷길이다. 그는 해상왕 장보고의 도움을 얻어 겨우 일본까지 돌아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채 소장은 “제주의 기원인 탐라국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은 과거를 통해 우리의 뿌리를 찾고 현실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어려움 크지만
정부·지자체 지원금 ‘0원’
채 소장이 고대사 연구에 몰두하고 새로운 것들을 조명할수록 경제적 어려움은 커졌다. 그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제적 도움을 준 적이 없다. 기업에 강연을 다니거나 혼자 힘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왔다. 2003년에야 해양수산부의 도움으로 ‘사단법인 한국해양탐험문화진흥회’를 설립했다.
하지만 아직도 어렵긴 마찬가지. 채 소장은 “세계 강대국들은 해양과 관련한 연구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바탕으로 오늘날 해양을 지배하고 있다”며 “한국도 해양연구 단체와 전문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다와 고대사 연구에 미친 바다 사나이 채바다. 그는 지금도 제주-완도-영암을 오가며 왕인 박사를 일본 왕실의 스승이 아닌 해양민족이 배출한 세계적 석학으로 재조명하기 위한 설계도를 작성하고 있다.
제주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해양문화 유산 ‘떼배’
떼배는 제주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내려 온 원시형태의 배다. 원래 이름은 터배 터위 테위 테배 등 마을마다 달랐다. 고대부터 제주 사람들이 만들어 사용해왔고 1960년대까지 제주 연근해에서 고기잡이나 해녀들 해조류 채취에 이용됐다.
떼배는 주로 삼나무를 이용한다. 길이 6.5m, 폭 3m, 선수 2.7m로 통나무 10여개를 엮어 만든다. 바람이 심한 겨울에는 배를 분해해 마을에 보관하다가 봄이나 여름에 다시 조립해 사용한다.
원시 형태로 남아 있는 떼배는 세계 여러나라에 남아 있는 원시 배들과는 선재(船材)나 모양 크기는 다르다. 그러나 해양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사료(史料)적 가치가 매우 높아 그 원형을 찾아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학계의 주장이다.
다행히 제주도에 떼배 제작 기술자가 생존해 있어 이러한 장인들을 통해 떼배의 원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바다 소장은
제주 성산포 출신으로 한양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후 중앙대학원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1990년부터 고대사 연구와 제주 뿌리찾기, 일본고대사 연구 등을 통해 왕인 박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지난 1996년 첫 고대 뱃길탐험을 시작으로 3차례 한·일 뱃길탐험과 2003년 남북평화축전 성공기원 제주일주 등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논문 <한국 해양="" 문화의="" 시원과="" 떼배의="" 역사적="" 고찰=""><탐라국 탄생신화와="" 만난="" 탐진="" 항로상에="" 나타난="" 벽랑국="">, 시집 <파도가 바람인들="" 어찌="" 알겠느냐=""> <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 <일본은 우리다=""> <그래도 그대는="" 행복하다="">, 수필집 <일출봉에 해뜨거든=""> 등 다수의 출판물을 펴냈다.
지난해 10월에는 남제주군 성산읍 시흥리에 바다박물관을 세웠다. 시흥포구에 떼배 4척을 정박시켜 ‘떼배체험 바당(바다)마을’을 운영하며 제주의 전통 뗏목이 가진 문화·역사적 가치를 전수하고 있다.
문의: www.ttebe.net 064-782-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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