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 고려에 시집온 칭기즈칸의 딸들

지역내일 2006-12-04
100년 지배했던 잊혀진 몽골공주들
충렬왕부터 공민왕까지 8명 … 색다른 시각의 여몽 관계사
1274년 음력 5월 병술일 원나라 수도 연경. 황제의 궁정에서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신부는 열여섯 살 꽃다운 나이. 그러나 신랑은 그녀보다 스물세 살이나 많은 기혼남이었다.
황궁에서 결혼식이 치러진 것은 신부의 신분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신부의 이름은 홀도로게리미실,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의 딸이다.
황제의 딸을 아내로 맞이한 남자는 고려의 세자 왕심이었다. 고려 원종의 장남인 그는 혼례를 치르고 두 달 후 고려 제25대 임금(충렬왕)으로 즉위한다.
이 결혼이 바로 몽골황실과 고려왕실이 맺은 첫 혼인이었다. 이때부터 100년간 5명의 고려왕이 모두 8명의 몽골공주와 아내로 맞아들인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몽골공주를 아내로 맞아들인 왕자가 국왕에 즉위하고, 몽골공주가 낳은 아들이 왕위에 올랐다.
고려왕비가 된 몽골여인들은 황제의 권력을 배경으로 남편을 능가하는 권력을 행사하거나, 왕이 된 아들을 대신해 섭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은 정략결혼으로 만리타향에 시집온 서글픈 여인들이기도 했다. 그들 대부분은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외롭게 삶을 마감했다. 유일하게 금슬이 좋았던 보탑실련공주(공민왕비·노국공주)는 자신의 죽음으로 왕을 실의에 빠트려 국가의 운명을 흔들어 놓았다.
고려는 원 황제가 황실의 공주를 하가(아랫사람에게 시집보냄)한 유일한 나라였다. 칭기즈칸에 이어 세계제국을 완성한 원 세조 쿠빌라이는 왜 자신의 어린 딸을 고려의 세자에게 시집을 보냈을까.
고려는 세계제국을 건설한 원나라 군대에 맞서 42년간 모두 11차례의 전쟁을 치르는 강인함과 용기를 보여주었다. 고려만큼 오랜 기간에 몽골과 전쟁을 치른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었다.
당당하게 세계제국을 선포한 원으로서는 깜짝 놀랄 일이었다. 특히 남송을 멸망시키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고려와의 전면적인 전쟁은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남송은 원과 고려의 첫 혼인이 치러지고 5년 후 멸망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이름과 왕실의 존속을 보장받은 고려왕실과 직접통치보다는 고려왕을 통해 전쟁수행능력이 뛰어난 고려를 자신의 세력권 안에 묶어두려는 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몽골공주들이 잇따라 고려왕비로 온 것으로 보인다.
이 처럼 100년의 우리 역사를 좌지우지했던 몽골여인들은 이후 우리역사에서 까맣게 잊혀졌다. 그러나 그녀들을 통해 세계제국 원과 고려의 관계를 읽으면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얼굴을 한 역사가 드러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