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띄우는 편지

그 이름은 너 마음데로 지어라.

지역내일 2001-03-12
의복이 훌륭하지 못했던 옛날에도 소·대한이 지나면 얼어죽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우수가 지나면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했고 경칩이 지나면 개구리 입이 떨어진다고 했다. 경칩인 내일이 지나면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 날 때가 되었는데 어찌 된 날씨인지 개구리 입이 새로이 다물어 질 것만 같다. 아침을 먹고 난 뒤부터 시작된 눈이 두 시간만에 발등이 묻힐 만큼 내렸고 오후가 된 지금에도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소리는 한겨울 날씨다. 분명 봄은 우리의 곁에 가까이 다가왔지만 봄 같지 아니하다. 어느 해 보다도 춥고 눈도 많이 내린 지난 겨울은 농민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살아가기 어려웠기에 더 춥게 느껴졌던 한해 겨울이 아닌가 싶다.
겨울 날씨가 평년보다 추웠기에 비닐 하우스 안의 일이나 했지 밖에서 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겨울에도 전지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일이월 날씨가 다른 해보다 춥고 눈도 잦아 봄 일이 내남없이 많이 늦어졌다. 비가 온다기에 어제는 사과나무 밭에 비료를 쳤다. 날씨만 좋아지면 이제 가지치기도 하고 거름도 내어야 한다. 볍씨를 준비하고 한달 만 지나면 파종도 해야 한다. 새 봄이 시작된 것이다. 예전에는 이맘때쯤 되어서 누구라도 인사말을 할 때면 으레 "희망찬 새봄을 맞아서...."라는 말로 시작하기가 예사였다. 그러나 그 말은 정말 옛말이 되어 버렸다. 지금의 농민들은 희망찬 새봄을 맞아 희망을 잃어 버렸다.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자네는 올해 농사 무얼 하나?"라고 물으면 열에 하나같이 "해 먹을게 있어야 하지."라고 대답한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자동차 수출하는 대신에 오렌지 수입하고 휴대폰 수출하는 대신에 참깨, 콩 수입한다니 자동차 휴대폰 장사야 살아갈 수 있겠지만 농민은 어찌 살란 말인가? 둘 형제 있는데 아버지라고 "니형 잘 살아야 되지"라고 하면서 동생이야 죽든 살든 형 잘 되도록만 한다면 하루 이틀 일 이년은 몰라도 세월이 지나 자기 죽을 형편이 되면 아무리 착한 동생인들 그 아버지가 원망스럽지 않겠는가? 농사 망할 형편 되면 삽 들고 길거리로 나오는 것은 책에 있는 이야기고 그래도 안되면 어찌할까? 도둑놈, 강도가 따로 있고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 따로 있는게 아니었을게다. 농민은 마음씨 좋고 착하다고 한다. 물론 그 이야기가 맞겠지만 농민이 파산을 해도 계속 착하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농민이 망해서 자동차, 휴대폰 판돈 찾으려 가기 전에 제도적으로 돌려주는 방법을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겠나? 자동차 수출한 사람, 휴대폰 수출한 사람이라고 문패에 써 부쳐놓고 사는 세월도 아니고 부도난 농민이 올바르지 못한 직업으로 바꾸어서 도시로 나가서 사회문제가 되면 그때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오렌지 수입하는 대신에 자동차 수출하면 수출 자동차 한대에 농촌회생 특별세 얼마 징수해서 피해보는 사과, 배 재배농민에게 돌려주고 참깨, 콩 수입하는 대신에 휴대폰 수출하면 얼마 징수해서 밭농사 짓는 농민에게 돌려주면 어떨까? 농촌 회생 특별세가 마음에 안 들면 이름이야 만드는 사람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지어도 착한 농민들은 아무도 성내지 않을게다.

배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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