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45년 무분규 … 법정관리 돌파
“어느 기업이든 노사갈등을 벌이는 이유는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수나 잘못은 늘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거짓으로만 대하면 신뢰에 금이 갑니다.”
김학수 대한통운 노조위원장은 노조창립 이래 45년간 무분규 기록에 대해 ‘노사간 굳건한 신뢰’를 배경으로 꼽았다. 김 위원장 방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문구가 커다란 액자 속에서 걸려 있었다. “노사문제도 사람과 사람의 일입니다. 서로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풀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대한통운은 지난 9월 노동부에서 주관하는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올라, 4번 연속 선정됐다. 근로조건과 복지 향상을 회사에 매년 요구하고 협상해야 하는 노조가 단 한건 분규 없이 지낸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더구나 이 회사 노조는 대표적인 ‘강성조직’인 항운노조 소속이고, 전국 41개 지점과 지사마다 노조지부를 둘 정도로 단결력과 사내 영향력이 강하다.
대한통운의 노사 평화가 진가를 발휘했던 때는 지난 2000년부터다. 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이 회사는 당시 법정관리라는 가혹한 시련을 맞았다. 모기업이었던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동반 부도로 내몰렸다. 특히 동아건설과 함께 참여했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가 중단되고 채권단이 손해보상 우발채무 13억달러 상환을 요구했다.
위기 앞에서 잠재된 노사 역량이 드러났다. 노조는 2001년 ‘미수채권 회수 운동’, ‘무사고 무재해 생활화’ 등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김 위원장은 전국 지점과 지사를 순회하면서 영업에 힘을 쏟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2년과 2004년 노조는 자진해서 임금을 동결했다.
이같은 노력은 경영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1년 1조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2000억원까지 늘었다. 경상이익도 같은 기간 290억에서 571억까지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79%에서 59.6%으로 낮아졌다.
대한통운 법정관리인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이국동 대표와 김 위원장은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다. “근로자와 회사를 아끼는 이 대표의 마음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압니다. 노조가 교섭권을 회사에 위임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법정관리인이 법원에서 임금인상 수준을 정할 때도 근로자의 입장에 서줄 겁니다.”
김 위원장은 ‘노사 신뢰의 중요성’에 대한 철학을 사회 문제에도 적용했다. “최근 사회적 갈등이 늘어난 것도 개인·기업·정부 등이 서로의 믿음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요. 신뢰나 신용이 늘어나면 사회적 비용이 줄어듭니다. 정책 추진을 위한 예산과 논쟁하는데 드는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담보 요구도 적어지고, 치안 유지비용도 낮아집니다.”
대한통운의 ‘노사 신뢰 높이기’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노조 대의원대회나 집행위원회 등 주요 회의에는 이동국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반드시 참석한다. 경영에 대한 근로자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듣기 위한 조치다. 김 위원장도 회사 경영전략회의에는 꼭 참석해 경영현황을 이해하고 조합원들에게 전달한다.
“경험적으로 보면 노조들의 강경투쟁은 간부들의 기득권 유지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노조 간부를 뽑을 때도 그가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들에게도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그래야 갈등을 줄일 수 있거든요.”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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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업이든 노사갈등을 벌이는 이유는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수나 잘못은 늘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거짓으로만 대하면 신뢰에 금이 갑니다.”
김학수 대한통운 노조위원장은 노조창립 이래 45년간 무분규 기록에 대해 ‘노사간 굳건한 신뢰’를 배경으로 꼽았다. 김 위원장 방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문구가 커다란 액자 속에서 걸려 있었다. “노사문제도 사람과 사람의 일입니다. 서로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풀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대한통운은 지난 9월 노동부에서 주관하는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올라, 4번 연속 선정됐다. 근로조건과 복지 향상을 회사에 매년 요구하고 협상해야 하는 노조가 단 한건 분규 없이 지낸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더구나 이 회사 노조는 대표적인 ‘강성조직’인 항운노조 소속이고, 전국 41개 지점과 지사마다 노조지부를 둘 정도로 단결력과 사내 영향력이 강하다.
대한통운의 노사 평화가 진가를 발휘했던 때는 지난 2000년부터다. 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이 회사는 당시 법정관리라는 가혹한 시련을 맞았다. 모기업이었던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동반 부도로 내몰렸다. 특히 동아건설과 함께 참여했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가 중단되고 채권단이 손해보상 우발채무 13억달러 상환을 요구했다.
위기 앞에서 잠재된 노사 역량이 드러났다. 노조는 2001년 ‘미수채권 회수 운동’, ‘무사고 무재해 생활화’ 등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김 위원장은 전국 지점과 지사를 순회하면서 영업에 힘을 쏟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2년과 2004년 노조는 자진해서 임금을 동결했다.
이같은 노력은 경영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1년 1조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2000억원까지 늘었다. 경상이익도 같은 기간 290억에서 571억까지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79%에서 59.6%으로 낮아졌다.
대한통운 법정관리인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이국동 대표와 김 위원장은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다. “근로자와 회사를 아끼는 이 대표의 마음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압니다. 노조가 교섭권을 회사에 위임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법정관리인이 법원에서 임금인상 수준을 정할 때도 근로자의 입장에 서줄 겁니다.”
김 위원장은 ‘노사 신뢰의 중요성’에 대한 철학을 사회 문제에도 적용했다. “최근 사회적 갈등이 늘어난 것도 개인·기업·정부 등이 서로의 믿음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요. 신뢰나 신용이 늘어나면 사회적 비용이 줄어듭니다. 정책 추진을 위한 예산과 논쟁하는데 드는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담보 요구도 적어지고, 치안 유지비용도 낮아집니다.”
대한통운의 ‘노사 신뢰 높이기’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노조 대의원대회나 집행위원회 등 주요 회의에는 이동국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반드시 참석한다. 경영에 대한 근로자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듣기 위한 조치다. 김 위원장도 회사 경영전략회의에는 꼭 참석해 경영현황을 이해하고 조합원들에게 전달한다.
“경험적으로 보면 노조들의 강경투쟁은 간부들의 기득권 유지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노조 간부를 뽑을 때도 그가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들에게도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그래야 갈등을 줄일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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