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법정 현장을 가다

20·30대 여성 경매법정으로 몰린다

부동산 인터넷 카페통해 정보 수집 … 부동산 열풍 법원에도 몰아쳐

지역내일 2006-12-12
“시간이 없으니 호명한 분은 빨리 앞으로 나오세요.”
“10만원 차이로 떨어졌어. 아휴, 속상해죽겠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매물이 나오자 수천명의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몰려들었다. 법정 밖으로 대기자들이 줄을 서고 좌석 옆으로 가족들이 서 있을 정도다.
특히 이날 가장 눈에 띈 이들은 2030세대 여성들. 대부분 인터넷 부동산 관련 카페를 가입한 이들이다. 지난해만해도 경매 법정에는 중년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올해 들어 젊은 세대가 부쩍 늘었다고 한 입찰자가 귀띔했다.
김 모(여·29)씨는 “고교 졸업하고 10년간 직장생활하며 돈을 모았지만 전세방 자취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어차피 은행에 넣어둘 돈이면 차라리 집을 사야 할 것 같아 경매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각 경매법정을 찾아다니며 네번을 도전했지만 모두 떨어졌다. 그러나 김씨는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고 결혼 후에도 집 마련하기 힘드니 경매법정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입찰 내용이 방송된 순간 경매법정 전체에 한숨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서울 강남 OO주택 낙찰자 김00씨,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보증금을 안내 낙찰이 취소됐습니다”라는 방송이 나오자 “아휴 저걸 어쩌나”라며 웅성거리는 소리로 혼란스러워졌다. 내 집 마련 꿈이 실수로 날아가는 상황이 다른 사람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30대 주부 김 모씨는 임신 6개월째다. 부른 배를 안고 법정 안을 돌아다니는게 부담스러웠는지 약간 구석진 곳에 서 있었다. 김씨는 최근 외출을 자제했지만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급한 마음에 경매법정을 찾았다. 김씨는 “앞으로 아기가 태어나면 집 마련하기 더 힘들 것 같다”며 “경매에서 낙찰되면 몇천만원이라도 싸게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마음에 두고 있던 아파트는 다른 입찰자에게 넘어갔다. 김씨의 입찰가격보다 100만원 높은 금액에 낙찰됐다.
어머니와 함께 경매법정을 찾은 대학생 강 모(여·21)씨는 재테크 정보 카페와 부동산 카페의 추천글을 읽고 경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강씨는 “취업이 힘들수록 오히려 재테크 카페에 대학생이 몰린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들이 아파트 위치와 상권에 관심을 가지는 반면 2030세대 여성들은 ‘S아파트’ 등 아파트 브랜드명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세대 주택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렸했다.
경매법정은 입찰자뿐만 아니라 각종 관련업체 사람들로 더욱 붐볐다. 낙찰자가 법정을 나서면 10여명의 대출 상담원이 몰려들어 명함을 건넸다. “저쪽 은행은 이자가 비싸다”며 경쟁업체를 깎아 내리자 주부 상담원간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부동산 가격과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한 분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세입자와의 갈등으로 집이 경매에 나오게 된 한 70대 여성은 “사건번호 3OOOO 경매 입찰하지 마세요”라고 쓰인 화이트보드를 들고 경매법정을 돌아다녔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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