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같은 인생, 떳떳이 일하고 싶다”

현대판 신분제 ‘비정규직’ 그들의 삶

지역내일 2006-12-20
드라마 엑스트라, 일당 4만원 … “말로만 공동출연자, 일용노동자보다 못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양극화 심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농민은 협상 저지를 외치며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상대적 빈곤에 절망하고 있다.
미식축구선수 하인즈 워드의 성공 이후 우리는 한국내 혼혈인 ‘코시안’이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
새해를 앞두고 더욱 힘들어 하는 소외계층의 삶을 조명했다.

“4월에 189만원을 벌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받아 본 것 중에 최고였죠.” “문경과 속초, 태안까지 지방의 촬영장을 한달에 29일 동안 돌아다니면서 받은 것입니다.”
안방극장의 드라마 보조출연자인 박영삼 (43·가명) 씨의 고백이다.
대규모 사극과 같은 드라마에서 병졸이나 노비 등의 역할을 하는 이른바 ‘엑스트라’의 인생이 그의 직업이다.
이들 보조출연자들의 신분은 노동자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문 배우도 아니다.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잡아 놓기 위해서 하루하루 소모되는 소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조출연자 서울만 5000명 넘어 = 영삼씨는 한 때 잘나가는 대기업에서 연봉 4800만원을 받던 직장인이었다. 12년동안 직장생활을 통해 마련한 퇴직금 등 3억원을 지난해 말 친구의 빚보증을 잘못 서 한꺼번에 날리면서 지금의 생활을 시작했다.
“역사극에서 장군과 병졸, 노비와 거지 등 안해본 역할이 없습니다.” “전국에 있는 사극 세트장을 따라다니면서 하루에도 여러번 역할이 바뀝니다.”
영삼씨는 이렇게 하루 12시간 이상 지방을 나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하면 받는 일당이 3만7000원이다. 어쩌다 밤새도록 촬영을 할 경우 차비와 밥값을 포함해 10만원 가량을 받는다고 한다.
어떤 때는 한달 내내 하루도 쉬지않고 촬영을 할 때도 있다. 이렇게 해서 받는 돈이 월 200만원도 안된다.
“아내하고 11살짜리 아들을 한달에 다섯 번도 못봅니다.” “지방촬영이 있는 날이면 새벽 2~3시 서울에 올라와 찜질방이나 공원에서 잘 때도 있죠.”
영삼씨와 같은 ‘보조출연자’가 서울에만 5000명이 넘는다. 이들에게 별다른 소속회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기획사에서 그날그날 부르면 나가서 일당을 받아가는 식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영삼씨와 같은 사람들은 항상 기획사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다. 그는 “방송국의 외주제작 기획사들이 충분한 제작료를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기획사가 중간에서 보조출연자에게 돌아올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금이나 4대보험 같은 노동법상의 기본적인 권리도 없다. 사실상 기획사의 통솔하에 움직이고 있지만 정식 노동자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 직업인으로 인정받고 싶다” = 영삼씨와 함께 ‘엑스트라’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사회적인 성공을 경험했던 이들이 많다. 대기업 임원에서 군대 장교출신, 유명대학의 법과대학 출신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인 실패를 겪고 현재와 같은 일당 노동자의 길을 가고 있다.
영삼씨와 같은 보조출연자들이 겪는 고통의 하나가 인격적인 모독이다.
서른도 안되는 기획사 진행반장들의 온갖 비인격적인 모욕적 처사는 비일비재하다.
“조카같은 나이의 반장들이 짐짝 부리듯이 할 때는 이 일을 때려 치고 싶은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어떤 때는 내가 드라마속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살아갑니다.”
최근 영삼씨와 같은 처지의 보조출연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기획사의 처우에 당해왔던 동료들의 뜻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영삼씨는 “우리도 전문적인 직업인으로 인정받고 싶다”라며 “방송사나 제작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고 떳떳하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종태 윤여운 기자 jt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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