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만에 우리 술이 부활한다

지역내일 2006-12-21
어느 민족에게나 고유의 전통술이 있다. 프랑스 와인, 독일 맥주, 영국 위스키 … 이런 술은 민족을 넘는 세계적인 술이다. 반면 우리 술은 ‘밀주’로 매도당하며 단절의 역사를 겪었다. 민족문화를 잇는데 의미가 있는 전통주 복원의 방안을 찾아본다.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주미술관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상실주(도토리술), 애주(쑥술), 방문소주, 관서감홍로, 죽려고 …
행사장에는 낯선 이름의 전통술 40여 가지가 항아리에 담겨 탁자위에 줄줄이 놓였다. 행사장을 들른 방문객들은 일일이 술맛을 보며 전통주의 향취에 빠져들었다.
이날 행사는 한국전통주연구소 ‘술방사람들’ 회원들이 자신이 직접 빚은 ‘술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소줏고리에서는 소주가 내려지고 누룩 빚기 등 전통주 제조과정이 시연돼 눈길을 끌었다.
우연히 들렀다는 박채연(여·서울 아현동)씨는 소줏고리에서 증류된 소주가 치자뿌리를 통과해 빨갛게 변하는 모습을 보며 “태어나 처음 본다”고 신기해했다.
전통술에 관심이 있어 들렀다는 송창균(남·인천 주안동)씨는 ‘동정춘’을 맛보곤 “맛이 정말 부드러워 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라며 “한번 빚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동정춘은 쌀 1말을 빚어도 3~4병밖에 나오지 않는 고급술이다.
남편의 권유로 배우기 시작해 술 빚기에 푹 빠졌다는 최순자(46·여·수원시)씨는 지나는 이들을 붙잡고 자신이 빚은 쌀술을 권하며 연신 싱글벙글거렸다.
최씨는 “나 혼자 빚으면 힘이 붙이기 때문에 남편이 도와주고 있다”며 “쌀이 술이 되어 돌아 올 때마다 감동한다”고 말했다.

◆전통주, 산업화 가능성 보여 = 1907년 일제 조선통감부가 ‘주세령’을 공포하고 1917년 자가양조를 완전히 금지하면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던 우리 민족 가양주의 전통이 100년 만에 되살아나고 있다.
회원 8000여명이 가입한 동우회 ‘전통주 만들기’는 경인·영남·호남·충청·강원 등 지역별 모임을 가지며 온·오프라인 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회원 중에는 막걸리 양조장 대표, 전통주 무형문화재, 와인수입업자 등 자타가 공인하는 술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동우회는 올해 서울 강북구청이 주최한 ‘전통주 축제’에 회원들이 빚은 술을 내놓는 등 행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동우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전통주 양조재료를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조효식씨는 “고등학교에서 실습용으로 양조재료를 찾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걸 느낀다”고 설명했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개관한 전주 전통술박물관은 술 빚기 강좌 등을 개설, 전통주 저변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술 빚기 강좌는 13~15명 정원에 3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종강 후 수강생은 ‘수울사랑회’라는 동아리에 회원으로 가입돼 술 빚기를 계속 가다듬는다.
김성환 박물관 연구사는 “현재 1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수울사랑회에는 교사, 폐백 전문가, 카이스트 연구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미개척 분야에 도전한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해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양길을 걷던 서민형 전통주 막걸리도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막걸리는 1990년대부터 소비량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2000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지역에 7개 공장을 둔 막걸리 제조업체 서울탁주 관계자는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젊은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며 “일본·동남아 수출길도 열었다”고 밝혔다.
2004년 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주류소비자조사’에서는 소비자에게 “농민주와 민속주를 포함한 우리 전통술을 구입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9.2%가 “그렇다”고 대답해 전통주의 산업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원택 기자 wontaek@naeil.com

가양주 양조장에서 빚는 전문적인 형태의 술이 아닌 집집마다 빚어 마시는 술.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