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빨리 쓰는 걸 보니 나도 한국사람”

인터뷰-노르웨이 ‘브라게 문학상’ 수상한 쉰네 순 뢰에스

지역내일 2006-12-26
한국인 입양아 출신으로 현지 문단에 자리잡아

자그마한 키에 앳된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같다.
한국인 입양아로 노르웨이 최대 문학상인 ''브라게상‘을 받은 쉰네 순 뢰에스(사진)의 첫 인상이다. 그의 짧고 빠른 언어 구사는 쉴새 없이 수다 떠는 누이를 보는 것만 같다.
그는 지난 22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열린 강연회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고국에 한국어로 내 소설을 출간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소재를 대상으로 작품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뢰에스는 자신이 정신병동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를 썼다.
뢰에스는 쌍둥이 오빠 시그비엔과 함께 1976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 외스트폴의 의사부부 집에 입양됐다. 그들을 낳은 친어머니는 몸져누웠고 시그비엔은 심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있는 상태였다. 아들의 병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국내에서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친아버지는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두 아이를 해외로 보냈다. 양부모의 영향으로 오빠 시그비엔은 의사가 됐으며 뢰에스는 간호학을 전공했다.
이후 시그비엔은 한국을 방문해 자신을 찾는 친부모를 만났고, 지난 2002년에는 친부모와 쌍둥이 형제가 직접 만나게 됐다.
뢰에스의 두 번째 한국 방문은 자신의 작품이 한국에서 출간된 것을 기념해서다.
특이하게 그녀의 첫 공식일정은 18일 주한노르웨이 대사관저에서 열렸다. 한국인 입양아이면서 현지 최고 문학상을 거머쥔 점도 특이하지만 그녀의 작품이 한국어로 출간된 것은 노르웨이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소설은 노르웨이 현지에서 한국어로 직접 번역한 최초의 문학작품이다.

- 기존에 발표한 두권의 소설 모두 정신과 병동이 소재인데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들은 강렬하고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비슷하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조금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예술가들은 조금씩 이상한 면이 있다.

- 당신의 책은 노르웨이 현지에서 문학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었나.
지난번 첫 방한 때 만난 한국의 여동생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해서 놀랐다. 이번에 와서 보니 아버지와 할아버지 역시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 국내 출간은 한국에 사는 한살 아래 여동생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언니처럼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여동생이 브라게상 수상소식을 들은 뒤 출판사에 연락해 작품검토를 부탁했다. 이런 게 핏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청소년 문학 부분에서 상을 수상했는데 성인 소설 등이나 다른 분야로 진출할 계획은.
성인을 위한 책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청소년 문학에 집중할 생각이다. 청소년과 어린이의 언어는 자유롭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언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 나는 자유로운 언어로 작품활동하는 것이 즐겁다.

- 언론이 당신의 작품보다 입양사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서운하지 않나
작품에 대해 조명을 더 받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서운하긴 하지만 입양아라는 점이 부각되는 점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환대에 너무 고맙다.

- 어떻게 한국 가족을 만났나.
의사로 일하는 쌍둥이형제 시그비엔이 일본에 업무차 갔다가 우연히 한국에 들렀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우리를 애타게 보고 싶어 하는 생모의 쪽지를 발견하고 2002년에 그들을 만났다. 나는 친부모를 만날 때 긴장했지만 즐거웠다. 하지만 친부모는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죄책감을 분출하는 바람에 당황했다. 세월 뒤편에 쌓인 감정이 다 같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이해하고 사랑한다.

- 짓궂은 질문이다. 당신은 한국 사람인가 노르웨이 사람인가.
문화적으로는 완벽한 노르웨이 사람이지만 어떤 일인지 한국 사람이나 한국의 스포츠, 이벤트에 저절로 눈이 간다. 오히려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과 소통이 안 되는 걸 체감하면서 노르웨이 사람이라는 걸 절감한다.

- 한국 사람이라고 느낄 때는.
글을 빨리 쓰는 편이다. 거의 자동판매기처럼 글을 써내려간다. 빨리 생각하고 빨리 말하고 빨리 걷는 편이다. 2002년 한국을 첫 방문했을 때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처리되는 것을 봤다. 의외로 서울의 빠른 속도가 낯설지 않고 집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몰랐지만 한국에 오고 나서는 ‘내가 한국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글·사진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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