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품권 관리감독 전무 … 발행업체 “소비자에게 맡겨야”
지난해는 상품권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환전에만 사용되는 경품용 딱지상품권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실에 공급해 전국을 도박광풍에 몰아넣은 업체들이 줄줄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선 정부와 여당은 경품용 상품권을 올 4월 28일까지 아예 없애기로 했다.
유명 백화점이나 제화점이 발행하는 전통적 상품권도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품권 시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본다.
상품 유통을 촉진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기능을 가진 상품권이 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각종 불공정거래 등에 악용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계경 의원(한나라당)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우리나라 상품권의 발행·유통 현황 및 법·제도적 개선방안’이라는 정책자료를 발행해 상품권에서 파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실 관계자도 3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품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하경제와 연결된 고리” = 이들은 지난 99년 상품권 법률이 폐지된 이후 상품권 발행과 유통에 대해 누구도 관리하지 않아 각종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두고 있다.
이계경 의원실 관계자는 “상품권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탈세에 활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상품권 발행 유통이 지하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산업 종합대책으로 연극 전시회관람 등 문화접대비용을 접대비 한도액의 10%까지 손비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절세효과를 노린 기업체에서 문화상품권을 더 많이 소비할 가능성이 있고 이게 상품권 할인 시장에 흘러나와 각종 부작용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사행성 게임기 ‘바다이야기’ 파문이 일었을 때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경품용 상품권은 2005년 8월부터 2006년 6월까지 11개월 동안 26조 7000억원(53억장)이 발행됐다.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는 “인지세를 받는 1만원권 초과 상품권이 지난해 5000만장 발행돼 156억원의 인지세를 징수했다”며 “1만원권 이하 발행규모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지세를 내지 않아 발행규모를 알 수 없는 1만원권 이하 소액 상품권 발행규모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계경 의원은 “불법유통에 따른 탈세와 금융사기 등 신종 범죄 증가, 소비자 보호 효력 미비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거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상품권면의 의무적 기재사항, 지급보증제도, 제3자발행형 상품권 발행자의 인가요건, 정부의 자료요구권 등을 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인지세 걷으면서 관리감독 안 해 = 상품권은 경제주체들 사이의 쌍무계약일 뿐이므로 허가제 도입 등 새로운 규제신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재정경제부 최상목 증권제도과장은 “상품권법 폐지는 경기부양 차원이 아니라 기업활동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며 “기업이 돈을 꾸는 행위의 경우도 규제를 풀어 사채발행 한도를 없애는데 돈을 미리 받고 물건을 파는 행위(상품권)에 대해서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당시 논리였다”고 말했다.
발행업체들도 법률 부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유명 백화점의 상품권 업무 관계자는 “법률로 제한을 두는 것보다 합리적인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관련법 제정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정부가 인지세라는 세금을 걷으면서도 상품권 발행에 대한 관리나 감독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품용 상품권 문제, 상품권을 이용한 유사수신행위 적발 등이 끊이지 않고 정치권에서 상품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기하자 정부도 이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 과장은 “상품권 관리 감독 문제를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화폐금융전문가인 연세대 김학은 교수는 “상품권 발행을 규제하지 않는 것은 국가가 조폐권을 민간에 매도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정연근 고병수 박준규 기자 yg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지난해는 상품권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환전에만 사용되는 경품용 딱지상품권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실에 공급해 전국을 도박광풍에 몰아넣은 업체들이 줄줄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선 정부와 여당은 경품용 상품권을 올 4월 28일까지 아예 없애기로 했다.
유명 백화점이나 제화점이 발행하는 전통적 상품권도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품권 시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본다.
상품 유통을 촉진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기능을 가진 상품권이 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각종 불공정거래 등에 악용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계경 의원(한나라당)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우리나라 상품권의 발행·유통 현황 및 법·제도적 개선방안’이라는 정책자료를 발행해 상품권에서 파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실 관계자도 3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품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하경제와 연결된 고리” = 이들은 지난 99년 상품권 법률이 폐지된 이후 상품권 발행과 유통에 대해 누구도 관리하지 않아 각종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두고 있다.
이계경 의원실 관계자는 “상품권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탈세에 활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상품권 발행 유통이 지하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산업 종합대책으로 연극 전시회관람 등 문화접대비용을 접대비 한도액의 10%까지 손비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절세효과를 노린 기업체에서 문화상품권을 더 많이 소비할 가능성이 있고 이게 상품권 할인 시장에 흘러나와 각종 부작용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사행성 게임기 ‘바다이야기’ 파문이 일었을 때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경품용 상품권은 2005년 8월부터 2006년 6월까지 11개월 동안 26조 7000억원(53억장)이 발행됐다.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는 “인지세를 받는 1만원권 초과 상품권이 지난해 5000만장 발행돼 156억원의 인지세를 징수했다”며 “1만원권 이하 발행규모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지세를 내지 않아 발행규모를 알 수 없는 1만원권 이하 소액 상품권 발행규모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계경 의원은 “불법유통에 따른 탈세와 금융사기 등 신종 범죄 증가, 소비자 보호 효력 미비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거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상품권면의 의무적 기재사항, 지급보증제도, 제3자발행형 상품권 발행자의 인가요건, 정부의 자료요구권 등을 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인지세 걷으면서 관리감독 안 해 = 상품권은 경제주체들 사이의 쌍무계약일 뿐이므로 허가제 도입 등 새로운 규제신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재정경제부 최상목 증권제도과장은 “상품권법 폐지는 경기부양 차원이 아니라 기업활동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며 “기업이 돈을 꾸는 행위의 경우도 규제를 풀어 사채발행 한도를 없애는데 돈을 미리 받고 물건을 파는 행위(상품권)에 대해서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당시 논리였다”고 말했다.
발행업체들도 법률 부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유명 백화점의 상품권 업무 관계자는 “법률로 제한을 두는 것보다 합리적인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관련법 제정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정부가 인지세라는 세금을 걷으면서도 상품권 발행에 대한 관리나 감독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품용 상품권 문제, 상품권을 이용한 유사수신행위 적발 등이 끊이지 않고 정치권에서 상품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기하자 정부도 이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 과장은 “상품권 관리 감독 문제를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화폐금융전문가인 연세대 김학은 교수는 “상품권 발행을 규제하지 않는 것은 국가가 조폐권을 민간에 매도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정연근 고병수 박준규 기자 yg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