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린즈의 초대소는 라사의 숙소보다 훨씬 좋았다. 수도꼭지만 틀면 따뜻한 물이 쫙 나온다. 너무 기분이 좋아 팁으로 5위안을 놓았다.
며칠 세수도 안한 것 같은 주방장이 내어놓은 정말 형편없는 아침, 멀건 죽과 찐계란, 만두 몇 개를 먹고 출발. 아침에 일기예보를 보니 티벳동부에 눈이 온다고 하는데, 오늘 5000고지를 다시 넘어야 하는데 괜찮을까? 따슝과 기사는 걱정말란다.
오늘은 볼 거리가 별로 없어 ‘티벳스러운’ 풍경이 있는 곳에 차를 세워달라고 기사에게 미리 부탁했다. 기사는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무조건 차를 세운다.
야크들이 떼를 지어 풀을 뜯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목동인 듯한 장족 여인이 다가온다. 콧물이 줄줄 흐르는데 닦을 생각도 않고, 그렇다고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다. 사진을 한 장 찍겠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히힝’하고 웃는다.
따슝이 10원을 내밀자 냉큼 받는다. 돈 받는데 익숙한 표정이다. 맞아 돈이 열쇠지. 기사 왈 “그래도 저 여인은 순박한 사람”이란다. 다른 사람들은 사진 찍자면 손 내밀며 ‘돈 먼저내라’고 한단다.
돈이 장족을 개종시키는 현장을 여러차례 만났지만, 왠지 티벳스러움이 망가지는 것 같아 속 한켠이 허전했다. 티벳이 계속 ‘은둔의 땅’으로 남아있길 기대하는 심뽀 자체가 어쩌면 이기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종교와 관련한 티벳인들의 삶은 경이 그 자체다. 오는 길목에서 오체투지로 성지 라사를 향하는 순례자들을 만났다. 먼지와 돼지·양·야크떼, 그리고 난폭운전 차량이 질주하는 저 먼지길에서 한걸음 옮기고 한번 오체투지를 한다. 아직 라사까지 20여km는 족히 남았을텐데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 저 사람들에게 종교가 도대체 뭘까?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직 티벳은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시장경제가 내부까지 스며들고 저 세대가 사라지면 저런 풍습도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라사 숙소로 도착한 후 따슝과 따사오에게 오늘 저녁 술은 내가 한잔 사겠다고 요청했다. 내일이면 북경으로 떠나니 그동안 엘지직원이라고 속인 것을 털어놓아야 한다. 그냥 끝까지 안밝힐 수도 있지만 이들이 내게 베푼 친절을 생각하면 못할 짓이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 전 미리 어떤 말을 해야 할지를 정리했다. ‘오늘 내가 술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어쩌구. 생각은 정리했는데 문장을 만들려고 보니 도무지 ‘살 수밖에 없는’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베이징으로 전화. 아는 조선족 친구에게 물었더니 몇가지 표현을 알려준다. 이렇게 쉬운데. 참 내 중국어 실력이라니.
저녁 원래 식사를 하려던 곳이 문을 닫았다. 손님이 없어 내년 봄에 다시 연단다. 다른 곳을 옮겨 준비된 말을 꺼내니 오히려 ‘괜찮다’고 나를 위로한다. 정말 미안한 마음에서 벌주를 한잔 청했다. 술고래 따슝 대신 따사오가 오히려 나의 머쓱함을 달래려고 술을 권하고 한다.
숙소로 돌아와 이빨을 닦고 있는데 샤오치우가 문을 두드린다. 나갔더니 자기네 방으로 오란다. 맥주를 한박스나 사놓고 기다리고 있다. 과일도 종류별로 사놓았다. 흥겨운 기분에 2차. 다시 북경에 오면 반드시 연락을 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한다. 정말 서로 연락할 일이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건 이날은 ‘한가족’ 같았다.
성이 꾸어(郭)인 따슝은 건설회사를 경영하고 있단다. 얘기 하는 폼으로 보아 꽤 큰회사인 것 같다.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다고 은근히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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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세수도 안한 것 같은 주방장이 내어놓은 정말 형편없는 아침, 멀건 죽과 찐계란, 만두 몇 개를 먹고 출발. 아침에 일기예보를 보니 티벳동부에 눈이 온다고 하는데, 오늘 5000고지를 다시 넘어야 하는데 괜찮을까? 따슝과 기사는 걱정말란다.
오늘은 볼 거리가 별로 없어 ‘티벳스러운’ 풍경이 있는 곳에 차를 세워달라고 기사에게 미리 부탁했다. 기사는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무조건 차를 세운다.
야크들이 떼를 지어 풀을 뜯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목동인 듯한 장족 여인이 다가온다. 콧물이 줄줄 흐르는데 닦을 생각도 않고, 그렇다고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다. 사진을 한 장 찍겠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히힝’하고 웃는다.
따슝이 10원을 내밀자 냉큼 받는다. 돈 받는데 익숙한 표정이다. 맞아 돈이 열쇠지. 기사 왈 “그래도 저 여인은 순박한 사람”이란다. 다른 사람들은 사진 찍자면 손 내밀며 ‘돈 먼저내라’고 한단다.
돈이 장족을 개종시키는 현장을 여러차례 만났지만, 왠지 티벳스러움이 망가지는 것 같아 속 한켠이 허전했다. 티벳이 계속 ‘은둔의 땅’으로 남아있길 기대하는 심뽀 자체가 어쩌면 이기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종교와 관련한 티벳인들의 삶은 경이 그 자체다. 오는 길목에서 오체투지로 성지 라사를 향하는 순례자들을 만났다. 먼지와 돼지·양·야크떼, 그리고 난폭운전 차량이 질주하는 저 먼지길에서 한걸음 옮기고 한번 오체투지를 한다. 아직 라사까지 20여km는 족히 남았을텐데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을까. 저 사람들에게 종교가 도대체 뭘까?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직 티벳은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 시장경제가 내부까지 스며들고 저 세대가 사라지면 저런 풍습도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라사 숙소로 도착한 후 따슝과 따사오에게 오늘 저녁 술은 내가 한잔 사겠다고 요청했다. 내일이면 북경으로 떠나니 그동안 엘지직원이라고 속인 것을 털어놓아야 한다. 그냥 끝까지 안밝힐 수도 있지만 이들이 내게 베푼 친절을 생각하면 못할 짓이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 전 미리 어떤 말을 해야 할지를 정리했다. ‘오늘 내가 술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어쩌구. 생각은 정리했는데 문장을 만들려고 보니 도무지 ‘살 수밖에 없는’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베이징으로 전화. 아는 조선족 친구에게 물었더니 몇가지 표현을 알려준다. 이렇게 쉬운데. 참 내 중국어 실력이라니.
저녁 원래 식사를 하려던 곳이 문을 닫았다. 손님이 없어 내년 봄에 다시 연단다. 다른 곳을 옮겨 준비된 말을 꺼내니 오히려 ‘괜찮다’고 나를 위로한다. 정말 미안한 마음에서 벌주를 한잔 청했다. 술고래 따슝 대신 따사오가 오히려 나의 머쓱함을 달래려고 술을 권하고 한다.
숙소로 돌아와 이빨을 닦고 있는데 샤오치우가 문을 두드린다. 나갔더니 자기네 방으로 오란다. 맥주를 한박스나 사놓고 기다리고 있다. 과일도 종류별로 사놓았다. 흥겨운 기분에 2차. 다시 북경에 오면 반드시 연락을 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한다. 정말 서로 연락할 일이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건 이날은 ‘한가족’ 같았다.
성이 꾸어(郭)인 따슝은 건설회사를 경영하고 있단다. 얘기 하는 폼으로 보아 꽤 큰회사인 것 같다.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다고 은근히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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