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익은 우리 익은 말 글쓰기에 좋은 말글 사전
김준영 지음
학고재 / 1만5000원
옛사람이 쓰던 친숙한 그 말
대감 친구, 산삼 재상…. 언뜻 낯설고 귀에 설지만 곰곰 생각하면 무슨 뜻인지 와 닿는다. 대감(이) 친구(라고 허세 부리는 이)와 산삼(으로) 재상(자리를 산 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해낼 수 있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사내 보쌈 당했다, 샛서방이 강짜한다, 벼락불에 볶은 콩 팔아먹듯 한다….
모두가 고사성어다. 흔히 고사성어라 하면 중국의 옛 사람이 한 말이나 중국의 역사상 사건 또는 중국 문헌에 기록된 설화에서 이루어진 말 등 ‘중국’만 떠올린다. 우리 선인들의 그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또 그렇게 취급하지도 않는다.
고사성어는 익은 말이다. 입에 익고 귀에 익은 친숙한 말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 고사성어는 멀게만 느껴진다. 국어학자 김준영(전북대학교 명예교수)은 “학자들이 같은 말이라도 우리말로 표현하면 사상성이 없는 하찮은 말로 여기고 한자어로 표현하면 뜻이 깊은 말처럼 여기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그래서 우리 것은 ‘문헌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김준영이 그 ‘문헌’ 만들기에 도전했다. 오랜 세월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익숙해진 말들을 정리해 ‘토종 말글 사전’을 펴냈다.
좋은말 358가지를 정리하기까지 30여년이 걸렸다. 아흔을 바라보는 노학자는 “우리말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며 “익은 말들을 십분 활용해 풍부한 언어생활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익은말은 생생하면서 박자와 가락이 있다. 저자의 조언대로 말맛이 살아있는 글쓰기에 좋은 재료다. 더불어 익은말에는 그 말이 생겨난 배경이 되는 설화나 역사적 사건이 따른다. 때로는 우습기 그지없고 때로는 조금 서글프기도 한 배경 이야기들이 있어 책장을 슬슬 넘기기만 해도 술술 읽힌다. 그래도 기억에 박히니 ‘익은말’이라 그렇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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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지음
학고재 / 1만5000원
옛사람이 쓰던 친숙한 그 말
대감 친구, 산삼 재상…. 언뜻 낯설고 귀에 설지만 곰곰 생각하면 무슨 뜻인지 와 닿는다. 대감(이) 친구(라고 허세 부리는 이)와 산삼(으로) 재상(자리를 산 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해낼 수 있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사내 보쌈 당했다, 샛서방이 강짜한다, 벼락불에 볶은 콩 팔아먹듯 한다….
모두가 고사성어다. 흔히 고사성어라 하면 중국의 옛 사람이 한 말이나 중국의 역사상 사건 또는 중국 문헌에 기록된 설화에서 이루어진 말 등 ‘중국’만 떠올린다. 우리 선인들의 그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또 그렇게 취급하지도 않는다.
고사성어는 익은 말이다. 입에 익고 귀에 익은 친숙한 말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 고사성어는 멀게만 느껴진다. 국어학자 김준영(전북대학교 명예교수)은 “학자들이 같은 말이라도 우리말로 표현하면 사상성이 없는 하찮은 말로 여기고 한자어로 표현하면 뜻이 깊은 말처럼 여기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그래서 우리 것은 ‘문헌에 거의 남아있지 않다’. 김준영이 그 ‘문헌’ 만들기에 도전했다. 오랜 세월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익숙해진 말들을 정리해 ‘토종 말글 사전’을 펴냈다.
좋은말 358가지를 정리하기까지 30여년이 걸렸다. 아흔을 바라보는 노학자는 “우리말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며 “익은 말들을 십분 활용해 풍부한 언어생활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익은말은 생생하면서 박자와 가락이 있다. 저자의 조언대로 말맛이 살아있는 글쓰기에 좋은 재료다. 더불어 익은말에는 그 말이 생겨난 배경이 되는 설화나 역사적 사건이 따른다. 때로는 우습기 그지없고 때로는 조금 서글프기도 한 배경 이야기들이 있어 책장을 슬슬 넘기기만 해도 술술 읽힌다. 그래도 기억에 박히니 ‘익은말’이라 그렇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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