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경 칼럼>‘너흰 정말 아니야’(2006.12.27)

지역내일 2006-12-26
‘너흰 정말 아니야’


이해의 마지막 주를 맞으면서 ‘너흰 정말 아니야’하는 느낌이 밑도 끝도 없이 불쑥불쑥 떠오른다. 다 알듯이 민중 작곡가 윤민석의 히트 곡 제목인데 2004년 촛불시위가 한창일적 시민들의 가슴을 적시던 가락이다. 왜 이 노래 가락이 왜 지금 떠올랐을까. 보수 메디아들은 말할 나위 없고 정치의식 미분화 계층마저 입만 열면 대통령 노무현을 헐뜯는 풍조가 만연되는 이 세월의 덧없음에 내 나름의 감상(感傷)일는지 모르겠다.
12월 21일에 있었던 고건 국무총리 발탁은 실패작이란 발언을 빌미로 하여 노무현 대통령 때리기는 절정에 달한 듯한데 보수 메디아의 대통령비방 키워드의 하나는 “막말”이다. 대통령이 “막말”을 내뱉음으로써 나라 안이 시끄럽다는 투다. 이런 와중에서 노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 석상 “대통령이 할 말은 한 것 같은데 표현 과정에서 좀 절제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이리저리 시비에 휘말려…. 여러분 보기 민망하다”는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그 자신이 인정했듯이 노 대통령의 즉석연설은 회수와 빈도뿐만이 아니라 그 내용과 강도에 있어서 전임자들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출하다. 때로는 아니해도 될 말을 하는가 하면 ‘아! 저런 말은 앞뒤 계산을 하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건데, 대단한 결단이 군’ 하는 찬탄 불금의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간에 대통령의 말이 시비를 몰고 온 것은 사실이나 보수 메디아들이 즐겨 갖다 부치는 ‘막말’운운을 그 자체가 막말이다. 사전에 나오는 ‘막말’의 정의는 “함부로 지껄이는 말. 혹은 속되게 마구잡이로 하는 말”로 돼있다.
단도직입하여 민주국가에서 ‘침묵은 금’이라는 서양 격언은 <해당 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제왕이나 절대 권력의 집권자라면 몰라도 민주국가의 최고 정치 지도자는 말로 국민과 의사소통을 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말을 충분히 하지 않고도 국민을 이끌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초법적인 권력기관들을 동원하여 반대 계층 내지 반대자들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이 그 하나이고 다른 쪽으로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매스컴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게 둘째다. 원했건 원치 않았던 간에 노무현 정부는 이 두 가지 방식 모두가 봉인된 상태로 출범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인 고건 전 총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언급이 ‘막말’인지를 가려보자. 고건 전 총리가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자라는 것은 공지의 일이며 단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을 뿐이다. 노대통령의 발언 요지는 정부 출범당시 개혁과 보수로 양분되는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매개인물로 보고 그를 선택했는데 그런 기대가 어긋났다는 것이 발언의 요지라고 나는 이해했다. 표현이 거칠었는지는 알 수 없으되 이것은 요새말로 하여 콘텐츠가 있는 훌륭한 메시지다. 고 건씨의 국무총리 발탁은 당시에 이미 개혁의 본격적 시동을 걸기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행정의 달인="">이라는 세간의 말은 무색 무취의 중성적 평가라 하더라도 그가 아주 매끈하게 포장된 이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는 어느 직업 관료도 추종을 불허한다. 박정희 군사정권으로부터 김대중 국민정부에 이르기 까지 몇 차례의 걸친 정변을 거치면서도 큰 상처를 입지 않고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는 것은 단순한 관운에 그치지 않고 그만이 간직한 신비스러운 능력을 가리키는 것으로 비쳤다. 정변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간 요직을 유지한 역사상의 인물로는 프랑스의 조셉 푸세(Joseph Fouche 1759-1820)가 꼽히는데 그는 대혁명 시 급진파로 출발하여 나폴레옹 집권기간은 물론이고 왕정복고 이후까지 경찰장관을 역임했다. 그러나 푸세와 고건의 차이는 전자가 정권교체시의 장막 뒤에서 암약한 존재인데 반하여 후자는 그런 지모를 발휘한 흔적은 없다. 하지만 고건 씨가 이해가 상충나는 계층간의 통합을 모색할 적임자로 보기에는 어딘가 미흡하다. 그러므로 노무현 대통령의 <고건 실패론="">은 따지고 들어가면 그자신이 고건 씨를 잘못 보았던 과오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겠다.
얼마 전 타계한 전두환 쿠데타 시의 대통령 최규하 씨가 아무런 증언을 남기지 않은 것에 비추어 보면 비록 시비의 씨앗이 될지언정 대통령으로서 느끼고 생각했던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이런 증언은 뒷날의 민주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면 됐지 해로울 것은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무릇 대통령은 행정가가 아니고 큰 정치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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