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처음열린 남북간 교류통로 지키는 특별한 보람”
부제 : 모든 방북 차량, 대장이 직접경호 군사분계선까지 안내
“우발상황 남북관계 파장 없도록 초기조치 철저”
“통일되면 이 철책문이 기념물 되겠지요”
“대북 차량이 옵니다!”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을 끊고 그 자리에 만든 철책관문을 지켜 선 박일권 병장의 입에서 힘찬 구령이 터졌다. 개성방향에서 골재를 가득실은 트럭 10여대가 터널을 통과해 남쪽으로 서서히 접근해왔다. 박 병장과 김성민 일병은 절도있는 동작으로 철책문을 열었다. 하루 10여차례 열리는 남북간 경의선도로를 선두의 경호차량이 통과하는 순간, 엄숙한 긴장감이 흘렀다. 개성을 오가는 모든 차량은 경의선경비대 김용일 대장과 문정곤 부대장이 선두에서 경호차량을 타고 군사분계선까지 안내와 경호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다.
일반 군부대와 달리 경의선경비대(대장 김용일 대위)는 남북간 경계를 넘나드는 차량과 사람들에 대한 검문검색과 경비 등 모든 군사적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며, 평시 남북관리구역내 경비초소 운용, 철도ㆍ도로 및 출입인원 통제 등 경의선을 책임지고 있는 부대다. 경의선 경비대는 2004년 육군전진부대(1사단) 산하에 창설됐다. 6·25때 38선을 처음 돌파했던 전진부대가 지금은 남북소통로의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경의선경비대는 남측 출입경사무소(CIQ)로부터 군사분계선(MDL)까지에 이르는 개성공단으로 가는 최전방의 차량과 인력소통을 관리한다. 약 40여명의 장병으로 구성돼 있다. 북쪽경비대 초소와 육안으로 마주보는 거리까지 경비대 초병이 선다.
소통을 관리하는 임무 때문에 적대적 방어만 하는 경비업무와는 다른 점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김명윤 일병은 “북쪽 경비초소의 인민군 병사가 육안으로 식별되기도 하지만, 상호협정상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기로 돼 있어 규정을 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민 일병은 “마주보는 인민군 병사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는 건 근무의 기본자세”라고 말했다.
4월이면 전역하는 김진욱 병장은 “첫 근무때에 비해 물자와 사람소통량이 늘고 있는 건 개성공단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북한의 핵실험 후에도 특별한 이상징후 없이 꾸준히 물자와 인력의 소통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박일권 병장은 멕시코 영주권을 가진 채 자진 입대했는데, 남북소통로를 경비하는 특별한 경험을 소중히 생각했다. 그는 “아버지가 인근 3사단에서 장교로 전역했기 때문에 조국에 대한 병역의무를 강조하셨다”면서 “통일이 되면 자식들과 함께 이 길을 따라 북한을 가고 싶고, 그때쯤이면 이 철책문이 기념물이 되어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의선경비대는 단순방어가 아닌 소통에 따른 우발상황 발생을 가상해 특별한 경계지침을 가지고 있다. 김용일 대장은 “우발상황은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관계에 불필요한 파장이 생기지 않도록 초기에 명확히 책임을 가릴 수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생동물을 향한 사격이 금지돼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즉각 증거수집을 통해 잘잘못을 밝힘으로써 불필요한 확대해석을 막는 식이다.
경비대 부대장인 문정곤 중위는 “경의선 경비대원은 ‘천하제일’ 전진부대원 가운데에서도 특수임무에 맞는 병사를 엄격히 선발해 배치한다”면서 “우리 경비대의 임무는 빈틈없는 경계태세로 한치의 허점을 보이지 않도록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의선경비대원들은 “이 길은 남북을 오가는 마지막 길이 아닌 이제 처음 열린 길목”이라는 시적인 표현으로 자신들의 임무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진병기 허신열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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