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외길 경영학자와 경영학도 지망 고교생이 나눈 ‘아름다운 경영학 이야기’

“고교생이 던진 기업가정신서 우리사회 밝은 미래 읽었다”

지역내일 2007-01-10
조동성 서울대 교수, 한 여고생이 보내온 편지 소개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마지막날 주위의 지인들에게 색다른 내용이 담긴 송년이메일을 보냈다. 조 교수는 “1년을 마무리하는 이때 신변잡사를 말씀드리는 것보다 이 편지가 더 의미있는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한 여고생이 보내온 편지를 소개했다.
그는 ‘김현미’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고생이 보내온 편지를 읽고는 “순간적으로 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영학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지 않았을 김 양이 40년동안 경영학 외길을 걸어온 자신에게 경영학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끼게 해 줬다는 것.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던 지난 67년이후 ‘내가 과연 경영학을 잘 선택했는가’에 몇 차례 고민하기도 하고 다른 분야를 공부하면서 경영학에 거리를 두기도 했다”며 과거 방황기를 설명하면서 “김 양의 단호한 마음의 자세를 담아 보내온 편지는 40년전에 선택한 경영학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단서를 제공해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양이 인용한 피터드러커의 글을 소개하면서 “김 양은 촌철살인같은 글을 선택인용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은 기계가 하지만) 사람을 관리하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는 문장 뒤에 이어진 “윤리적인 기업가가 되겠다”는 김 양의 다짐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그는 단적으로 “우리사회의 밝은 미래를 읽었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 교수는 답장에서도 김 양이 인용한 피터 드러커의 문장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평화와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그 반대인 전쟁과 불행을 해소해서 얻는 수 있는 데 전쟁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탈취하려는 행위이므로 (이 보다는) 원하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 전쟁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고 궁극적으로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라며 상생의 의미와 진정한 기업가의 길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의 경영학 연구가 이익이라는 획일적 목적으로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며 “경영학이란 학문은 미래를 준비하게 해주고 세상을 풍요롭게 해 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김 양과 같은 젊은이들이 있는 우리나라는 무한한 미래가 펼쳐져 있어 정말 멋있는 나라”라며 “윤리적 경영자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편지를 쓴 김현미 양은 현재 전주에 있는 호남제일여고 3학년생으로 논술준비에 한창이다. 그녀는 중학교 1학년 때 “사람을 관리하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에 경영학도의 길을 꿈꾸게 됐다고 소개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피터 드러커의 저서들을 탐독하며 꿈을 키워갔다. 그녀는 “목표로 삼은 것을 위해 불안하지만 용기를 갖고 도전하려고 한다”며 “피터드러커가 말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윤리적인 기업가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경영 경제관련 책에 관심을 가졌고 읽다보니 이런저런 의문도 생겨 관심이 더 많아졌다”며 “기회가 생겨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 싶다”고 덧붙였다.
1909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피터 드러커는 60여년동안 40여권에 달하는 저서를 남긴 경영학자이면서 미래학자였다. 그는 낡은 경영학에서 헤매는 현재와 미래의 경영자, 그리고 경영학자들에게 쉼없이 채찍질을 가했다. 39년에 처음 쓴 ‘경제인의 종말’을 시작으로 ‘경영의 실제’ ‘단절의 시대’ ‘새로운 현실’ ‘프로페셔널의 조건’, ‘미래경영’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고착화된 질서가 깨지고 변화할 미래상을 청사진처럼 보여줬다. 특히 최근 저서인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주=이명환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학생의 편지
“윤리적인 기업가에 불안하지만 도전하겠다”
김현미 학생 호남제일여고 3학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저는, 경영학과 진학을 꿈꾸는 고등학생입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교수님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우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진이 너무 자상하게 보이셔서 저도 모르게 홈페이지까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아직 경영학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고 이 곳에 올라와 있는 단어들이 낯설기만 합니다. 제가 경영학과에 마음을 두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일입니다. 앞으로는 모든 일을 기계가 할 수 있을 텐데, 사람을 관리하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저는 이 말이 너무 좋아서 경영인을 꿈으로 품게 되었습니다. 무작정 경영학과를 마음에 품은 후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중 어느날 피터 드러커의 저서를 읽었습니다.
“기업가 정신은 현재 시점에서 장래를 선취하는 정신이다.”
“훌륭한 내일을 창조하기 위해서 오늘의 안정적 상태를 주체적이며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창조적 파괴가 기업가의 역할이다.”
“경영, 역사상 처음으로 한 개인이 여러 기술과 지식을 가진 생산적인 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조직에 모으고, 그들이 함께 작업하는 과업을 가능하게 해준 이 실용적 지식은 20세기가 만든 혁신이다.”
“불안하지만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암흑 속의 미래에 자신을 일부러 던져 넣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어느 책에 나왔던 것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너무 멋있어서 한구절 한구절 외었는데 지금도 이런 문장을 떠올리면 열정(?)같은 것이 생깁니다.
제가 교수님께서 계신 서울대학교에 진학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목표로 삼은 것을 위해 불안하지만 용기를 갖고 도전하려고 합니다. 정말, 피터 드러커가 말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윤리적인 기업가가 되고싶습니다.
아…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생의 다짐, 이야기,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06년 12월 30일

교수의 답장
“원하는 것을 빼앗지 말고 창조해야”
조동성 교수 서울대학교

경영학의 아름다움을 찾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김현미 양, 오늘 아침 김양의 편지를 보면서 세상이 갑자기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편지를 보내온 김양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김양의 편지를 받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김양이 보내온 편지를 보고서도 경영학을 공부해서 경영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기업가 정신은 현재 시점에서 장래를 선취하는 정신이다.”
“훌륭한 내일을 창조하기 위해서 오늘의 안정적 상태를 주체적이며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창조적 파괴가 기업가의 역할이다.”
“경영, 역사상 처음으로 한 개인이 여러 기술과 지식을 가진 생산적인 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조직에 모으고, 그들이 함께 작업하는 과업을 가능하게 해준 이 실용적 지식은 20세기가 만든 혁신이다.”
“불안하지만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암흑 속의 미래에 자식을 일부러 던져 넣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김양이 인용한 피터 드러커의 문장 하나하나를 입속에서 되뇌면서, 경영에 대한 사랑, 그리고 경영자에 대한 경외심이 가슴속에서 다시 한번 불길처럼 솟구치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경영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고 대학에 진학한 해가 1967년이니, 내년이면 꼭 40년이 됩니다. 그동안 “내가 과연 경영학을 잘 선택했는가”에 대해서 몇 차례 고민하기도 하고, 한 동안은 다른 분야를 공부하면서 경영학에 대해서 거리를 두기도 했습니다만, 그때마다 경영학으로 다시 돌아와서 결국 이렇게 긴 시간을 경영학이란 한 분야에 (소위 요즈음 말로) 올-인 (all-in)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경영학에 대해서 저도 여러가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느낌 중 꽤 여러가지를 책이나 논문으로 발표하거나, 시론으로 써서 신문에 게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편지 형태로 해서 이 홈페이지에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 김양이 상큼한 문체로 경영학에 대한 김양의 단호한 마음의 자세를 담아 보내온 편지는 그동안 제가 만났던 어떤 글보다도 40년전에 선택한 경영학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단서를 제공해주었습니다.
그동안 경영학에 대한 연구를 해오면서 경영학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학문이라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경영학의 연구대상인 ‘기업’만 해도 제 책 ‘21세기를 위한 경영학’에 정리한 바와 같이 생산중심 조직에서 마케팅중심 조직으로, 그 다음으로는 인간중심 조직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조직으로 진화할지 모릅니다. 또 지금까지의 경영학 연구가 이익이라는 획일적 목적으로 지나치게 경도되어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학이란 학문은 우리 모두 한발자국 한발자국 나아가고 있는 방향인 미래를 준비하게 해주고,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해서 세상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와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그 반대인 전쟁과 불행을 해소함으로써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전쟁은 삶에서 부족한 것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내는 대신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탈취하려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원하는 것을 창조하는 기업이야말로 전쟁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고, 궁극적으로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 표현은 김양의 편지를 보면서 떠오른 몇가지 생각 중 하나입니다만, 앞으로 김양의 편지를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리라는 기분좋은 느낌을 받습니다.
오늘, 깊이 있으면서도 감성적인 편지를 보내준 김양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하며, 앞으로 김양이 원하는 경영학 공부를 마음껏 해서 우리 세상을 더 밝게 해주고 세상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주는 “윤리적인 경영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양과 같은 젊은이들이 있는 우리나라는 정말 멋있는 나라입니다. 무한한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2006년이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머리를 들어 미래를 내다보면서, 하루 하루 내일을 위해 의미있는 삶을 조각하고, 멋있는 삶을 그려나갑시다. 새해에는 모든 사람이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디자인합시다. 김양의 편지를 읽고 다시 한번 뜨거운 피가 솟구치는 가슴을 느끼며, 2006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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