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투자신탁증권이 삼성증권과의 합병을 빌미로 대구 본사를 서울로 옮기려 하고 있다.
지난 98년 4월, 동양투자신탁을 인수한지 2년 여 만이다.
IMF 이후 대동은행, 대구 및 경일종금 등 지역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사라진데
이어 89년 지역 상공인 및 시·도민들이 주축이 돼 탄생시킨 삼성투신마저 문을 닫게 돼 지
역 금융기반은 더욱 열악해지게 됐다.
최대증권사의 꿈…합병으로 이뤄
올 들어서는 대한투신 및 한국투신은 공적자금, 현대투신은 외자유치를 통해 부실을 각각
해결키로 함에 따라 삼성투신도 삼성증권과의 합병이란 방법으로 부실을 털 것이란 관측이
대두됐다.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의 합병은 전신인 동양투신이 삼성그룹에 인수된 98년 이후 꾸준히 제
기됐다. 우선 양 사간 업무 중복으로 비용이 과다 발생해 이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합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기에다 양사가 합병될 경우 점포수가 140개에 이른다. 영업망이 강화되는 등 국내 최대
증권사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도 합병요인으로 손꼽혔다. 종합금융사를 꿈꾸는 삼성 그룹이
전략적 측면에서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의 합병을 추진하게 됐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
다.
지역연고 앞세운 대구진출…물 밑에서 이루어진 부분 이전
지난 98년 동양투신을 인수할 당시, 삼성은 지역연고를 내세웠다.
IMF 관리체제 이후 청구, 우방의 잇단 부도로 동양투신이 위기를 맞게 되었다. 마땅한 인
수자를 찾고 있던 지역 상공인들과 시민들은 삼성의 인수방침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곧 이어 시행된 증자에도 적극 참여, 삼성투신에 힘을 실어 주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수탁고가 11조 57억 원인 삼성투신은 여신 기능은 없으나 지역기업의 회
사채 매입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일정부분 기여해왔다.
그러나 삼성투신의 본사 이전설은 영남종금 영업정지를 전후해 꾸준히 나돌기 시작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삼성투신은 지난해말 까지 회사의 주요 부서들을 순차적으로 수도
권본부로 옮겨갔다.
수도권본부에다 영업기획팀, 상품관리팀, 신마케팅팀, 전략홍보 팀, 경영기획팀, 리스크관리
팀, 특별법인 1, 2, 3부 등 핵심 부서를 포진시킨 것이다.
반면 대구 본사엔 총무팀, 인사팀, 감사팀, 정보지원팀 등 지원부서만 남겨 두었다. 본사 주
소지가 대구에 있을 뿐 실제로는 본사가 벌써 서울로 옮겨갔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
이다.
떠날땐 시장논리 앞세 운 삼성
삼성투신은 지난 4월말 재무관리팀 중 자금관리부분을 서울 수도권본부로 이동시키면서 당
좌계정을 서울로 옮겼다.
이는 주거래 창구가 대구에서 서울로 바뀌었고 수도권본부가 삼성투신의 자금운용을 총괄
케
됐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당시 삼성투신 관계자는 본사 이전설에 대해 "당좌계정을 서울로 옮기고 영업과 관련된 일
부 부서들이 수도권본부에 있는 것은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 및 업계와의 업무 특성상 부
득이한 조치"라고 해명과 함께 "서울로 본사를 옮기려면 새로 사옥을 마련해야 하는 등 부
담이 커 이전에 따른 실익이 없다" 며 서울행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투신과 삼성증권이 지난 8일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오는 12월1일쯤 합병을
결의했다. 피합병기관인 삼성투신이 퇴출되는 운명을 맞는 순간이다.
“삼성투신이 지역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으로 자리잡기가 어려운데다 투신전문사로 가야 한
다는 그룹차원의 전략에 맞물려 합병될 수밖에 없었다”고 삼성투신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투신과 합병되는 삼성증권은 영업점 포수 140개의 초대형 증권사가 된다.
삼성투신 한 관계자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합병작업이 당
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서는 장사 못한다
삼성투신의 합병에 따른 본사 이전은 기정사실이다. 정보 및 인프라 부재인 대구의 지역적
한계를 안고선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삼성투신이 합병으로 본사가 이전되면 지역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역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져 자금난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연간 수 억 원에 이르는 각종 세금납부 및 인력충원도 대구에서 서울로 옮겨짐에 따라
이에 따른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방사태로 가뜩이나 위축된 시·도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지역 상공인과 시민들이 만든 금융기관이 없어진다는 현실과 삼성이 경제논리에
앞서 지역 출신으로 뭔가를 베풀어 줄 것으로 믿었던 지역민들은 심한 배신감에 휩싸여 있
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동양투신 인수당시 투신전문기관으로 기업 운영 방향을 설정했지만 2
년 새 금융환경이 너무 나빠져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금융업은 정보 획득이 생명인데 대구엔 이와 관련된 인프라가 전혀 구
축돼 있지 않아 꼭 한 박자씩 늦었으며 이에 따른 영업 손실이 많았다”고 토로하면서 “기
업이 손해 보면서 장사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조금씩 고개드는 ‘합병 시나리오’
삼성은 삼성증권이라는 금융회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삼성이 지난 98년, 업무성격이 유사
한
동양투신을 인수했으며 그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은 당시 투신전문과 주식전문회사로 키워 나가겠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합병이라는 결과
를 낳고 우리 나라 최대 점포망을 가진 대형 금융사로 거듭나게 됐다.
이 때문에 사전에 짜여진 각본이 아니였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삼성투신은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삼성투신 관계자는“앞으로 대형 증권사로 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제와 현재 대구에서
의 영업 활동 부진 등 금융환경 변화가 합병의 원인이었을 뿐 절대 시나리오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망하는 지역민
삼성의 ‘치고 빠지기’ 식 전략은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5월 삼성물산은 홈플러스 지분
을 영국계 기업 테스코에 넘겼다. 현재 지분를은 삼성 20대 테스코 80이다. 이때 삼성의 논
리는 다 점포망 확립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것 이였다.
지역민의 대대적인 환영 속에 들어왔던 삼성상용차는 프랑스 르노사 인수가 거의 확실하며
시기만 남았다.
삼성투신 역시 증권사 대형화 논리에 밀려 합병되는 처지에 놓였고 조만간 흔적도 없이 사
라진다.
지역민들은 삼성의 지역 진출에 대해 지금까지 매우 우호적 이였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삼성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연고를 앞세운 마케팅 전략으로 교두보를 확보하고 성장시킨 뒤 냉정한 시장논리를 따
라 짐을 챙겨 가는 형국이었다. 지역 출신 기업으로써의 베품은 거의 없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대구시나 시민들이 삼성에 매달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입을 뗀
뒤 “그들(삼성)이 내세우는 지역연고는 철저한 마케팅 전략에 지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
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삼성이 왜 망해 가는 지역 기업을 위해 대출해 주거나 손해 보면서 장사하겠는
가”라고 반문하며 “삼성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이라는 사실을 각인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태 기자 youst@naeil.com
지난 98년 4월, 동양투자신탁을 인수한지 2년 여 만이다.
IMF 이후 대동은행, 대구 및 경일종금 등 지역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사라진데
이어 89년 지역 상공인 및 시·도민들이 주축이 돼 탄생시킨 삼성투신마저 문을 닫게 돼 지
역 금융기반은 더욱 열악해지게 됐다.
최대증권사의 꿈…합병으로 이뤄
올 들어서는 대한투신 및 한국투신은 공적자금, 현대투신은 외자유치를 통해 부실을 각각
해결키로 함에 따라 삼성투신도 삼성증권과의 합병이란 방법으로 부실을 털 것이란 관측이
대두됐다.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의 합병은 전신인 동양투신이 삼성그룹에 인수된 98년 이후 꾸준히 제
기됐다. 우선 양 사간 업무 중복으로 비용이 과다 발생해 이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합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기에다 양사가 합병될 경우 점포수가 140개에 이른다. 영업망이 강화되는 등 국내 최대
증권사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도 합병요인으로 손꼽혔다. 종합금융사를 꿈꾸는 삼성 그룹이
전략적 측면에서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의 합병을 추진하게 됐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
다.
지역연고 앞세운 대구진출…물 밑에서 이루어진 부분 이전
지난 98년 동양투신을 인수할 당시, 삼성은 지역연고를 내세웠다.
IMF 관리체제 이후 청구, 우방의 잇단 부도로 동양투신이 위기를 맞게 되었다. 마땅한 인
수자를 찾고 있던 지역 상공인들과 시민들은 삼성의 인수방침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곧 이어 시행된 증자에도 적극 참여, 삼성투신에 힘을 실어 주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수탁고가 11조 57억 원인 삼성투신은 여신 기능은 없으나 지역기업의 회
사채 매입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일정부분 기여해왔다.
그러나 삼성투신의 본사 이전설은 영남종금 영업정지를 전후해 꾸준히 나돌기 시작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삼성투신은 지난해말 까지 회사의 주요 부서들을 순차적으로 수도
권본부로 옮겨갔다.
수도권본부에다 영업기획팀, 상품관리팀, 신마케팅팀, 전략홍보 팀, 경영기획팀, 리스크관리
팀, 특별법인 1, 2, 3부 등 핵심 부서를 포진시킨 것이다.
반면 대구 본사엔 총무팀, 인사팀, 감사팀, 정보지원팀 등 지원부서만 남겨 두었다. 본사 주
소지가 대구에 있을 뿐 실제로는 본사가 벌써 서울로 옮겨갔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
이다.
떠날땐 시장논리 앞세 운 삼성
삼성투신은 지난 4월말 재무관리팀 중 자금관리부분을 서울 수도권본부로 이동시키면서 당
좌계정을 서울로 옮겼다.
이는 주거래 창구가 대구에서 서울로 바뀌었고 수도권본부가 삼성투신의 자금운용을 총괄
케
됐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당시 삼성투신 관계자는 본사 이전설에 대해 "당좌계정을 서울로 옮기고 영업과 관련된 일
부 부서들이 수도권본부에 있는 것은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 및 업계와의 업무 특성상 부
득이한 조치"라고 해명과 함께 "서울로 본사를 옮기려면 새로 사옥을 마련해야 하는 등 부
담이 커 이전에 따른 실익이 없다" 며 서울행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투신과 삼성증권이 지난 8일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오는 12월1일쯤 합병을
결의했다. 피합병기관인 삼성투신이 퇴출되는 운명을 맞는 순간이다.
“삼성투신이 지역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으로 자리잡기가 어려운데다 투신전문사로 가야 한
다는 그룹차원의 전략에 맞물려 합병될 수밖에 없었다”고 삼성투신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투신과 합병되는 삼성증권은 영업점 포수 140개의 초대형 증권사가 된다.
삼성투신 한 관계자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합병작업이 당
초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서는 장사 못한다
삼성투신의 합병에 따른 본사 이전은 기정사실이다. 정보 및 인프라 부재인 대구의 지역적
한계를 안고선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삼성투신이 합병으로 본사가 이전되면 지역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역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져 자금난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연간 수 억 원에 이르는 각종 세금납부 및 인력충원도 대구에서 서울로 옮겨짐에 따라
이에 따른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방사태로 가뜩이나 위축된 시·도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지역 상공인과 시민들이 만든 금융기관이 없어진다는 현실과 삼성이 경제논리에
앞서 지역 출신으로 뭔가를 베풀어 줄 것으로 믿었던 지역민들은 심한 배신감에 휩싸여 있
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동양투신 인수당시 투신전문기관으로 기업 운영 방향을 설정했지만 2
년 새 금융환경이 너무 나빠져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금융업은 정보 획득이 생명인데 대구엔 이와 관련된 인프라가 전혀 구
축돼 있지 않아 꼭 한 박자씩 늦었으며 이에 따른 영업 손실이 많았다”고 토로하면서 “기
업이 손해 보면서 장사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조금씩 고개드는 ‘합병 시나리오’
삼성은 삼성증권이라는 금융회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삼성이 지난 98년, 업무성격이 유사
한
동양투신을 인수했으며 그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은 당시 투신전문과 주식전문회사로 키워 나가겠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합병이라는 결과
를 낳고 우리 나라 최대 점포망을 가진 대형 금융사로 거듭나게 됐다.
이 때문에 사전에 짜여진 각본이 아니였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삼성투신은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삼성투신 관계자는“앞으로 대형 증권사로 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제와 현재 대구에서
의 영업 활동 부진 등 금융환경 변화가 합병의 원인이었을 뿐 절대 시나리오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망하는 지역민
삼성의 ‘치고 빠지기’ 식 전략은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5월 삼성물산은 홈플러스 지분
을 영국계 기업 테스코에 넘겼다. 현재 지분를은 삼성 20대 테스코 80이다. 이때 삼성의 논
리는 다 점포망 확립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것 이였다.
지역민의 대대적인 환영 속에 들어왔던 삼성상용차는 프랑스 르노사 인수가 거의 확실하며
시기만 남았다.
삼성투신 역시 증권사 대형화 논리에 밀려 합병되는 처지에 놓였고 조만간 흔적도 없이 사
라진다.
지역민들은 삼성의 지역 진출에 대해 지금까지 매우 우호적 이였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삼성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연고를 앞세운 마케팅 전략으로 교두보를 확보하고 성장시킨 뒤 냉정한 시장논리를 따
라 짐을 챙겨 가는 형국이었다. 지역 출신 기업으로써의 베품은 거의 없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대구시나 시민들이 삼성에 매달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입을 뗀
뒤 “그들(삼성)이 내세우는 지역연고는 철저한 마케팅 전략에 지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
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삼성이 왜 망해 가는 지역 기업을 위해 대출해 주거나 손해 보면서 장사하겠는
가”라고 반문하며 “삼성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이라는 사실을 각인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태 기자 youst@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