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긴급조치 대법원 판사들의 참회의 모습을 보고 싶다(배규식 2007.02.06)

지역내일 2007-02-05 (수정 2007-02-05 오전 10:58:39)
긴급조치 대법원 판사들의 참회의 모습을 보고 싶다
배규식(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우리의 과거 사회지도층에는 참으로 몹쓸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대표적으로 제5공화국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광주학살의 주범이면서도 인답지 못하게 그 책임을 현장 지휘관에게 돌렸는가 하면 대통령 재임 중 불법으로 상납받은 자금을 어떻게 하고는 재산이 29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고 뻔뻔스런 말을 한 일이 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불거졌을 때에도 당시 핵심 정책결정자들은 모두 발뺌을 했다. 저자거리의 필부들이야 나쁜 짓을 하더라도 그 규모나 질이 뻔할 뿐 아니라 대개 법으로 처벌받고 주변 사람들로 버림을 받고 손가락질을 받음으로써 벌을 받아 왔다. 그러나 과거 우리 사회의 일부 지도층들은 정말로 몹쓸 짓을 하고도 제대로 처벌받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다.
1970년대 말 긴급조치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이번 긴급조치 판결 판사명단 공개를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체육관선거에 의한 요식행위로 대통령을 뽑는 유신헌법을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있도록 긴급조치로 묶어 놓았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는 사람들은 유신헌법은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평범한 진실을 용기있게 부르짖거나 술집에서 술김에 떠들어도 붙잡혀서 징역형을 선고받던 시절이었다. 막걸리 반공법 위반자가 속출하던 때였다.
당시 젊은 배석판사 역할을 했던 분들에 대해서도 별로 할 말이 없다. 다만 이번 긴급조치 판결 판사 명단을 보면서 당시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들은 한두 번도 아니고 대법원에 상고한 인혁당 사건, 수많은 긴급조치 사건에 대해서 매우 무거운 선고를 내렸다. 인혁당 관련자들은 사형을 당했고 다른 긴급조치 관련자들은 무거운 선고를 받고 오랜 세월 징역을 살아야 했다.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들은 법에 의한 지배와 법의 존엄성을 마지막까지 부둥켜안고 가야할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당시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들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로 유린당한 법을 최종적으로 옹호하였으며, 긴급조치를 위반했다는 판결로 많은 학생들과 인사들을 처벌하는데 앞장섰다.
이번 명단 공개 후 언론에 보도된 것은 당시 긴급조치 아래에서 판사직을 버려가면서 양심적으로 판결한 분들의 조심스런 목소리였다. 이 분들은 당시판결을 하면서도 고민한 판사들이 많았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인혁당 재심판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당시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들은 ‘사법살인’을 하고도 누구도 참회하거나 반성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역사적으로 범죄적이거나 욕먹을 판결을 하고도 숨어 있으면, 지나간 일이니까 덮어두자고 할텐가? 우리의 역사는 긴급조치 시절 사법부 오욕을 써내려간 당시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들의 판결을 기록하고 있다.
정치적 지도자 혹은 사회지도자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 범죄, 헌법 파괴행위, 법의 지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린 행위에 대해서는 우리는 단호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드러내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과거의 범죄나 몹씁 짓을 은폐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사위원회의 이번 긴급조치 판결문과 판사명단 공개가 당시 초년 판사들로서 부득이 1 - 2건의 긴급조치에 배석판사로 참여했던 분들을 폭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초점은 긴급조치의 모든 상고사건에서 무거운 판결을 내린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들의 오욕의 판결행위에 대해 온전히 드러내는 데 모아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대법원장이나 대법원 판사들의 몹쓸 행위를 욕보이기보다 이들이 스스로 잘못한 점을 솔직하고 겸허하게 반성하고 참회하는 것을 통해서 그들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로부터 용서받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것이 과거사위원회가 긴급조치 판결 판사들의 판결문과 명단을 공개하는 주요한 이유라고 나는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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