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선생님 남에서는 길거리 취로사업 … 북 학력·자격 무용지물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황금돼지해에 희망은 있는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제도의 취약함과 사회적 편견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에서도 올해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본다.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교사생활을 했던 정승희(여·45·가명)씨는 요즘 서울 강서구의 한 길거리에서 껌딱지와 벽면에 붙은 불법광고물을 떼는 취로사업을 하고 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5시간을 일하고 하루 2만원, 한달에 보름정도 출근해 30만원을 받는다.
◆곱지않은 시각 견디기 힘들어 = 정씨가 이처럼 허드렛일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참을 수 있지만 함께 취로사업을 하는 남쪽 사람들의 곱지않은 시선이 힘들다. 일반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다보면 가끔 “우리도 살기 힘든데 왜 남의 집에 빌어먹으러 왔냐”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정씨는 하루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정씨는 북한에서 교사생활 경험이 있어 초기에는 민간 어린이집의 교사도우미로 한달쯤 일하기도 했다.
“북한 말씨를 쓰니까 엄마들 눈치도 보이고 앞에 나서는 게 조심스러웠어요. 탈북자들 손가락질 안받게 하려고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하지만 정씨는 엄마들의 곱지않은 시선과 불만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이 악화돼 그만두고 말았다.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그는 “여자는 식당일 파출부 마트 종업원 같은 일이라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남자들은 기술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막노동판에 가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체격이 남한의 중학생 수준으로 왜소하고 체력이 약해 잘 받아주지도 않는다”며 특히 “체력이 허약해 쉽게 다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많은 남성 탈북자들은 무기력증에 걸리거나 노숙자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새터민도 의존성 버려야” = 북에서 노동당 간부출신으로 지난 2005년 입국한 김정호(50·가명)씨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하나원(남한적응 훈련기관)을 수료하자마자 안해 본 일이 없다. 남한에서 딴 운전면허증으로 주류판매차량을 몰기도 하고 마트 배달원도 해봤지만 서툰 실력에 며칠 만에 해고됐다.
새벽 4시마다 인력시장에 나가서 막노동판을 1년 가까이 전전했지만 일거리를 못잡아 공친날이 대부분이다.
“남한사회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거의 없어요. 생산직 사원을 모집하는 곳을 기웃거렸지만 늘 퇴짜였습니다.”
김씨는 “사업주들이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다”며 “첫 대면에서부터 생김새와 말투가 다르면 더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렇다고 언제까지 정부에서 주는 정착지원금만으로 살아갈 순 없다고 생각했다. 네 식구의 가장이라는 책임감도 무거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기술 자격증을 따는 것이었다.
김씨는 5개월전부터 보일러 설비학원에 다니고 있다. 낮에는 학원에서 공부하고 밤이면 아파트를 돌며 ‘전단붙이기’를 하고 있다. 전단 4000장을 돌리는데는 4~6시간 걸린다. 이렇게 받는 일당은 1만5000원이다. 그래도 김씨는 요즘 희망이 있다. 다음 달이면 보일러 설비자격증을 따고 1년정도 기술을 더 익힌 후 조그만 가게를 차릴 생각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새터민은 정착금받아 살려는 의존성을 버려야한다”며 “정부는 재봉 제빵 요리 미용 같은 직종보다 자동차정비 판금도색 컴퓨터 설비 등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북한의 학력이나 자격이 우리와 달라 취업이 상당히 어렵다”며 “탈북자의 국내정착에 취업이 가장 중요한 만큼 정부의 체계적인 직업훈련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종태 기자 jt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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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황금돼지해에 희망은 있는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제도의 취약함과 사회적 편견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에서도 올해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본다.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교사생활을 했던 정승희(여·45·가명)씨는 요즘 서울 강서구의 한 길거리에서 껌딱지와 벽면에 붙은 불법광고물을 떼는 취로사업을 하고 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5시간을 일하고 하루 2만원, 한달에 보름정도 출근해 30만원을 받는다.
◆곱지않은 시각 견디기 힘들어 = 정씨가 이처럼 허드렛일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참을 수 있지만 함께 취로사업을 하는 남쪽 사람들의 곱지않은 시선이 힘들다. 일반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다보면 가끔 “우리도 살기 힘든데 왜 남의 집에 빌어먹으러 왔냐”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정씨는 하루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정씨는 북한에서 교사생활 경험이 있어 초기에는 민간 어린이집의 교사도우미로 한달쯤 일하기도 했다.
“북한 말씨를 쓰니까 엄마들 눈치도 보이고 앞에 나서는 게 조심스러웠어요. 탈북자들 손가락질 안받게 하려고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하지만 정씨는 엄마들의 곱지않은 시선과 불만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건강이 악화돼 그만두고 말았다.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그는 “여자는 식당일 파출부 마트 종업원 같은 일이라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남자들은 기술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막노동판에 가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체격이 남한의 중학생 수준으로 왜소하고 체력이 약해 잘 받아주지도 않는다”며 특히 “체력이 허약해 쉽게 다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많은 남성 탈북자들은 무기력증에 걸리거나 노숙자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새터민도 의존성 버려야” = 북에서 노동당 간부출신으로 지난 2005년 입국한 김정호(50·가명)씨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하나원(남한적응 훈련기관)을 수료하자마자 안해 본 일이 없다. 남한에서 딴 운전면허증으로 주류판매차량을 몰기도 하고 마트 배달원도 해봤지만 서툰 실력에 며칠 만에 해고됐다.
새벽 4시마다 인력시장에 나가서 막노동판을 1년 가까이 전전했지만 일거리를 못잡아 공친날이 대부분이다.
“남한사회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거의 없어요. 생산직 사원을 모집하는 곳을 기웃거렸지만 늘 퇴짜였습니다.”
김씨는 “사업주들이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다”며 “첫 대면에서부터 생김새와 말투가 다르면 더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렇다고 언제까지 정부에서 주는 정착지원금만으로 살아갈 순 없다고 생각했다. 네 식구의 가장이라는 책임감도 무거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기술 자격증을 따는 것이었다.
김씨는 5개월전부터 보일러 설비학원에 다니고 있다. 낮에는 학원에서 공부하고 밤이면 아파트를 돌며 ‘전단붙이기’를 하고 있다. 전단 4000장을 돌리는데는 4~6시간 걸린다. 이렇게 받는 일당은 1만5000원이다. 그래도 김씨는 요즘 희망이 있다. 다음 달이면 보일러 설비자격증을 따고 1년정도 기술을 더 익힌 후 조그만 가게를 차릴 생각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새터민은 정착금받아 살려는 의존성을 버려야한다”며 “정부는 재봉 제빵 요리 미용 같은 직종보다 자동차정비 판금도색 컴퓨터 설비 등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북한의 학력이나 자격이 우리와 달라 취업이 상당히 어렵다”며 “탈북자의 국내정착에 취업이 가장 중요한 만큼 정부의 체계적인 직업훈련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종태 기자 jt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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