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자료로 유용하나 과신은 금물”

‘적성 검사’ 둘러싼 이모저모 그리고 제대로 활용하기

지역내일 2007-02-09
올해 중학생이 되는 세정이는 얼마 전 인터넷 무료 사이트에서 적성 검사를 받았다. 중학교 입학 전 적성 검사를 받아보라는 선생님의 권유에서다.
이처럼 중·고등학교 입학 전 혹은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적성 검사를 받는 것이 통과의례처럼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결과에 따라 기분 달라진다 = 자신의 적성이나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성적에만 의존해 대학을 선택하고, 그렇게 결정된 미래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적성 검사를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 관련 사이트에서 무료로 검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고 관련 업체도 성행 중이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적성 검사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부서를 배치할 만큼 활용도도 높다.
학교 현장에서도 적성 검사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용산공업고등학교 이영현 교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적성 검사는 표지판 같은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별로 믿는 편이 아니다. 학교에서 하라니까 무료 검사 사이트를 이용해보았는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그런 만큼 정확하지 않은 것 같아 믿기 어렵다.(세정·S중 2)”
“인터넷으로 하는 검사는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 신뢰가 가지 않는다. 당연히 검사 결과로 나의 진로가 달라지지는 않았다.(성재·고 1)”
청소년이나 부모의 ‘필요성’보다 ‘하라’는 분위기에 끌려가다보니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이용하는 이들이 ‘객관적’으로 검사가 이뤄지는지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런 반응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보고서 결과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 적성 검사 결과표를 보고 ‘진로에 반영하겠다’고 말한 응답자는 20퍼센트 내외. 30~40퍼센트는 결과에 대해 ‘보통’이라 답했다. 검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자아를 이해하고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동기가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자아 이해 수준이 낮았다가 검사 후 정도가 높아진다든가, 높았다가 감소하는 등 적성 검사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음은 증명되었다.
또 적성 검사 결과에 따라 진로 선택을 바꾸기보다는 선택한 진로와 일치할 경우 이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적성 검사에 대한 호감도는 높았으나 신뢰도는 낮다고 정리할 수 있다.

◆진로 결정에 반영하는 사례 늘어 = 지역 교육청이나 정부 관련 사이트 등에서 제공하고 있는 적성 검사 서비스의 질이 낮거나 정확도 면에서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주부 이현순 씨(43·강남구 도곡동). 자녀 진로가 항상 고민이라 인터넷 무료 사이트에서 적성 검사를 받게 했다.
“검사 내용이 좀 지엽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학업 성적과 아이가 가지고 있는 인지 능력들을 충분히 포괄해서 진로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다 완성도 높은 검사 항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씨는 검사를 하면서 아이의 성격이나 적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심적인 부담을 더는 데 도움이 된 것은 틀림없다며 유용성을 인정했다. 향후 비용을 들여 아이에게 좀 더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게 할 생각이다.

◆아이의 꿈과 부모의 욕심이 상충할 때 = 이처럼 관심은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많지 않은, 현실의 균열 사이에서 성장하고 있는 곳이 사설 적성 검사 기관이다.
고1인 딸이 문·이과를 결정할 즈음 보다 구체적인 방향 제시가 필요해서 유료 검사 기관을 찾았다는 이영은 씨(43·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그는 학습 의욕도와 성격 분석· 적성에 따른 직업 제시까지 해준다는 말에 2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검사를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중간을 약간 밑도는 성적이던 윤서(17·강남구 대치동)는 부모와의 갈등까지 해소한 사례다. 윤서는 대학 진학이 가능할지 걱정스러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엄마 손에 끌려 한 검사 기관을 찾았다.
100만 원이 넘는 고가였지만 ‘족집게 점쟁이’처럼 결과가 분명하고 아이에게 맞는 공부 방법까지 제시한다는 소문을 들은 터라 엄마가 큰 결심을 한 것이다.
검사는 하루 서너 시간씩 3일에 걸쳐 이뤄졌다. 아이의 학습 의욕도 검사는 물론 심리 검사, 부모의 자녀에 대한 관심도와 애정, 평소 아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까지 다각도로 세세하게 이루어졌고 검사 담당자도 모두 달랐다.
성적표도 제출했다. 힘든 검사 끝에 나온 결과는 아이는 디자인, 그것도 만화 쪽에 재능과 흥미가 있으나 엄마의 강요에 의해 공부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윤서는 디자인학과를 목표로 공부 중이다. 가고 싶은 대학도 정해놓았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고 공부도 열심이다. 성적이 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비용이 부담되기는 했지만 적성 검사를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분명한 결과물을 가지고 아이와 이야기를 하니까 서로 상대방의 주장일 뿐이라고 다툴 이유도 없었죠. 아이도 수긍하고 나도 수긍하고. 미래가 명확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엄마 이 아무개 씨의 말이다.
이와 관련해 진로 컨설턴트 조진표 씨(와이즈멘토 대표)는 가장 합리적인 미래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아이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과신은 금물 =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적성 검사가 측정 내용에 적합한 결과만 보여줄 뿐 절대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는 이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 기관의 김 아무개 연구원의 지적이다.
“적성 검사는 개인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결론이기보다는 검사를 치르는 과정의 교육적 의미에 더 비중을 두고 자아를 이해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때문에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검사라고 신뢰도가 비례해 높아지는 것도 아니죠.”
모든 일에 옥석을 가리는 면밀한 과정이 필요하듯 자녀의 장래라는 중요한 문제를 결정지을 때는 신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부모의 자세다.
한 번의 적성 검사 결과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는 소리. 아이의 심리, 성격, 취향, 학업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기본으로 할 때 적성 검사는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유병아 리포터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