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체성’ 깃발 들고 보수결집 강화
손학규 ‘평화국면’ 선점으로 ‘차별성’ 부각
이명박 ‘민심’과 ‘당심’ 사이 깊어가는 고민
‘2·13 6자회담의 합의’가 한나라당 경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반도에 조성될 평화와 화해국면에서 ‘국민의 요구에 맞는 대안을 누가 제시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올 대선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미래지향적 해법을 제시하고, 60년의 분단체제의 해체과정에서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남남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차기 지도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경영할 수 있는 자질을 요구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새롭게 조성된 평화와 화해 국면에서 ‘빅3’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보수의 늪’ 빠져드는 박근혜 = 방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13 합의’가 발표되기 직전인 1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특강이 끝난 후 가진 일문일답에서 “(핵문제 해결은) 동결이 아니라 완전 핵 폐기”라며 “북이 핵을 갖고 있는 한 남북한 진정한 전면적 교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6자회담 합의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북핵 해법에 대해 강공입장을 폈던 박 전 대표의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게 당 안팎의 다수 의견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는 본인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내부경선을 의식해 향후 대북정책에 있어 강경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집토끼’ 단속을 당내 경선 전략으로 세우고 있는 박 전 대표는 ‘평화국면’에서도 ‘정체성’ 깃발을 들고 보수진영을 결집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북미관계와 달리 남북관계는 한국 내 진보와 보수의 대결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다보면 인도적 차원의 쌀·비료 제공 외에도 전력공급, 개성공단 육성 등 또 다른 지원이 뒤따르기 때문에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또 ‘후보 검증’과 ‘정체성 논쟁’ 후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다시 따돌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향후 박 전 대표의 대북기조를 읽을 수 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내 한 선거 전략가는 “박 전 대표가 ‘평화와 화해’라는 새로운 국면에서 ‘정체성’이라는 깃발을 잘 못 들 경우 그것이 ‘덫’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화국면’ 선점나선 손학규 = ‘2·13 합의’ 후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쪽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다. 손 전 지사는 14일 “인도적 지원 위주의 기존 대북포용정책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북정책 필요하다”며 북핵 폐기 이행과 국제협력을 전제로 한 ‘북한경제재건 10개년 프로그램’의 3단계 추진과정을 밝혔다. 손 지사는 또 50만 kw급 화력발전소 4기 건설 등을 통한 북한 전력난 해소, 북한 철도와 항만시설 현대화, 농업현대화를 포함한 산업생산기반 마련 등 구체적인 지원계획도 밝혔다.
전문가들은 “6자회담 합의 전부터 ‘햇볕정책 지속과 남북정상회담’을 주장했던 손 전 지사가 새로운 흐름을 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지지도의 높고 낮음을 떠나 가장 적확하게 흐름을 예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또한 손 전 지사는 ‘평화국면’에서 최근 그를 주시하기 시작한 범여권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손 전 지사는 이슈 선점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적임자는 자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박 전 대표·이 전 시장과 차별화하기 위해 다가올 시대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이명박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6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은 동결이 아닌 핵의 완전폐기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이를 전제로 한국은 북한이 ‘자발적 개방’으로 나아가도록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도 박 전대표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캠프의 속내를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북미·남북 평화 분위기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이 전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좌 손학규, 우 박근혜’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중도’의 포지션을 지켰던 이 전 시장에게 평화와 화해국면은 새로운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북미관계가 구체적으로 진전되고,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이 전 시장의 주장은 ‘보수와 동색’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렇다고 당내 경선을 앞두고 보수색체가 강한 당심을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민심을 잡은 이 전 시장은 이제 당심을 잡아야할 시기다. 박 전 대표가 ‘정체성’을 들고 ‘집토끼’ 단속에 나선 것을 가만히 두고만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자칫 ‘집토끼’ 공략에 나섰다간 ‘산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북핵 실험이라는 ‘위기국면’에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은 이 전 시장이 ‘화해국면’에서 이 두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관심이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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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평화국면’ 선점으로 ‘차별성’ 부각
이명박 ‘민심’과 ‘당심’ 사이 깊어가는 고민
‘2·13 6자회담의 합의’가 한나라당 경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반도에 조성될 평화와 화해국면에서 ‘국민의 요구에 맞는 대안을 누가 제시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올 대선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미래지향적 해법을 제시하고, 60년의 분단체제의 해체과정에서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남남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차기 지도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경영할 수 있는 자질을 요구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새롭게 조성된 평화와 화해 국면에서 ‘빅3’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보수의 늪’ 빠져드는 박근혜 = 방미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13 합의’가 발표되기 직전인 1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특강이 끝난 후 가진 일문일답에서 “(핵문제 해결은) 동결이 아니라 완전 핵 폐기”라며 “북이 핵을 갖고 있는 한 남북한 진정한 전면적 교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6자회담 합의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북핵 해법에 대해 강공입장을 폈던 박 전 대표의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게 당 안팎의 다수 의견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는 본인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내부경선을 의식해 향후 대북정책에 있어 강경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집토끼’ 단속을 당내 경선 전략으로 세우고 있는 박 전 대표는 ‘평화국면’에서도 ‘정체성’ 깃발을 들고 보수진영을 결집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북미관계와 달리 남북관계는 한국 내 진보와 보수의 대결양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다보면 인도적 차원의 쌀·비료 제공 외에도 전력공급, 개성공단 육성 등 또 다른 지원이 뒤따르기 때문에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또 ‘후보 검증’과 ‘정체성 논쟁’ 후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다시 따돌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향후 박 전 대표의 대북기조를 읽을 수 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내 한 선거 전략가는 “박 전 대표가 ‘평화와 화해’라는 새로운 국면에서 ‘정체성’이라는 깃발을 잘 못 들 경우 그것이 ‘덫’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화국면’ 선점나선 손학규 = ‘2·13 합의’ 후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쪽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다. 손 전 지사는 14일 “인도적 지원 위주의 기존 대북포용정책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북정책 필요하다”며 북핵 폐기 이행과 국제협력을 전제로 한 ‘북한경제재건 10개년 프로그램’의 3단계 추진과정을 밝혔다. 손 지사는 또 50만 kw급 화력발전소 4기 건설 등을 통한 북한 전력난 해소, 북한 철도와 항만시설 현대화, 농업현대화를 포함한 산업생산기반 마련 등 구체적인 지원계획도 밝혔다.
전문가들은 “6자회담 합의 전부터 ‘햇볕정책 지속과 남북정상회담’을 주장했던 손 전 지사가 새로운 흐름을 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다. 지지도의 높고 낮음을 떠나 가장 적확하게 흐름을 예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또한 손 전 지사는 ‘평화국면’에서 최근 그를 주시하기 시작한 범여권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손 전 지사는 이슈 선점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적임자는 자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박 전 대표·이 전 시장과 차별화하기 위해 다가올 시대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이명박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6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은 동결이 아닌 핵의 완전폐기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이를 전제로 한국은 북한이 ‘자발적 개방’으로 나아가도록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도 박 전대표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캠프의 속내를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북미·남북 평화 분위기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이 전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좌 손학규, 우 박근혜’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중도’의 포지션을 지켰던 이 전 시장에게 평화와 화해국면은 새로운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북미관계가 구체적으로 진전되고,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이 전 시장의 주장은 ‘보수와 동색’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렇다고 당내 경선을 앞두고 보수색체가 강한 당심을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민심을 잡은 이 전 시장은 이제 당심을 잡아야할 시기다. 박 전 대표가 ‘정체성’을 들고 ‘집토끼’ 단속에 나선 것을 가만히 두고만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자칫 ‘집토끼’ 공략에 나섰다간 ‘산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북핵 실험이라는 ‘위기국면’에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은 이 전 시장이 ‘화해국면’에서 이 두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관심이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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