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가 산만하고 성적이 떨어져 소아정신과를 찾았습니다. 강남에서는 주변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정신과를 찾는 일이 낯설지 않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소아청소년클리닉 앞에서 만난 중학교 2학년 최보람(가명·14)군의 엄마 김 모(40)씨의 말이다.
김씨는 “2~3개월동안 50만~10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집중력 훈련 프로그램을 받고 나면 아이가 안정되고 성적도 몰라보게 올라간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소아청소년 학습클리닉(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과적 치료를 위한 상담도 있지만 아이에 대한 양육방법을 몰라 교육 컨설팅 차원에서도 많이 온다”고 귀띔해줬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정신과 학습클리닉 치료 후 아이의 성적이나 성품이 달라졌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강남지역은 물론 수도권 신도시지역에 소아정신과가 크게 늘었다. 방학동안 20~30명의 아이들이 과외 학원 다니듯 정신과를 찾고 있다.
이른바 고소득층이 몰려있는 이들지역 의료계에서는 소아청소년 학습클리닉이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아가고있다.
반면 보람이와 동갑인 민수(가명·14)는 서울의 한 아동보호기관에 잠시 살고 있다. 민수는 지금까지 엄마나 아빠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본 기억이 없다. 민수는 “아빠는 매일 밤 12시 넘어서 들어오고 엄마는 우리한테 신경도 안쓴다”고 말했다. 민수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한 대학교 인근에서 PC게임을 하기 위해 대학생 형과 누나들한테 앵벌이를 하기도 했다.
민수의 아빠 엄마는 둘다 재혼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 어릴때부터 이복형제들의 미움을 받으며 자라 심각한 성격장애를 겪고 있다. 엄마는 자기중심적인데다 충동적이고 우울증 증세까지 있어 아빠와 자주 싸우고 아이들을 키우는데 전혀 무관심했다.
민수를 돌보는 ㄱ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민수의 학교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친구관계를 맺는 기술이 부족하다”며 “특히 우울증과 공격적 성향이 강해 지속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수를 정신과에 데려가야할 부모는 관심이 없고 능력도 없는 상황이다.
강남에 사는 보람이는 학습장애 해결을 위해 고액을 들여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는 반면 민수는 정신과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오늘도 거리를 헤매고 있다.
서울의 하늘아래 태어난 동갑내기지만 이들은 빛과 그림자처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에 밀집된 소아청소년 정신과에는 방학철을 맞아 초중고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학생들의 정신장애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정신과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과 함께 일부에서는 부모들의 과민반응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학철 정신과 문전성시 = 서울 강남의 ㄱ소아청소년 정신과에는 요즘 하루에 20~30여명의 학생들이 진료와 상담을 받기 위해 찾는다. 주로 청소년 대상 학습클리닉을 하고 있으며, 상담진료비는 10회를 기준으로 70만원을 받는다.
강남 ㄴ 정신과의 경우 1회 5만~6만원씩 10회 기준 50만~60만원의 상담진료비를 받고 있지만 이 병원도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액이지만 의료보험은 되지않는다.
한 신경정신과는 홈페이지에 10분당 상담료 1만원, 1회 상담시간은 통상 40~50분이라고 알린 곳도 있다.
학생들이 몰리면서 2~3명씩 그룹으로 치료상담을 받는 곳도 있다. 송파구의 ㄴ 정신과는 교재비 1만원을 포함해 월 21만원의 치료비를 받고 있다.
아이들이 찾는 소아정신과는 대부분 학생들의 학습장애와 시험불안 등 학업과 관련한 치료교육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는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문 정신과 병원 34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하루 평균 10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이들 병원을 찾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은 “상당수 아이들의 경우 가벼운 증상인데도 부모들의 성화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지나친 과잉반응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ㄷ 정신과 원장도 “신세대 부모들이 아이가 조금만 이상해도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과를 건강진단 하듯 문턱이 낮아진 것도 정신과를 찾는 아이가 급증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가정문제, 학업스트레스가 주된 원인 =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대응과 달리 상당수 학생들은 심각한 장애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 영우(가명·9)는 수업시간만 되면 옆자리 짝에게 장난을 거는 등 주의력이 산만해 진다. 매번 선생님에게 주의를 받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학급 친구들도 영우를 슬슬 피하면서 따돌리기 일쑤다. 집에서도 영우는 할머니에게 반말을 하며 대들고 때로는 폭력을 쓴다. 영우의 부모는 상태가 심각하다 싶어 집 근처 소아정신과를 찾았다.
영우를 진단한 강남의 ㄴ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조기교육에 따른 공부 스트레스와 부모의 지나친 관심으로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병의원을 찾는 소아청소년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의 정신질환 상담이 급증하게 된 원인으로 △사교육 열풍과 조기교육에 따른 학업스트레스 △핵가족과 맞벌이 및 이혼 등에 따른 가정 문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 3가지를 들고 있다.
경기도 일산의 ㄱ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은 “정신장애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은 30%에 불과하다”며 “학업스트레스나 이혼과 맞벌이로 인한 무관심, 양육방법의 부재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원종태 기자 jtwon@naeil.com
어린이 정신질환 이럴때 조심
특정공포증
△동물이나 높은 곳 △천둥 △어둠 △비행 △폐쇄공간 △특정 음식물 △ 주사 등을 두려워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생이 2배 정도 높다.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만성화될 수 있다
반항장애
거부, 반항적 행동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며 학업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가벼운 신체적 공격을 하기도 하고 공격적 언어와 욕설을 자주 한다.
심한 경우 교사와 부모에게 반항을 하기도 한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과잉행동 △주의집중력 저하 △ 주의산만 △반항 △학습거부 △운동실조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하지 않을 경우 환경조절이나 부모상담 등으로 치료가능하지만 상태가 심각할때는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틱장애
특별한 이유없이 눈을 깜빡이거나 어깨를 들썩인다. 헛기침을 하거나 코를 킁킁거리면서 반복적으로 이상한 소리를 낸다. △욕설 △남의 말 따라하기 △긴장 등의 증상을 보이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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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소아청소년클리닉 앞에서 만난 중학교 2학년 최보람(가명·14)군의 엄마 김 모(40)씨의 말이다.
김씨는 “2~3개월동안 50만~10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집중력 훈련 프로그램을 받고 나면 아이가 안정되고 성적도 몰라보게 올라간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소아청소년 학습클리닉(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과적 치료를 위한 상담도 있지만 아이에 대한 양육방법을 몰라 교육 컨설팅 차원에서도 많이 온다”고 귀띔해줬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정신과 학습클리닉 치료 후 아이의 성적이나 성품이 달라졌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강남지역은 물론 수도권 신도시지역에 소아정신과가 크게 늘었다. 방학동안 20~30명의 아이들이 과외 학원 다니듯 정신과를 찾고 있다.
이른바 고소득층이 몰려있는 이들지역 의료계에서는 소아청소년 학습클리닉이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아가고있다.
반면 보람이와 동갑인 민수(가명·14)는 서울의 한 아동보호기관에 잠시 살고 있다. 민수는 지금까지 엄마나 아빠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본 기억이 없다. 민수는 “아빠는 매일 밤 12시 넘어서 들어오고 엄마는 우리한테 신경도 안쓴다”고 말했다. 민수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한 대학교 인근에서 PC게임을 하기 위해 대학생 형과 누나들한테 앵벌이를 하기도 했다.
민수의 아빠 엄마는 둘다 재혼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 어릴때부터 이복형제들의 미움을 받으며 자라 심각한 성격장애를 겪고 있다. 엄마는 자기중심적인데다 충동적이고 우울증 증세까지 있어 아빠와 자주 싸우고 아이들을 키우는데 전혀 무관심했다.
민수를 돌보는 ㄱ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민수의 학교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친구관계를 맺는 기술이 부족하다”며 “특히 우울증과 공격적 성향이 강해 지속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수를 정신과에 데려가야할 부모는 관심이 없고 능력도 없는 상황이다.
강남에 사는 보람이는 학습장애 해결을 위해 고액을 들여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는 반면 민수는 정신과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오늘도 거리를 헤매고 있다.
서울의 하늘아래 태어난 동갑내기지만 이들은 빛과 그림자처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에 밀집된 소아청소년 정신과에는 방학철을 맞아 초중고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학생들의 정신장애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정신과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과 함께 일부에서는 부모들의 과민반응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학철 정신과 문전성시 = 서울 강남의 ㄱ소아청소년 정신과에는 요즘 하루에 20~30여명의 학생들이 진료와 상담을 받기 위해 찾는다. 주로 청소년 대상 학습클리닉을 하고 있으며, 상담진료비는 10회를 기준으로 70만원을 받는다.
강남 ㄴ 정신과의 경우 1회 5만~6만원씩 10회 기준 50만~60만원의 상담진료비를 받고 있지만 이 병원도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액이지만 의료보험은 되지않는다.
한 신경정신과는 홈페이지에 10분당 상담료 1만원, 1회 상담시간은 통상 40~50분이라고 알린 곳도 있다.
학생들이 몰리면서 2~3명씩 그룹으로 치료상담을 받는 곳도 있다. 송파구의 ㄴ 정신과는 교재비 1만원을 포함해 월 21만원의 치료비를 받고 있다.
아이들이 찾는 소아정신과는 대부분 학생들의 학습장애와 시험불안 등 학업과 관련한 치료교육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는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문 정신과 병원 34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하루 평균 10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이들 병원을 찾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은 “상당수 아이들의 경우 가벼운 증상인데도 부모들의 성화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지나친 과잉반응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ㄷ 정신과 원장도 “신세대 부모들이 아이가 조금만 이상해도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과를 건강진단 하듯 문턱이 낮아진 것도 정신과를 찾는 아이가 급증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가정문제, 학업스트레스가 주된 원인 = 일부 학부모의 과도한 대응과 달리 상당수 학생들은 심각한 장애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 영우(가명·9)는 수업시간만 되면 옆자리 짝에게 장난을 거는 등 주의력이 산만해 진다. 매번 선생님에게 주의를 받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학급 친구들도 영우를 슬슬 피하면서 따돌리기 일쑤다. 집에서도 영우는 할머니에게 반말을 하며 대들고 때로는 폭력을 쓴다. 영우의 부모는 상태가 심각하다 싶어 집 근처 소아정신과를 찾았다.
영우를 진단한 강남의 ㄴ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조기교육에 따른 공부 스트레스와 부모의 지나친 관심으로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병의원을 찾는 소아청소년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의 정신질환 상담이 급증하게 된 원인으로 △사교육 열풍과 조기교육에 따른 학업스트레스 △핵가족과 맞벌이 및 이혼 등에 따른 가정 문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 3가지를 들고 있다.
경기도 일산의 ㄱ소아청소년정신과 원장은 “정신장애가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은 30%에 불과하다”며 “학업스트레스나 이혼과 맞벌이로 인한 무관심, 양육방법의 부재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원종태 기자 jtwon@naeil.com
어린이 정신질환 이럴때 조심
특정공포증
△동물이나 높은 곳 △천둥 △어둠 △비행 △폐쇄공간 △특정 음식물 △ 주사 등을 두려워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생이 2배 정도 높다.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만성화될 수 있다
반항장애
거부, 반항적 행동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며 학업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가벼운 신체적 공격을 하기도 하고 공격적 언어와 욕설을 자주 한다.
심한 경우 교사와 부모에게 반항을 하기도 한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과잉행동 △주의집중력 저하 △ 주의산만 △반항 △학습거부 △운동실조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하지 않을 경우 환경조절이나 부모상담 등으로 치료가능하지만 상태가 심각할때는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틱장애
특별한 이유없이 눈을 깜빡이거나 어깨를 들썩인다. 헛기침을 하거나 코를 킁킁거리면서 반복적으로 이상한 소리를 낸다. △욕설 △남의 말 따라하기 △긴장 등의 증상을 보이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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