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진 칼럼>열린우리당, 정체성을 가져라

지역내일 2007-02-21
열린우리당, 정체성을 가져라
임현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흔히 결혼한 부부가 헤어지는 것을 파경이라 한다지만 헤어진 부부가 다시 결합하는 것을 중원이라 한다. 아주 먼 옛날 중국에서 사랑하는 두 남녀가 전쟁으로 인해 서로 떨어지면서 거울을 깨 한 쪽식 보관하다가 결국 그 반쪽 거울 덕택에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바로 파경중원(破鏡重圓)이다.
최근 열린우리당 의원 탈당사태가 파경과 중원 중 어느 방향으로 이어질지를 놓고 말이 많다.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살아남기 위한 자구적 행동이라는 주장도 있고, 올해 대선 승리를 위해 일정한 시나리오아래 움직이는 기획분당이라는 비난이 그것이다. 호남쪽 의원들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전자도 일리가 있고, 대선예비주자들이 기회를 엿보는 것을 보면 후자도 설득력이 있다.

탈노행보는 거세질 수 있다
작금의 추세로 보아 열린우리당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대통합신당이라는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더라도 열린우리당은 그 순간 수명을 다하게 된다. 애초 잡다한 세력의 혼거로 출발한 열린우리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는 것이 중요한데 리모델링에 그것이 빠져 있다. 한미동맹이나 남북관계 혹은 사회갈등이나 성장분배 등 국내외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현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당의 평균 지속기간은 31개월 정도다. 이 중 15개월을 넘기지 못한 정당이 대부분이었다. 대중적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정당을 만든 일인보스의 이해에 따라 수시로 이합집산이 나타났다. 정책과 비전 보다 지역에 기반한 연고로 정당정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이름을 제대로 보존해 온 정당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건국 이래 한국정치사에서 수많은 정당들이 명멸해왔지만, 집권당이 대선을 앞두고 뚜렷한 명분 없이 스스로 해체의 길에 접어드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정치개혁이란 미명아래 새천년민주당을 박차고 나온 열린우리당이 다시금 민주당을 통합대상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자가당착이다.
호랑이 없는 산에 여우만 득실거린다 할까. 사실 현재로서 여야를 불문하고 중량급 대선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여당으로부터 야당으로의 민심의 이동을 가져오고 있다. 야당이 좋아서라기보다 여당이 미덥지 못한 것이다. 그러기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제각기 살아남기 위한 탈노(脫盧)행보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아래 대통령은 예전처럼 여당총재로서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행사하기는커녕 집권말기의 레임덕을 막아내기도 벅차다. 바로 권위의 공백이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분의 경우가 입증하듯 대통령의 탈당이 오히려 집권당을 살리는 방도로 활용되었다.
노 대통령을 때려 홀로서려는 대선예비주자들의 생존술이 바로 탈당의 핵심이라면, 개헌카드를 통해 정국주도권을 쥐면서 대선정국을 반전시키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정치적 산법이다. 5년 단임제아래 대통령은 일종의 소모품이다. 현재의 여야구도로 볼 때 개헌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노대통령이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또다른 카드로 남북정상회담이 있다. 북한의 핵포기 유도를 통해 남북관계에서 경제협력 이상의 군축과 평화 협정과 같은 성과를 가져옴으로써 대선정국의 이슈를 경제에서 정치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당으로서 책임 방기
참여정부아래 이루어진 정치개혁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정작 민주정치의 핵심이라 할 정당의 내외구조는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여야정당이 주기적 선거를 통해 의회활동을 하지만 대체로 형식적이다. 체계화 수준도 낮고 안정화 정도도 낮다. 1992년 민주화 이후 지난 15년 동안 세 번에 걸친 대선에서 여야정당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 선거에 참여한 적이 거의 없다. 지난날과 같이 1인보스에 의한 사당적 성격은 벗어났지만 한국의 정당은 공당으로서 대표성과 책임성이 취약하다.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집단탈당사태야말로 공당의 본분을 저버리는 행위다.
전당대회 전후 추가탈당이 예상되는 열린우리당의 분열은 한나라당에도 유력한 대선예비주자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여야를 포함하는 커다란 정계개편을 가져올 수 있다. 커다란 소용돌이가 예고되어 있다. 그러나 이념과 정책을 매개로 하지 않는 정계개편은 가식에 불과하다. 대선을 향한 권력게임의 방편으로 이루어지는 정개개편은 정당정치의 퇴보에 다름 아니다. 2007년 18대 대선 시계제로, 이것이 민주화 15년의 자화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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