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서 인사혁신 ‘태풍’ 분다

지역내일 2007-02-27 (수정 2007-03-02 오전 7:23:48)
연공서열 옛말 … 능력 없으면 퇴출도

민선4기 들어 지방자치단체마다 ‘인사 혁신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중앙정부, 특히 행자부를 시작으로 촉발된 ‘팀제’로 대표되는 인사혁신 바람이 지자체까지 뿌리를 내린 것이다. 행자부조차 하위직 팀장 밑에 고위직 팀원을 배치하는 혁신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이마저도 주저 없이 단행하고 있다. 소위 ‘철밥통’ 공무원의 퇴출까지도 과감하게 시도하고 있다.
대전발전연구원 육동일 원장은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실험들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성공 여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높이 살만하다”고 평가했다.

◆ 과감한 연공서열 파괴 = 충북 제천시는 지난달 기초단체 중 처음으로 행정조직을 ‘팀제’로 전면 개편했다. 종전의 과 체제를 모두 없애고 과와 담당을 혼합해 팀제로 바꾸는 파격적인 조직개편은 단행한 것이다.
사무관으로만 편제됐던 과장과 6급 주사들의 전유물이었던 계장(담당) 제도가 모두 없어지고 사무관과 6급 주사들이 서열 없이 팀장을 맡았다.
이 같은 조직개편에 대해 일각에서는 행자부의 팀제를 모방한 것이라는 비판을 하지만, 행자부의 팀제는 ‘과장’의 명칭만 바꾼 것인데 반해 시는 과장과 6급 담당을 뒤섞어 팀을 편제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고참 사무관이라도 업무능력이 떨어지면 보직을 잃고 6급 팀장 밑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온 셈이다.
엄태영 시장도 이런 조직개편에 대해 “팀제는 모든 공무원을 전투요원화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연말 팀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팀장의 10%는 보직을 변경하는 ‘보직 아웃제’를 시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앞서 경기도 부천시는 지난해 9월 정기인사 때 5급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사풀제를 도입해 공직 내부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부천시의 인사풀제는 5급 사무관을 6급 팀장 자리에 배치하는 등 서열을 파괴하고 능력에 따라 보직을 주겠다는 것. 근무성적과 태도 등에 따라 5급 사무관을 5급 과장 밑 팀장에 배치하거나, 능력이 탁월한 7급을 6급 팀장에 배치하기도 했다.
전북 익산시도 파트장제의 조직개편안을 마련 중이다. 직급 중심의 조직에서 업무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 4급 국장을 본부장으로 하고 과장은 팀장, 계장은 파트장으로 직책명을 변경하는 방식이다. 팀별로 2명의 파트장만 두도록 제한, 60여명만이 파트장 보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파트장 대상인 6급은 120명으로, 절반 이상이 같은 6급의 지시를 받는 상황이 불가피해진다.

◆ ‘철밥통’ 이젠 옛말 = 지자체의 인사혁신 흐름 중 또 하나의 주목할 점은 과감한 퇴출 제도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지난달 23일 정기인사에서 실·국장으로부터 추천을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한 5·6급 공무원 4명을 ‘시정지원단’에 발령 내 현장 위주 업무를 하며 1년간 자성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파격적인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울산시의 파격적인 인사혁신은 곧 공무원조직 내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철밥통’이라는 인식을 심어 온 공무원도 더 이상 자리에만 안주할 수 없는 자리라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부천시 역시 인사풀제를 시행하면서 개선 의지가 없는 사무관이나 팀장을 무보직으로 발령 낸 후 6개월 뒤 객관적 평가에 따라 보직부여 또는 직위해제까지 하겠다고 사전 공표했다. 실제 이 인사기준에 따라 2명(5급)을 대기발령하고 4명은 보직을 주지 않았다. 공무원노조가 ‘총액인건비제 시행에 앞선 퇴출제도의 첫 단계’라고 평가,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울산시 남구청도 지난달 사무관급 공무원 3명에게 보직을 주지 않고 총무과로 대기발령을 내는 인사를 단행했다. 전남 고흥군 역시 불성실공무원들을 1년간 일용직으로 발령냈다. 대항 지자체의 공무원들은 ‘실질적으로 퇴출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도 지난해 말 인사에서 통상적으로 고참 몫이었던 총무과장 등 본청의 주요 과장직을 승진한 지 반년도 안 된 신참 사무관으로 채우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대상은 6개 주요 과장직이었다.
경기 파주시는 올해부터 ‘과장 직무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시 조직이 커지면서 예전에 비해 진급 연한이 빨라지자 중간 관리자인 5급에 한해 직무대리 제도를 만든 것. 환경보전과·청소과·교통개발과·농업기술과 등 4개 과의 주무계장에 해당자를 배치, 직무능력을 평가한 후 합격자는 승진시키고 탈락자는 6급 계장으로 원대복귀시키는 제도다. 이는 중간관리자로서의 자질이 떨어지는 대상자는 원천적으로 5급 진급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
유화선 파주시장은 “(직무대리 제도는) 검증 없이 이루어지는 진급으로 생기는 행정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직사회에 긴장감이 돌고 경쟁심이 유발돼 행정서비스 제고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전북 완주군에서는 직급과 직렬을 파괴한 인사를 단행했으며, 전남 강진군에서는 5급 사무관 승진 때 다면평가에 앞서 정책소견을 발표하도록 하고 있다. 다면평가위원들은 이 정책소견 결과를 승인 인사에 반영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의회사무국장과 총무국장 등 일부 간부를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실험적인 인사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 시행착오, 부작용 우려 많아 =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권승복)은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이른바 ‘부적격 공무원 퇴출제도’에 대해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파격적 인사개혁이 객관적 기준 없이 자치단체장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들을 퇴출시키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인 충북대 최영출 교수(행정학)는 “기본 취지는 긍정적이고 적절한 것”이라면서도 “이를 수행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근무부서를 1~2년 단위로 옮기는 현재의 인사제도 아래서 개인별 또는 팀별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인사권자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전대 안성호 부총장은 “현제 운영되고 있는 팀제는 형식만 흉내 내는 수준”이라며 “의도는 좋지만 전시적 성격을 띄면 실효성 없이 소리만 요란한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동일 대전발전연구원장도 “지방공무원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지방조직의 시스템 구축도 부족해 형식적 변화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육 원장은 또 “제도를 잘못 시행하다 저항에 직면하면 오히려 후퇴하는 수도 있다”며 “철저한 준비와 구성원 간 합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신일 곽태영 선상원 이명환 방국진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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