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식 전남 완도군수와 완도군민들은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장보고 대사를 세상 밖으로 꺼낸 주인공’이다.
장보고 대사는 1990년 이전까지 역사 교과서에서 짤막하게 언급될 정도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때론 해적을 소탕한 토호로 폄하됐고 심지어 권력을 탐한 ‘역적’으로까지 취급됐다. 1995년 완도 부군수였던 김 군수는 장보고축제를 제안했다. 역사의 뒤안길에 갇혀있던 장보고 대사는 문화관광부와 공동 주최한 ‘장보고축제’를 계기로 서서히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그 후 해양수산부가 1998년 장보고기획단을 만들었고 1999년 11월 민간주도로 (재)해상왕 장보고기념사업회가 출범했다.
2004년은 장보고 대사가 국민적 영웅으로 재평가되는 중요한 한해였다. 장보고 대사는 드라마 해신을 통해 ‘해상왕’으로 다시 태어났다. 김 군수와 완도군민들은 KBS 제작진을 100여일 쫓아다니며 ‘해신’ 유치에 총력전을 펼쳤다. 그 결과 해신 세트장이 완도군에 설치됐고 연간 520만명이 완도군을 다녀가는 쾌거를 일궈냈다.
김 군수와 완도군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완도는 장보고 대사의 개척정신을 승화시켜 미래 산업인 해양생물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 장보고 대사는 그간 역사 속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완도군이 장보고 기념·선양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리 역사상 장보고 대사처럼 많은 수식어를 가진 인물도 드물다. 해상왕 해신 무역왕 그리고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민족 최초의 세계인, 다국적기업 CEO 등 그에 대한 수식어는 산업 발달과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재해석 되고 있다.
완도군은 장보고 대사의 해양개척정신을 계승하고자 일찍부터 장보고 선양사업을 추진했다. 그 계기는 1995년 처음 개최된 장보고축제다. 지역 축제인데도 문광부가 공동 주최했다. 축제기간 동안 장보고 대사를 재평가하는 국제학술대회도 열었다. 그리고 유적 발굴·복원사업도 이때를 계기로 시작됐다.
- 장보고 대사 재조명 작업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되고 있나.
정부가 장보고 유적지인 청해진을 사적 308호로 지정하고 유적지 정비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와 학계를 중심으로 장보고 대사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역사 교과서도 장보고 대사를 충분히 다루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면이 아직 많다. 국어 교과서에도 장보고 대사 업적을 편입해 국민 교육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 청해진 본영인 장도 유적지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2000년부터 ‘장도 청해진 역사공원 조성 및 성역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까지 총 사업비 706억원을 들이게 된다. 토성 745m와 탐방로 987m, 사당, 남문, 외문, 고대 등 중요 공사를 마무리했고 현재 장도 외곽을 둘러싸고 있던 목책시설 복원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장도와 장좌마을을 잇는 목교를 설치할 예정이다. 역사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고증자료가 없어 사업추진이 더디다.
- 장보고 대사를 국민적 영웅으로 재정립시키는데 드라마 ‘해신’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세트장 유치에 어려움은 없었나.
2003년 3월, KBS에서 장보고 대사 일대기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드라마 세트장 유치 제안서를 갖고 제작진과 접촉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제작진들이 접촉 자체를 거부했다.
우리는 장보고 대사의 고향인 완도에 드라마 세트장을 설치하지 않으면 전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KBS에 전달하는 등 전방위적 유치운동을 벌였다. 군민들도 ‘해신 드라마 세트장 유치위원회’를 구성했다. 해양수산부와 장보고기념사업회를 방문해 완도 유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공동 협조를 얻어내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세트장을 유치할 수 있었다.
- 드라마가 완도군에 미친 파급효과는 얼마나 되나.
장보고 대사를 역사적으로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완도하면 장보고’라는 국민적 인식을 고취했다는 점이 크다. 군민들부터 장보고 대사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
대학연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지역경제에 미친 직접효과만 1600억원에 이른다. 관광객 500만명 유치 목표도 달성했다.
완도가 변방의 조그만 섬에서 지역가치혁신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인정받는 괄목할 만한 성과도 일구어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 역점사업 최우수 자치단체로 평가받았고 민선3기 지방자치 종합대상을 받았다.
- 장보고 대사는 개척과 도전 정신을 앞세워 해양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다. 장보고의 고장 완도군은 21세기 해양시대를 맞아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군민들 지혜와 역량을 함께 모아 ‘잘사는 완도, 행복한 완도,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자치단체’를 만들어 나가겠다. 육·해·상 교통망 확충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해 나가겠다. 해양생물연구센터 준공과 더불어 해양생물산업을 21세기 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시켜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장보고 역사공원조성과 성역화사업을 완성하고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완도를 해양관광 1번지로 만들겠다.
- 완도군은 일찍이 해양생물산업에 눈을 돌렸다. 어떤 산업인가.
해양생물산업은 우리 지역만이 갖고 있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풍부한 해조류를 활용한 미래 성장 동력산업이다. 각종 해조류 등 수산물에서 신 물질과 기능성 물질을 추출해 산업화하고 이를 체험하는 참살이건강타운을 조성하는 게 큰 밑그림이다.
민선3기부터 지역에 맞는 발전전략을 고민했다. 마침 해양수산부가 ‘해양바이오21(Marine-Bio21)’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완도군이 가장 먼저 지역 잠재자원을 내세운 신규 기획으로 해양생물산업 육성계획(해양바이오산업 클러스터조성)을 수립했고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완도군은 이미 신지명사십리 해수욕장 인근 24만평 부지에 해양생물연구센터 해양바이오창업지원센터 해양생물자원뱅크 노화방지연구소 웰빙관광타운 등을 조성 중이다. 농공단지를 전환해서 해양생물전문 산업단지도 만들 계획이다.
- 최근에는 세계해양영웅공원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장보고 선양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엔 두 명의 해양영웅이 있다. 장보고 대사와 이순신 장군이다. 장보고 대사는 개척·도전 정신으로 새로운 미래를 일구어냈고 이순신 장군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조국을 지켰다. 우리민족이 발전하려면 개척·도전 정신, 창의성을 시대에 맞게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두 영웅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완도읍 장좌리와 대야리 일대에 세계해양영웅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국책사업으로 2012년까지 해양영웅과의 만남을 위한 광장을 비롯해 전시시설, 해양레포츠 공간, 야외 공연장 등 체험 공간과 휴식시설 등을 갖추게 된다.
완도군은 이 사업을 통해 세계적인 ‘해양관광 1번지’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완도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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