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경 칼럼>본분 잊은 방송위원장의 처신(2007.01.24)

지역내일 2007-01-23
본분 잊은 방송위원장의 처신

3월 말을 시한으로 하여 무엇에 쫓기는 듯 허둥대던 FTA 협상 과정에서 헌법기관에 준하는 독립된 국가기구인 방송위원회의 장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창피스런 태도를 보였다. 문제의 ‘FTA 문건 유출’ 해프닝에 행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할 방송정책의 입안-집행기관이 스스로 끼어들어 감으로써 외교통상부 및 재정경제부에 종속적인 위치로 내려앉는 낯 뜨거운 결과를 빚었던 것이다.
전두환 폭압정권이 매스컴 통제의 수단으로 휘두르던 악명 높은 ‘보도지침’을 1986년 그 지하 매체인 ‘말’지를 통해 만천하에 공개함으로써 6월 항쟁의 촉진제를 제공하였던 것이 ‘민언련’이다. ‘민언련’은 1월 18일 다음과 같은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조창현 방송위원장과 모 방송위원은 언론노조가 폭로한 FTA 협상팀의 방송개방 계획이 방송위원회 내부자의 유출이라는 외부의 의심을 사고 있다는 이유로 감사에 나섰다…. ‘민언련’은 방송위원회를 정부부처들의 들러리로 전락시키면서 방송개방을 방조하는 조 위원장의 행태를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언론 종사자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통상-재경 분야 관료들이 방향감각을 상실했음은 물론이고 처음부터 국민의 합의 도출을 외면하는 정황을 ‘내일신문’이 특집과 논평을 통해 수십 차례에 걸쳐 소개했던 터라 새삼스럽게 되풀이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단지 지난 2-3개월의 경과를 살펴보면 미국의 국내 사정을 빙자하여 이른바 ‘빅 딜’을 향해 돌관하려는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대통령의 임기 말과 여당의 지리멸렬상태를 교묘히 이용하는 참으로 개탄 불금의 비애국적 교섭 자세라 할 것이다. 협상 추진그룹은 보수야당과 보수성향의 인쇄매체 전부, 그리고 전자-자동차-철강 등 재벌들의 성원을 받고 있으며 여당의 절반 가까이가 그에 뒤따르고 있는 것이 숨김없는 현실이다.
‘빅 딜’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우리가 미국에 양보하게 될지도 모르는 항목의 하나로 방송개방이 지목된 것은 이미 작년 10월 말쯤의 일이다. 그리하여 방송계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가는가 하면 언노련은 실력행사를 불사한다는 개방반대의 굳은 결의를 다짐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강대국과의 교섭에서 무너지는 것은 민간보다 먼저 교섭을 담당하는 관료라는 것은 19세기 말 일본과의 강화도조약 이래 일관된 순서다. 관직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나라와 겨레의 장래를 위하여 한 몸을 희생하겠다는 공공적 책임의식이 박약한데다 통상-재경 분야의 관료들이 내심으로 미국과의 FTA 성사를 자신의 업적으로 삼으려는 숭미적(崇美的) 성향을 부인하기 힘들 줄 안다.
그러나 통상-재경 관료들의 성향은 새로운 것이 아닌 까닭에 별로 놀랄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문제는 방송위원장이 고유 책무를 다하는 데서 난조를 보인 점이다. 방송위원회 법을 들먹일 것도 없이 방송위원회는 통상-경제적 필요와는 전혀 무관한, 때로는 상충되는 것이 당연한 본연의 업무가 엄존한다. 조창현 위원장이 언급한 ‘외부’라는 것은 누구를 가리키는가. 방송개방에 반대하는 방송위원회와 방송계의 종사원을 솎아내라는 급박한 위협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외부’ 의심 운운하는 말을 방송위원회 임직원 앞에서 입에 담았다는 것 자체가 준 헌법적 독립기구의 우두머리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한미 FTA ‘빅 딜’을 위해 당신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것이 방송위원장이 취했어야 할 최소한의 몸가짐이다. 교섭문건 유출문제는 방송위원회로서는 전혀 개입할 일이 아니다.
여기서 돌연히 떠오르는 것은 조창현 방송위원장의 어떤 이력과 성향의 분인가 하는 의문이다. 방송위원장이 꼭 협의의 방송전문가 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개혁의지와 어느 부면에서 코드가 맞았던 것인지 과문 때문인지는 몰라도 누구 하나 속 시원히 의문을 풀어주지 못하였다. 국민이 기억하는 한에서는 현 정부 출범 초기의 의표를 찌르는 중요 직 인사, 이를테면 고영구 국정원장이나 강금실 법무장관 같은 사람의 냄새는 전혀 풍기지 않는다. ‘개혁 코드’에서 ‘비 개혁 코드’로 인사등용 원칙이 바뀌면서 그 흔한 해바라기가 만발한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조 방송위원장은 이 기회에 헌법과 방송위원회 법을 다시 한 차례 차근히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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