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버림받은 아이들, 세상이 또 등돌려 … 노동착취 대상되기도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황금돼지해에 희망은 있는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제도의 취약함과 사회적 편견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에서도 올해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본다.
경수(13·가명)는 요즘 4명의 동생들과 함께 서울의 한 아동보호기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노동일을 하는 아빠와 엄마가 자주 싸우고 자신과 동생들을 돌보지 않아 동사무소 직원의 신고로 2005년 4월부터 이곳에 오게 됐다.
◆앵벌이로 전락한 아이들 = 경수는 지금까지 엄마나 아빠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본 기억이 없다. 경수는 “어려서부터 엄마와 아빠가 우리한테 부드럽게 대한 적이 없다”며 “아빠는 매일 밤 12시 넘어서 들어오고 엄마는 우리한테 신경도 안썼다”고 말했다.
경수는 초등학교 3학년인 2003년부터 한 대학교 부근에서 PC게임을 하기위해 대학생 형과 누나들한테 돈을 받아냈다. 사실상 앵벌이를 한 것이다.
어쩌다가 8살짜리 민수와 함께 앵벌이를 할 때도 있다. 올해 10살인 진수는 어려서부터 마음이 여리고 착해 엄마 말을 잘 들었다.
이제 갓 3살, 1살 난 동생들도 돌보면서 집안에서 지내고 있다.
경수와 동생들이 이처럼 집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고 밖을 겉도는 것은 부모의 문제가 크다.
아동보호기관 등에서 확인한 결과 아빠 남 모(40)씨와 엄마 이 모(34)씨는 모두 어려서부터 재혼한 부모 밑에서 크면서 이복형제들의 미움을 받으며 자랐다.
남씨와 이씨 모두 심각한 성격장애를 갖고 있다. 결혼한 부부는 갈등도 많았다. 특히 엄마 이씨는 자기중심적인데다 충동적이고 우울증 증세까지 있어 아이들을 키우는데 전혀 무관심했다.
아이들을 처음 돌봤던 ㄱ 아동보호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의 학교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친구관계를 맺는 기술이 부족하다”며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에 대한 존중심을 키우고 방학기간 동안을 이용해 아동쉼터 등에 입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와 편의점 전전 =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이 약간 낮은 김종수(18·가명)군은 엄마와 아빠의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능력이 없는 엄마(50)와 의붓아버지(54)를 대신해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주유소와 편의점 등을 전전하며 생활해 왔다.
종수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 받은 100만원 남짓의 수입으로 3명이 생활해 온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종수는 주요소에서 일하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 고급 승용차에 주유를 하면서 휘발유 대신 경유를 넣은 것이다. 주유소 사장은 “이 차가 몇 천만원 하는 차 인줄 아느냐, 너 때문에 폐차하게 됐다”며 “평생 여기서 일해도 다 못 갚는다”고 큰소리 쳤다.
이때부터 종수는 한 달에 10여만원만 받으며 1년 이상을 이 주유소에서 일했다. 돈을 못 벌어오는 종수는 집에서 엄마와 아빠한테 쫓겨나고 며칠 밤을 거리에서 방황하다가 가출청소년 쉼터에 들어왔다.
이처럼 경수와 종수와 같은 아이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받고 있다. 이 아이들은 가정에서 부모의 무관심에 집을 뛰쳐나가고 학교에 발을 못 붙여 결국 사회로 나오지만 온갖 험난한 일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화여대 심리학과 한 교수는 “아이들이 두번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지속적인 신뢰형성과 가정회복 프로그램이 사회적 시스템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종태 기자 jt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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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황금돼지해에 희망은 있는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제도의 취약함과 사회적 편견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에서도 올해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본다.
경수(13·가명)는 요즘 4명의 동생들과 함께 서울의 한 아동보호기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노동일을 하는 아빠와 엄마가 자주 싸우고 자신과 동생들을 돌보지 않아 동사무소 직원의 신고로 2005년 4월부터 이곳에 오게 됐다.
◆앵벌이로 전락한 아이들 = 경수는 지금까지 엄마나 아빠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들어본 기억이 없다. 경수는 “어려서부터 엄마와 아빠가 우리한테 부드럽게 대한 적이 없다”며 “아빠는 매일 밤 12시 넘어서 들어오고 엄마는 우리한테 신경도 안썼다”고 말했다.
경수는 초등학교 3학년인 2003년부터 한 대학교 부근에서 PC게임을 하기위해 대학생 형과 누나들한테 돈을 받아냈다. 사실상 앵벌이를 한 것이다.
어쩌다가 8살짜리 민수와 함께 앵벌이를 할 때도 있다. 올해 10살인 진수는 어려서부터 마음이 여리고 착해 엄마 말을 잘 들었다.
이제 갓 3살, 1살 난 동생들도 돌보면서 집안에서 지내고 있다.
경수와 동생들이 이처럼 집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고 밖을 겉도는 것은 부모의 문제가 크다.
아동보호기관 등에서 확인한 결과 아빠 남 모(40)씨와 엄마 이 모(34)씨는 모두 어려서부터 재혼한 부모 밑에서 크면서 이복형제들의 미움을 받으며 자랐다.
남씨와 이씨 모두 심각한 성격장애를 갖고 있다. 결혼한 부부는 갈등도 많았다. 특히 엄마 이씨는 자기중심적인데다 충동적이고 우울증 증세까지 있어 아이들을 키우는데 전혀 무관심했다.
아이들을 처음 돌봤던 ㄱ 아동보호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의 학교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친구관계를 맺는 기술이 부족하다”며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에 대한 존중심을 키우고 방학기간 동안을 이용해 아동쉼터 등에 입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와 편의점 전전 =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이 약간 낮은 김종수(18·가명)군은 엄마와 아빠의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능력이 없는 엄마(50)와 의붓아버지(54)를 대신해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주유소와 편의점 등을 전전하며 생활해 왔다.
종수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 받은 100만원 남짓의 수입으로 3명이 생활해 온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종수는 주요소에서 일하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 고급 승용차에 주유를 하면서 휘발유 대신 경유를 넣은 것이다. 주유소 사장은 “이 차가 몇 천만원 하는 차 인줄 아느냐, 너 때문에 폐차하게 됐다”며 “평생 여기서 일해도 다 못 갚는다”고 큰소리 쳤다.
이때부터 종수는 한 달에 10여만원만 받으며 1년 이상을 이 주유소에서 일했다. 돈을 못 벌어오는 종수는 집에서 엄마와 아빠한테 쫓겨나고 며칠 밤을 거리에서 방황하다가 가출청소년 쉼터에 들어왔다.
이처럼 경수와 종수와 같은 아이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받고 있다. 이 아이들은 가정에서 부모의 무관심에 집을 뛰쳐나가고 학교에 발을 못 붙여 결국 사회로 나오지만 온갖 험난한 일을 해야만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화여대 심리학과 한 교수는 “아이들이 두번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지속적인 신뢰형성과 가정회복 프로그램이 사회적 시스템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종태 기자 jt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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