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4개 강, 760개 호수가 말랐다

말라버린 강, 사라진 호수들

지역내일 2007-03-12
헝가이산맥 남쪽 건조화 심각
고비지역 주민·가축수도 줄어

몽골답사 3일째(2.28) 아침, 고비사막에 비가 내렸다.
큰비는 아니었지만 새벽에 잠자던 게르 안에서 천막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날 비는 사막을 달리는 앞차에서 먼지가 안 날릴 정도로 촉촉히 내렸다.메마른 사막에서 고마운 단비였지만 취재진을 안내한 시민정보미디어센터 오기출 사무총장은 “정상적인 날씨라면 눈이 와야 할 시기인데 지난해부터 이렇게 자꾸 이른 봄에 비가 내린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비는 티라노사우르스의 온전한 골격 화석이 발견된 거대한 진흙 침식지대 ‘바얀자그’(Bayan Zag)까지 이어졌다. 바얀자그 계곡은 척박한 황토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삭사울 나무’가 울창하던 숲이 건조화로 무너져가는 모습이었다.

◆헝가이산맥 남쪽 강 대부분 말라 = 28일과 3월 1일 이틀 동안 취재진은 알타이산맥과 헝가이산맥 사이로 고비 남부지역을 횡단하면서 ‘울란’과 ‘어르그’라는 이름의 두개의 거대한 호수를 탐사했다.
1백만분의 1 몽골 도로지도에 이 두 호수는 ‘약간의 염분이 섞인 민물호수’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이 두 호수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호수로 흘러들던 물줄기(강)들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두 호수에 물을 공급하는 강들의 발원지는 모두 300km 이상 떨어진 북쪽 헝가이산맥이다. 1990년대 이후 몽골에는 강수량이 줄면서 684개의 강, 760개의 호수가 말라버린 상태다.
28일 오전에 찾아간 울란 호수(해발 1115m)는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길이 25㎞, 폭 20㎞로 오문고비 최대의 호수가 완전히 말라버린 것이다.
“예전엔 호수 근처에 낙타가 1만마리나 살았다. 80년대부터 물이 말라가다가 97년도쯤 다시 가득 찼는데 강 흐름이 중단되면서 2000년부터 완전히 물이 없어졌다.”
호수 인근 만달(Mandal) 마을 이장 바트후(70)씨의 말이다.
바트후 이장이 가져온 낡은 흑백사진에는 사람 키보다 큰 풀과 나무가 무성한 호숫가의 풍경이 담겨 있었다. 이장이 젊었을 때 1965년에 울란 호수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이 지역 만달오브(Mandal Ovoo)군의 자미앙허를 군수는 “호수에 물이 있을 때는 여러가지 풀이 자랐고 철새도 찾아왔으며 가축들도 많이 키웠다”며 “지금은 방목이 어려워지면서 가축이 줄고 3000명의 주민들 중 1000명이 넘게 떠났다”고 말했다.
호수 인근 우물 옆에서 낙타 80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는 주민 어융수릉(30·여)씨는 “물이 마르기 전까지는 호수 바로 옆에서 살았다”며 “예전엔 호수에서 편하게 물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40㎞나 떨어진 읍내까지 차를 타고 나가 마실물을 받아와야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런 와중에도 어융수릉씨는 물을 끓여 취재진과 지방정부 안내인들에게 ‘수테차’(우유와 발효차를 섞어 끓인 차)와 과자를 대접했다. 어융수릉씨는 “호수가 사라진 후 초지가 줄어들고 황사가 심해지면서 가축이 살찌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광활한 호수 아래 있던 진흙바닥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심각한 황사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강수량 감소로 전 국토의 90%까지 사막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몽골의 형편으로 볼 때 앞으로 이런 황사먼지의 양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중 300일 황사바람 불어” = 1일 찾아간 바얀홍고르의 보그드(Bogd ; 티벳어로 ‘성자’)군의 어르그 호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테쿤보그드산(해발 3957m) 등 고비 알타이산맥 바로 북쪽의 호수로 천혜의 관광지였던 14만㏊의 어르그 호수(해발 1221m)는 3년 전부터 완전히 물이 말라버린 상태다.
멀리서는 그레이트보그드산맥 아래로 희뿌연 얼음호수가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가보니 호수 바닥은 남은 소금과 점토층이 결합한 ‘소금사막’이었다. 울란 호수처럼 호수 바닥이 완전히 말라붙은 것이다.
보그드군 강저리크 군수는 “어르그 호수는 5~6종의 물고기와 몽골에 있는 모든 종류의 새들이 다 살던 곳이었다”면서 “호수는 군민들의 자랑이었는데 그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정신적 충격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돌람도르츠 부군수는 “전에는 봄에만 오던 황사바람이 지금은 4계절 내내 300일 정도 분다”며 “인근 지하수위도 내려가 7m 깊이 우물에 4m 정도만 물이 찬다”고 말했다.

/몽골 고비사막 = 글·사진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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