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물 물
오늘(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해마다 물의 날에는 그 주제가 정해진다. 올해의 주제는 ‘물 부족 극복’(Coping with water scarcity)이다. 근래 우리나라는 물 부족 문제를 거의 느끼지 않으며 살고 있다. 물 문제라면 여름에 폭우가 내려 수해가 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러나 매년 물의 날이 가까워지면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물 공급이 곧 한계에 부딪칠 것이니 댐을 지어야 한다며 각종 자료를 제시한다. 정부에서 댐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 몇 가지 제시하는 기준이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한국이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에 속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물부족 국가’란 게 어떤 나라를 말하는 것인가. 이것은 스웨덴의 물 전문가 말린 폴켄마르크가 한 사람의 일년 분 식량생산에 들어가는 물의 양을 약 1,100톤으로 잡았다. 그래서 1년간 물 사용 가능량이 1,000톤 이하면 물 기근 국가 , 1,700톤 이하면 물 부족 국가, 1,700톤 이상은 물 풍요 국가 등 3가지로 분류할 것을 제의했다.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는 이 제의를 수용해서 3개 그룹으로 분류해 놓아 국제적 기준이 되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중동과 아프리카의 사막국가 대부분은 물 기근국가에 들어가며,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소수의 나라가 물 풍요국가에 속하고, 한국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물 부족 국가에 포함된다. 따라서 물 부족 국가는 인구를 감안한 총량개념이지 절대적인 개념은 아니다. 다분히 ‘부족’이라는 말이 주는 선입견이 작용한다.
1인당 연간 강수량을 비교하면 한국이 2,591톤이나 중국은 4,693톤으로 같은 물 부족 국가지만 중국이 물을 풍족하게 쓸 수 있는 것처럼 되어 있다. 과연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의 최대 환경문제는 물 부족이다.
지난 달 중국 감숙성의 란저우에서 생전 처음 황하를 구경했다. 교과서, 소설, 만화, 영화 등에서 수없이 읽고 듣고 보았던 강이었지만 둑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니 감회가 깊었다. 란저우는 하구에서 3천5백㎞ 상류에 위치하고 있어 바다에서 보면 까마득한 상류다. 그런데도 깊은 강물이 유유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수심이 13m라는 현지 주민의 설명을 들으니 그 유량이 대단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황하의 하류가 말라 간헐적으로 물이 흐르지 않는다. 1997년에는 무려 200일 이상 말랐다고 한다. 한강 수량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그 큰 강이 말라버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황하는 강수량이 극히 적은 광대한 건조지대를 흐르는 동안 농업관개용수로 중간에서 모두 새어버린다.
1인당 강수량, 즉 총량으로 보면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물이 풍족하지만 황하유역의 건조지대만 보면 수억 인구가 절대 물 부족 상태에서 살고 있다.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는 상수원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어 지하수를 마구 뽑아 쓰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북부지역에 비하면 천국이다. 깨끗한 물을 거의 마음껏 쓰고 있다. 강수량이 많고 그 동안 댐을 많이 만들어 물관리가 체계적으로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교부가 댐건설을 주장하니 크게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더구나 댐이 필요성이 가뭄 때는 물 부족에 맞추고 폭우가 올 때는 홍수조절에 맞추다 보니 신뢰감을 상실하게 된다.
정부가 할 일은 자원의 수급을 원활히 함으로써 국민의 일상생활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또한 장차 생길 수급차질을 잘 판단하여 준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환경론자들은 댐을 반대하지만 장차 수급에 차질이 생겨 물 부족 사태가 생기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옛날처럼 댐을 뚝딱 쌓아 해결하면 될 일인데, 환경론자들 때문에 안 되는 것이라고 정책입안자의 마음속에 깊이 입력이 되고나면 다른 해결방안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어 있다. 물도 모자라면 공급한다는 사고방식으로 해결하려면 국민의 소비행태를 오도하게 된다.
합리적인 물 소비 패턴을 정착시키는 방안, 산림관리를 통한 녹색댐 강화방안, 핵문제 해결에 따른 남북 수자원협력 방안 등 할 일은 많다. 또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가 지난 2월 발표한 것을 보면 한반도 강수량 증가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 요인이 댐건설과 어떤 연관이 있어야 하는지를 포함하여 수자원 장기계획에 반영돼야 한다.
그런데 위에 열거한 일들이 단일 정부부처의 입장에서는 하기 싫은 일들이다. 모두 관련부처가 책임을 공유하면서 협력해야 할 종합행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 문제도 새로운 환경에 따른 새로운 운영체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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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해마다 물의 날에는 그 주제가 정해진다. 올해의 주제는 ‘물 부족 극복’(Coping with water scarcity)이다. 근래 우리나라는 물 부족 문제를 거의 느끼지 않으며 살고 있다. 물 문제라면 여름에 폭우가 내려 수해가 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러나 매년 물의 날이 가까워지면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물 공급이 곧 한계에 부딪칠 것이니 댐을 지어야 한다며 각종 자료를 제시한다. 정부에서 댐의 필요성을 역설할 때 몇 가지 제시하는 기준이 있는 데, 그 중 하나가 한국이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에 속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물부족 국가’란 게 어떤 나라를 말하는 것인가. 이것은 스웨덴의 물 전문가 말린 폴켄마르크가 한 사람의 일년 분 식량생산에 들어가는 물의 양을 약 1,100톤으로 잡았다. 그래서 1년간 물 사용 가능량이 1,000톤 이하면 물 기근 국가 , 1,700톤 이하면 물 부족 국가, 1,700톤 이상은 물 풍요 국가 등 3가지로 분류할 것을 제의했다.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는 이 제의를 수용해서 3개 그룹으로 분류해 놓아 국제적 기준이 되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중동과 아프리카의 사막국가 대부분은 물 기근국가에 들어가며,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소수의 나라가 물 풍요국가에 속하고, 한국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물 부족 국가에 포함된다. 따라서 물 부족 국가는 인구를 감안한 총량개념이지 절대적인 개념은 아니다. 다분히 ‘부족’이라는 말이 주는 선입견이 작용한다.
1인당 연간 강수량을 비교하면 한국이 2,591톤이나 중국은 4,693톤으로 같은 물 부족 국가지만 중국이 물을 풍족하게 쓸 수 있는 것처럼 되어 있다. 과연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의 최대 환경문제는 물 부족이다.
지난 달 중국 감숙성의 란저우에서 생전 처음 황하를 구경했다. 교과서, 소설, 만화, 영화 등에서 수없이 읽고 듣고 보았던 강이었지만 둑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니 감회가 깊었다. 란저우는 하구에서 3천5백㎞ 상류에 위치하고 있어 바다에서 보면 까마득한 상류다. 그런데도 깊은 강물이 유유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수심이 13m라는 현지 주민의 설명을 들으니 그 유량이 대단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황하의 하류가 말라 간헐적으로 물이 흐르지 않는다. 1997년에는 무려 200일 이상 말랐다고 한다. 한강 수량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그 큰 강이 말라버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황하는 강수량이 극히 적은 광대한 건조지대를 흐르는 동안 농업관개용수로 중간에서 모두 새어버린다.
1인당 강수량, 즉 총량으로 보면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물이 풍족하지만 황하유역의 건조지대만 보면 수억 인구가 절대 물 부족 상태에서 살고 있다.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는 상수원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어 지하수를 마구 뽑아 쓰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북부지역에 비하면 천국이다. 깨끗한 물을 거의 마음껏 쓰고 있다. 강수량이 많고 그 동안 댐을 많이 만들어 물관리가 체계적으로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교부가 댐건설을 주장하니 크게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더구나 댐이 필요성이 가뭄 때는 물 부족에 맞추고 폭우가 올 때는 홍수조절에 맞추다 보니 신뢰감을 상실하게 된다.
정부가 할 일은 자원의 수급을 원활히 함으로써 국민의 일상생활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또한 장차 생길 수급차질을 잘 판단하여 준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환경론자들은 댐을 반대하지만 장차 수급에 차질이 생겨 물 부족 사태가 생기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옛날처럼 댐을 뚝딱 쌓아 해결하면 될 일인데, 환경론자들 때문에 안 되는 것이라고 정책입안자의 마음속에 깊이 입력이 되고나면 다른 해결방안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어 있다. 물도 모자라면 공급한다는 사고방식으로 해결하려면 국민의 소비행태를 오도하게 된다.
합리적인 물 소비 패턴을 정착시키는 방안, 산림관리를 통한 녹색댐 강화방안, 핵문제 해결에 따른 남북 수자원협력 방안 등 할 일은 많다. 또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가 지난 2월 발표한 것을 보면 한반도 강수량 증가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 요인이 댐건설과 어떤 연관이 있어야 하는지를 포함하여 수자원 장기계획에 반영돼야 한다.
그런데 위에 열거한 일들이 단일 정부부처의 입장에서는 하기 싫은 일들이다. 모두 관련부처가 책임을 공유하면서 협력해야 할 종합행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 문제도 새로운 환경에 따른 새로운 운영체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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