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미국은 이라크전서 손 떼야

지역내일 2007-03-21
미국은 이라크전서 손 떼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4년전인 2003년 5월1일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이 멋진 미해군 조종사복 차림으로 이라크전이 종료됐음을 세계만방에 선언하던 때의 그 당당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힘의 상징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선상에서였다. 그해 3월20일 바그다드에 미사일 공격을 시작한지 불과 43일만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어 단숨에 이라크까지 수중에 넣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과연 미국이었다. 세계는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에 경탄을 금치 못했고 9·11로 저상된 미국민들의 사기는 금세 활력을 되찾는 듯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이라크사태는 날로 악화돼가고 있으며 득의만만하던 부시대통령의 인기는 땅에 떨어졌고 미국은 또 하나의 전쟁 수렁에 빠져 들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전 교훈 잊어서는 안돼
미국민들 사이에는 이제 이라크전은 ‘잃을 것뿐인 전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가고 있다. 최근 CNN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60%가 즉각 혹은 1년내 이라크 철군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 워싱턴 DC에서는 대대적인 반이라크전 시위가 있었다. 40여년전 반베트남전 데모가 벌어졌던 바로 그 자리에서다. 지난 주말 전세계 70여개 도시에서도 미국의 이라크전 반대 시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부시대통령은 하원이 추진하고 있는 조기 철군법안에 거부권행사를 공언하고 있으며 2만6000명의 추가 파병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AP통신은 이라크전 4년동안 변하지 않은 것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여기서 물러나게 되면 이라크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되고 미국은 중동에서 더 이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는듯 하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40여년전 베트남전의 교훈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초기 베트남 전을 주도했던 로버트 맥나마라 당시 미국방장관은 1966년께 전쟁을 지지 했던 본래의 입장을 바꿔 베트남전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이란 결론에 이른다. 그는 존슨 대통령에 군이 거짓말(이길 수 있다는)을 하고 있다면서 베트남전에서 손을 뗄 것을 건의한다. 그러나 국내정치적 입장에 집착해 있던 존슨 대통령은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 자기의 주장이 먹혀들지 않을 것을 예감한 맥나마라 장관은 68년 스스로 사임했고 베트남전은 그로부터 7년 후 미국의 참패로 막을 내리고 만다. 이라크 사태는 어쩌면 베트남전의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전과 이라크전은 9·11테러라는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특수사태의 산물이다. 9·11은 전미국민을 분노케 했고 초강대국 미국의 체면과 위엄을 송두리째 뭉개버렸던 것이다. 두 전쟁은 미 정부가 무엇을 해도 국민의 원한을 삭이기 어려운 매우 특수한 여건에서 가능했던 전쟁들이었다. 미국은 유엔의 동의절차도 생략했다. 그러나 그런 정황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이들 전쟁은 지나치게 명분을 결여하고 있었다.

이라크 문제는 이라크 사람들의 것
이라크전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처음부터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프칸 전쟁도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빈 라덴이 그곳에 숨어 있을 것이란 것이 침공의 이유였으나 미국은 끝내 빈 라덴을 아프간에서 찾아내지 못했다.
지금은 로마시대가 아니다. 초강대국 미국도 명분 없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더구나 민족주의, 종교문제가 개입된 전쟁은 군사력만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이라크전은 민족주의와 종교,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안고 있다.
아버지 부시 전대통령은 걸프전(이라크전)에서 승리하고도 재선에 실패했다. 전장의 승리만이 승리가 아니다. 지금 미국이 빠져 있는 이라크수렁은 미국의 군사력 만능주의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패배하고도 지금 베트남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떠나야 한다. 한국군이 철군해야 함도 당연한 이치다. 이라크문제는 이라크 사람들의 것이다.
임 춘 웅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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