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회사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운다”
기술·인력·자금 체계적 지원으로 경쟁력 향상 … 3년간 4천억 지원
해외진출 업체와도 상생 … 협력업체도 ‘위기의식’ 갖고 혁신해야
대기업들이 정치권의 압력에서건, 자발적인 필요에서건 이른바 ‘상생경영’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지 3~4년이 지났다. 대기업마다 그 내용과 방법, 또 강도면에서 사뭇 다를 수밖에 없지만 ‘상생경영’은 이제 우리나라 대중소기업 관계에서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는 상생경영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힌다. 협력업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으로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고, 여러 협력업체들과 ‘윈-윈 모델’을 창출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상생경영’ 추진 현황을 살펴보고 상생의 성공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의 순서
1. 협력업체 경쟁력을 높여라
2. ‘윈-윈 경영’ 현장
3. 지역사회와도 상생한다
삼성전자의 상생경영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협력사에 대한 지원 규모가 다른 기업에 비해 월등하기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보다는 다각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협력사와 상생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관심을 끈다.
삼성전자는 갖가지 지원방안을 나열해놓고 일회적으로 시혜를 베풀듯이 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세심히 따져보고 협력업체가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협력사 지원 내용은 단편적이지 않고 유기적이다.
협력사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사업은 대표적인 예다. ERP란 기업 내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정보화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정보 시스템. 삼성전자는 협력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60억원을 들여 ERP 시스템과 하드웨어 구축을 도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각 협력사마다 전문 컨설턴트를 투입해 기존 업무 방식을 개선하고 ERP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비싼 컨설턴트 고용 비용은 삼성전자가 부담했다. 그 결과 협력사들의 재고일수가 30% 가량 줄었고, 결산 마감시간도 50%나 단축됐다. 협력사 스스로 경영효율을 높여갈 수 있는 시스템과 운용 능력을 갖도록 한 것이다.
협력업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단 한 푼도 아끼지만, 필요하다면 자금에서부터 현장지도, 교육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방식이다. 마치 물고기 서너 마리 던져주고 생색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낚싯대를 마련해주고 고기를 낚는 법까지 가르쳐 주는 것과 같다.
◆삼성전자와 협력사는 ‘공동운명체’ = 삼성전자가 이처럼 상생경영의 초점을 협력사들의 경쟁력 강화에 두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와 협력사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윤종용 부회장이 수차례에 걸쳐 “제품 품질의 70~80% 이상 원자재에서 결정되는 만큼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삼성전자의 협력사 지원 사업은 꽤 오래전 시작됐다. 80년대 중반부터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협력사와의 공동사업을 추진했다. IMF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게 된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악화되자 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 필요성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단순히 협력사의 생산성 향상 뿐 아니라 기술력과 인재능력을 높이는 데 까지 필요범위도 확대됐다.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여야하는 삼성전자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지난 2003년말 발표한 협력업체 중장기 지원 계획이다. 총 1조원 규모의 협력업체 지원방안은 기술과 인력, 자금이라는 중소업체의 3대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체계적이다.
가령 자금지원의 경우 협력업체 성격에 따라 용도가 다르다. 반도체와 LCD 등 외국 장비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업의 협력업체들에겐 부품 설비 국산화에 초점을 맞춰 자금을 지원한다. 반면 TV나 가전 등 조립생산사업의 협력업체들에게는 공장 선진화와 생산 증대에 필요한 자금을 우선하고 있다. 물론 기술력 향상과 IT인프라 구축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금 지원은 아끼지 않는다.
또 자금 지원에 머물지 않고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 원가 절감 등을 위해 전문 인력과 컨설턴트를 파견하는 등 현장지도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지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협력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 6시그마 전문 인력을 매년 800명 이상 양성하고 있으며 사출, 금형, 3D-CAD 등 직무 전문교육도 전개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 독일 등 선진업체와의 기술교류회를 추진해 선진 신기술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필요한 업체에게는 보안시스템까지 구축해주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협력업체 지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협력업체 경쟁력 향상을 위해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삼성전자가 지원한 자금은 직접적인 자금대여 2047억원을 포함해 총 4033억원에 이른다.
◆보르도는 상생의 성과 = 협력업체에 대한 중장기 지원 방안은 결국 자생력 강화로 모아진다. 스스로 혁신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협력업체들에게도 위기의식을 갖고 혁신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한다.
처음에는 상생경영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ERP시스템 도입을 권유하자 ‘왜 경영방식까지 간섭 하느냐’며 반발하는 업체들도 있었다. ERP를 구축하고 경영 성과가 높아지자 협력업체 경영진들이 더욱 좋아하는 것은 물론이다.
상생경영의 기틀이 잡히면서 협력업체 경쟁력 향상이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를 세계 TV 시장 1위 자리에 올려놓았던 글로벌 히트제품인 ‘보르도’ LCD TV는 협력업체인 제일정공의 측면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TV와 모니터 금형을 제조하는 제일정공은 2004년부터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해 ‘스팀몰드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스팀몰드’는 고온의 수증기를 이용해 금형 외관에 나타나는 실 모양의 접합선을 없애주는 기술로 지금까지는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제일정공이 고광택 금형 생산에 성공하면서 와인잔 모양의 보르도 TV도 만들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중장기 협력업체 지원 사업을 지속하는 한편 해외 생산기지에 동반진출한 협력업체들까지 확대해 상생경영의 외연을 넓혀갈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성과가 하나둘씩 생기면서 상생경영의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다”며 “협력사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