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금마케팅 활발 … 해외펀드·분리과세채권펀드 인기 예감
부자상품에 세금혜택 집중 우려 … ‘위험고지’ 부족 지적도 많아
정부가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한 ‘세금미끼’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 주식과 채권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비과세 등의 세금혜택을 주면서 고객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금혜택의 대부분이 거액고객들에게 돌아가고 위험고지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22일 동양종금증권은 분리과세 채권펀드가 출시 이틀만에 216억원어치를 팔려 나갔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은행은 이틀동안 각각 35억원과 15억원을 판매했고 대투증권은 19억원규모의 고객을 이 펀드에 가입시켰다. 분리과세 채권펀드는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급이하) 채권에 10%이상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정부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투기등급채권의 거래활성화를 위해 세금혜택을 유인책으로 내놓았다.
분리과세 채권펀드에 투자한 금액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이자소득세율도 6.4%로 일반세율인 15.4%보다 크게 낮다. 금융소득 4000만원이상자는 8000만원까지 28.6%, 8000만원 초과분엔 38.5%의 세금을 내야 한다. 거액고객에겐 매력적인 상품이 아닐 수 없다. 이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사에서는 판매대상을 당연히 거액고객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목표수익률을 높게 잡지 않는다. 거액고객들은 고위험 고수익(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상품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설계됐고 분리과세혜택까지 더해 주는 데에 큰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상품기획팀 홍승만 대리는 “거액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분리과세혜택이기 때문에 금리는 은행 정기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 5~6%정도로 설계했다”며 “1억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어 아쉽기도 하지만 이자소득세 인하효과도 있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분리과세 채권펀드의 인기를 예상했다. 대투증권 마케팅팀 김현엽 과장은 “투기등급에 투자하더라도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편을 마련해 상품을 설계했다”며 “고객들의 관심이 높고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어 인기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물가연동국고채권도 거액고객용 = 물가연동국고채권은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이 또한 거액고객상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물가연동국채는 국채의 원금 및 이자 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켜 국채투자에 따른 물가변동위험을 제거해 채권의 실질구매력을 보장하는 채권으로로 물가 상승만큼 투자원금 가치도 함께 오르게 된다. 정부의 이 채권의 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자의 경우 원금 상승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국민은행 손승범 대리는 “물가연동국고채는 일반 채권보다는 이자율이 낮지만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원금이 증가하고 게다가 원금상승분에 대해서는 과세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거액고객들에게는 물가상승위험을 상쇄할 수 있고 특히 비과세라는 게 제법 매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마케팅분야의 모 과장은 “아직 상품 출시를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으로는 PB상품(거액고객상품)으로만 활용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이성호 채권운용파트 과장도 “물가연동국고채는 5%정도의 수익률을 보일 것이며 이중 절반정도가 비과세대상이 된다”며 “결국 거액고액이 선호하는 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연동국고채는 증권사에서 주로 판매할 계획이며 빠르면 이달내에 상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채권투자도 세금으로 유인 = 재정경제부 강계두 국고국장은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물가연동국고채 투자설명회에서 “외국인들의 채권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자소득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비과세를 위해 세제실과 계속 협의를 진행중이며 일본 등 해외사례를 감안해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PB들 해외펀드로 갈아타기 = 거액고객들은 최근 해외펀드로 갈아타는 데 여념이 없다. 이에 따라 국내주식형펀드에서 나와 해외펀드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해외펀드도 국내펀드와 같이 양도차익 비과세혜택이 주어질 계획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 만들어 국내에서 팔기 때문에 비과세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외펀드 역시 복제펀드(미러펀드)로 만들어 혜택을 누리게 됐다.
해외펀드는 일반 투자자 뿐만 아니라 부자고객들에게 대거 팔렸다. 해외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12월 비과세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대폭 늘기 시작했다. 10월말에 11조원이었던 해외펀드 설정액이 11월말엔 13조원, 12월말엔 17조원으로 확대됐고 올들어 비과세정책이 발표되자 1월말엔 19조원, 2월말엔 25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최근 해외펀드 비과세를 포함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중인데도 3월 19일 현재 27조원으로 설정액이 증가했다.
◆“오래 오래 투자하세요” = 정부는 거래가 잘 안 되는 장기투자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도 세금혜택을 꺼냈다. 15년이상 만기의 모기지론(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도 소득공제 혜택을 줘 사실상 최대 금리 1%포인트를 낮췄다. 납부이자의 최대 1000만원까지 소득공제혜택을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의 장기고정금리대출 역시 소득공제혜택을 주지만 판매규모가 매우 적은 수준이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의 이자소득세도 전액 비과세되고 있다. 7년이상 무주택자나 1주택 소유자가 분기별 3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연말만 되면 장기주택마련저축은 필수 가입상품으로 회자되곤 한다.
◆해외펀드 투자자 ‘이중고’ = 금융사들이 세제혜택을 강조하다보니 위험에 대해서는 고객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은행과 증권사들이 해외펀드를 판매하면서 안내문에 공공연히 ‘비과세’문구를 넣는 등 사실상 잘못된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외펀드 비과세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올해안 통과여부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올 6월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사실상 18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1년이상 지체되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해외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을 치면서 정부정책 발표이후 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분리과세 채권펀드를 판매하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고수익 상품이면서 위험도 많다는 점을 강조해야 하지만 ‘분리과세’와 ‘소득세 감면’을 앞서 제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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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상품에 세금혜택 집중 우려 … ‘위험고지’ 부족 지적도 많아
정부가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한 ‘세금미끼’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 주식과 채권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비과세 등의 세금혜택을 주면서 고객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금혜택의 대부분이 거액고객들에게 돌아가고 위험고지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22일 동양종금증권은 분리과세 채권펀드가 출시 이틀만에 216억원어치를 팔려 나갔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은행은 이틀동안 각각 35억원과 15억원을 판매했고 대투증권은 19억원규모의 고객을 이 펀드에 가입시켰다. 분리과세 채권펀드는 신용등급이 투기등급(BB급이하) 채권에 10%이상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정부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투기등급채권의 거래활성화를 위해 세금혜택을 유인책으로 내놓았다.
분리과세 채권펀드에 투자한 금액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이자소득세율도 6.4%로 일반세율인 15.4%보다 크게 낮다. 금융소득 4000만원이상자는 8000만원까지 28.6%, 8000만원 초과분엔 38.5%의 세금을 내야 한다. 거액고객에겐 매력적인 상품이 아닐 수 없다. 이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사에서는 판매대상을 당연히 거액고객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목표수익률을 높게 잡지 않는다. 거액고객들은 고위험 고수익(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상품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설계됐고 분리과세혜택까지 더해 주는 데에 큰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동양종금증권 상품기획팀 홍승만 대리는 “거액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분리과세혜택이기 때문에 금리는 은행 정기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 5~6%정도로 설계했다”며 “1억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어 아쉽기도 하지만 이자소득세 인하효과도 있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분리과세 채권펀드의 인기를 예상했다. 대투증권 마케팅팀 김현엽 과장은 “투기등급에 투자하더라도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편을 마련해 상품을 설계했다”며 “고객들의 관심이 높고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어 인기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물가연동국고채권도 거액고객용 = 물가연동국고채권은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이 또한 거액고객상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물가연동국채는 국채의 원금 및 이자 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켜 국채투자에 따른 물가변동위험을 제거해 채권의 실질구매력을 보장하는 채권으로로 물가 상승만큼 투자원금 가치도 함께 오르게 된다. 정부의 이 채권의 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자의 경우 원금 상승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국민은행 손승범 대리는 “물가연동국고채는 일반 채권보다는 이자율이 낮지만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원금이 증가하고 게다가 원금상승분에 대해서는 과세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거액고객들에게는 물가상승위험을 상쇄할 수 있고 특히 비과세라는 게 제법 매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마케팅분야의 모 과장은 “아직 상품 출시를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으로는 PB상품(거액고객상품)으로만 활용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이성호 채권운용파트 과장도 “물가연동국고채는 5%정도의 수익률을 보일 것이며 이중 절반정도가 비과세대상이 된다”며 “결국 거액고액이 선호하는 상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연동국고채는 증권사에서 주로 판매할 계획이며 빠르면 이달내에 상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채권투자도 세금으로 유인 = 재정경제부 강계두 국고국장은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물가연동국고채 투자설명회에서 “외국인들의 채권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자소득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비과세를 위해 세제실과 계속 협의를 진행중이며 일본 등 해외사례를 감안해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PB들 해외펀드로 갈아타기 = 거액고객들은 최근 해외펀드로 갈아타는 데 여념이 없다. 이에 따라 국내주식형펀드에서 나와 해외펀드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해외펀드도 국내펀드와 같이 양도차익 비과세혜택이 주어질 계획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 만들어 국내에서 팔기 때문에 비과세혜택을 받지 못하는 역외펀드 역시 복제펀드(미러펀드)로 만들어 혜택을 누리게 됐다.
해외펀드는 일반 투자자 뿐만 아니라 부자고객들에게 대거 팔렸다. 해외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12월 비과세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대폭 늘기 시작했다. 10월말에 11조원이었던 해외펀드 설정액이 11월말엔 13조원, 12월말엔 17조원으로 확대됐고 올들어 비과세정책이 발표되자 1월말엔 19조원, 2월말엔 25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최근 해외펀드 비과세를 포함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중인데도 3월 19일 현재 27조원으로 설정액이 증가했다.
◆“오래 오래 투자하세요” = 정부는 거래가 잘 안 되는 장기투자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도 세금혜택을 꺼냈다. 15년이상 만기의 모기지론(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도 소득공제 혜택을 줘 사실상 최대 금리 1%포인트를 낮췄다. 납부이자의 최대 1000만원까지 소득공제혜택을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의 장기고정금리대출 역시 소득공제혜택을 주지만 판매규모가 매우 적은 수준이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의 이자소득세도 전액 비과세되고 있다. 7년이상 무주택자나 1주택 소유자가 분기별 3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연말만 되면 장기주택마련저축은 필수 가입상품으로 회자되곤 한다.
◆해외펀드 투자자 ‘이중고’ = 금융사들이 세제혜택을 강조하다보니 위험에 대해서는 고객들에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은행과 증권사들이 해외펀드를 판매하면서 안내문에 공공연히 ‘비과세’문구를 넣는 등 사실상 잘못된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외펀드 비과세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올해안 통과여부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올 6월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사실상 18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1년이상 지체되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해외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을 치면서 정부정책 발표이후 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분리과세 채권펀드를 판매하는 은행과 증권사들이 고수익 상품이면서 위험도 많다는 점을 강조해야 하지만 ‘분리과세’와 ‘소득세 감면’을 앞서 제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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