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한미 FTA, 정치적 타결 안된다

지역내일 2007-03-05
한미 FTA, 정치적 타결 안된다

1958년 ‘일본의 경영’이란 책에서 종신고용제라는 개념을 최초로 사용한 제임스 아베글렌이 반세기만에 다시 종신고용제를 통해 일본 경제를 분석하는 책 ‘일본 경영의 힘’을 내놓았다. 그는 도요타와 보잉사를 비교하며 일본식 경영시스템인 종신고용제가 일본 경제에서 갖는 의미를 분석했다.
먼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에 대해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종신고용제는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라며 신용평가등급을 낮추었지만, 도요타는 인사제도를 바꾸지 않은 사실을 들었다. 되레 도요타는 직원이 우수하고 충성심이 강한 것은 종신고용제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응수했다. 종신고용제를 고수한 도요타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종신고용제 고수한 일본, 재기의 발판 마련
이에 반해 미국 보잉사는 1993년 항공기 수요의 순환주기를 맞아 발주가 격감하자 즉시 인원의 35%를 삭감했다. 6억달러의 경비를 들여 특수 기능직만 9000명을 해고했다. 3년뒤 수요가 증가하자 보잉은 급하게 직원을 채용했지만 생산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신규 직원이 기술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생산라인은 일시 정지하는 지경에 이르러 1997년 3분기에 16억달러의 특별손실을 계정하고 정상화까지 10억달러의 손실이 더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베글렌은 두 사례를 통해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에도 종신고용제의 일본적 가치관을 버리지 않았고, 경제 재설계의 원동력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자산 버블의 붕괴에 대해 재무구조를 투명하게 바꾸고 산업을 재편하는 등 미국식 제도를 도입했지만, 종신고용제라는 일본식 경영시스템만은 고수했다는 것이다.
2007년 3월, 우리는 새로운 단계로의 세계화 진입을 결정해야 할 중차대한 기로를 맞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8차협상과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달내에 매듭짓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가 시동을 건 세계화는 1996년 OECD가입과 1997년 외환위기를 거쳐 한미간의 자유무역협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말이 세계화지, 사실상 금융 외환을 비롯한 미국식 표준을 전면적으로 도입해온 역사라고 할 수 있다.
1997년말 외환위기때 우리는 일본과는 다른 미국식 구조조정을 선택한 결과, 대량 실업을 초래했고 10년 뒤에도 양극화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하루 아침에 실직한 40대 가장은 퇴직금으로 주식투자를 하거나 자영업을 했지만 그마저도 상당수가 실패해 신용불량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한미 FTA에서도 선택을 잘못하면 후손들에게 큰 고통을 남겨줄 수 있다.
한미 FTA는 단순히 상호 무역량을 늘리는 관세철폐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세계화의 이름으로 미국식 표준을 받아들이라는 미국측과 이를 수용해야만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국내 개방주의자들의 거센 요구에 직면해 있다. 미국식 표준에 맞추기 위해 우리는 금융 관련법을 비롯해 수많은 법규와 제도를 바꾸어야만 하는 처지에 있다. 반면 미국은 우리측의 무역구제 요구에 대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늦더라도 경제적 득실을 꼼꼼히 뜯어봐야
이미 허용하기로 가닥이 잡힌 ‘금융정보의 해외이전’은 미국식을 따를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민의 개인신용정보가 해외로 유출되면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각종 서비스의 국경간 영업에도 불법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다. 기업의 금융거래정보와 같은 기밀이 외국자본에 그대로 노출되면 적대적 M&A와 같은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한미 FTA에서 미국측 요구에 대해 무엇을 열고 무엇을 닫을 것인지를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야 한다. 가뜩이나 선결조건이라 해서 쇠고기와 스크린쿼터 등 핵심요구사항을 미리 내어준 마당에 또다시 지적재산권과 서비스시장 농산물 자동차세제 의료부문도 미국측에 굴복한다면 누구를 위한 협상이냐는 원초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7월 1일로 만료되는 무역촉진권한의 미국측 시한에 쫓겨 한미 고위급이 주고받기(빅딜)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제적 득실을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은 채 정치적으로 타결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겨서 정치적으로 서명하는 것보다 늦더라도 경제적 득실을 꼼꼼히 따지는 게 우리의 운명에 유익하다.
홍 장 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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