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영씨 “국가상대 손배 소송 낼 것”
“피고인 안덕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무죄!”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2002년 기소된 안덕영(43)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안씨가 가족 앞에서 연행돼 수사를 받은 지 5년여만에 나온 확정판결이었다. 그러나 그는 기쁘지 않았다. 간첩으로 몰려 수사를 받고 1심과 항소심, 대법원 재판을 받으면서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파괴됐기 때문이다.
그는 “죄없는 사람을 한 순간에 간첩으로 만드는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며 “확정판결이 난 만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민이 간첩으로 몰릴 줄이야” = 안씨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는 것은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반드시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씨는 서울대학교 82년 입학해 졸업한 후 일본으로 유학, 장학생으로 학업을 마쳤다. 이후 국내 유명대학에서 제품디자인 분야 강사로 일했고 모 회사에서도 근무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5월 8일 어버이날, 그의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러 가던 중 그는 수갑에 채워져 연행됐다. 영문을 모르는 그는 “방송국에서 특집 ‘몰래카메라’를 찍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수사기관은 ‘군부 침투 간첩’이라고 몰아붙였다. 서울대학교 학군단 시절 알게 돼 가족처럼 지냈던 친구도 그를 ‘간첩’이라고 여겼다.
그는 “국가보안법에 관심도 없고 서울대학교 학군단 출신으로 집회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수사기관은 그의 모든 행적을 북한의 지시를 받아 현역장교를 포섭하려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안씨가 일본 유학시절 장학금을 받으면서 조총련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현역장교 친구들을 만난 것은 이들을 포섭해 군사기밀사항을 수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과 군사기밀법보호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2004년 5월 항소심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김선흠)는 국가보안법 위반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안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초등학생 딸, 초인종만 울리면 숨어” = 항소심 무죄판결이 났지만 안씨의 삶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딸은 초인종 소리만 나면 이불속으로 숨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아내의 요구로 이혼을 했다. 친척과의 교류, 친구와의 관계도 단절됐다. 게다가 검찰은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3년이 흘러 2007년 3월, 드디어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하였다거나 반국가단체인 조총련계 소속 인물들과 회합·통신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각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확정 판결을 받은 후 그는 가슴이 뚫린 것처럼 허탈했다. 기운을 차려 몇몇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공권력이 뭔데 죄 없는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지… 검찰이 상고만 안했어도 3년은 헛되이 보내지 않았을텐데… 남들보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1인 시위 다시 시작하겠다” = 안씨는 현재 노모와 함께 경기도 지역 작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공사장에서 일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5년간의 재판에 지치고 생활도 어렵지만 그는 1인 시위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도 준비 중이다.
그는 특히 “지명수배자도 아니고 무기를 들거나 도주하려는 것도 아닌 죄 없는 사람을 딸이 보고 있는 앞에서 수갑을 채워 체포한 국군 기무사령부와 경찰청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의 폐해도 거듭 지적했다.
안씨는 “국가보안법을 긍정적으로 인정했던 내가 국보법 피해자가 되고 보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보안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악법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 위해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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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안덕영,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무죄!”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2002년 기소된 안덕영(43)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안씨가 가족 앞에서 연행돼 수사를 받은 지 5년여만에 나온 확정판결이었다. 그러나 그는 기쁘지 않았다. 간첩으로 몰려 수사를 받고 1심과 항소심, 대법원 재판을 받으면서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파괴됐기 때문이다.
그는 “죄없는 사람을 한 순간에 간첩으로 만드는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며 “확정판결이 난 만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민이 간첩으로 몰릴 줄이야” = 안씨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는 것은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반드시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씨는 서울대학교 82년 입학해 졸업한 후 일본으로 유학, 장학생으로 학업을 마쳤다. 이후 국내 유명대학에서 제품디자인 분야 강사로 일했고 모 회사에서도 근무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5월 8일 어버이날, 그의 인생은 크게 바뀌었다.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러 가던 중 그는 수갑에 채워져 연행됐다. 영문을 모르는 그는 “방송국에서 특집 ‘몰래카메라’를 찍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수사기관은 ‘군부 침투 간첩’이라고 몰아붙였다. 서울대학교 학군단 시절 알게 돼 가족처럼 지냈던 친구도 그를 ‘간첩’이라고 여겼다.
그는 “국가보안법에 관심도 없고 서울대학교 학군단 출신으로 집회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수사기관은 그의 모든 행적을 북한의 지시를 받아 현역장교를 포섭하려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안씨가 일본 유학시절 장학금을 받으면서 조총련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현역장교 친구들을 만난 것은 이들을 포섭해 군사기밀사항을 수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과 군사기밀법보호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2004년 5월 항소심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김선흠)는 국가보안법 위반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안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초등학생 딸, 초인종만 울리면 숨어” = 항소심 무죄판결이 났지만 안씨의 삶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딸은 초인종 소리만 나면 이불속으로 숨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아내의 요구로 이혼을 했다. 친척과의 교류, 친구와의 관계도 단절됐다. 게다가 검찰은 항소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3년이 흘러 2007년 3월, 드디어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군사기밀을 탐지·수집하였다거나 반국가단체인 조총련계 소속 인물들과 회합·통신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각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확정 판결을 받은 후 그는 가슴이 뚫린 것처럼 허탈했다. 기운을 차려 몇몇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공권력이 뭔데 죄 없는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지… 검찰이 상고만 안했어도 3년은 헛되이 보내지 않았을텐데… 남들보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1인 시위 다시 시작하겠다” = 안씨는 현재 노모와 함께 경기도 지역 작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공사장에서 일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5년간의 재판에 지치고 생활도 어렵지만 그는 1인 시위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도 준비 중이다.
그는 특히 “지명수배자도 아니고 무기를 들거나 도주하려는 것도 아닌 죄 없는 사람을 딸이 보고 있는 앞에서 수갑을 채워 체포한 국군 기무사령부와 경찰청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의 폐해도 거듭 지적했다.
안씨는 “국가보안법을 긍정적으로 인정했던 내가 국보법 피해자가 되고 보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보안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악법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 위해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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