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 부동산
김진동
“한국이 몽유병에 걸렸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경쟁력이 추락한 한국경제를 삐딱하게 지적한 경고다. 한국은 역동적인 중국 인도와 성숙한 일본 사이에 낀 넛크랙커나 다름없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얼마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6년 뒤 한국경제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한 것이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샌드위치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경종이다. 나라 안팎의 한국경제를 보는 시각이 비슷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중국이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인 상품을 일본보다 싸게 만들어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지만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보면 말이야 틀린 말이 아니다. 사실이 그런데 무례한 비판이라고 과민반응할 일이 아니라 정책의 실패를 반성하고, 안팎의 꼬집음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내공을 쌓는 계기로 삼는 것이 옳다.
몽유병에 걸린 것은 활력을 잃은 제조업만이 아니다. 진짜로 몽유병에 걸린 것은 부동산이다. 지난 몇 해 동안 부동산은 몽유병 환자처럼 끝이 어디인지 모를 천장을 걸었다. 몽유병에 걸리지 않고서야 그렇게 광풍 속을 정신없이 헤맬 리가 없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출발한 몽유병 부동산은 수도권의 집값 땅값을 깨워 전국으로 열병을 몰고 갔다. 정부의 대출규제와 그에 따른 금리상승, 세금 세례로 몽유병은 이제 다소 진정되는 듯하다.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다소 낮아진 듯하다.
부동산이란 기가 너무 살아도 걱정이고 그렇다고 기를 아주 죽여도 말썽인, 양날의 칼 같은 특성이 있다. 그래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부동산 값이 폭등하여 나라 경제가 온통 거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더니, 집값이 고개를 숙이는 기미를 보이자 이번엔 자산가치 하락과 부채 증가에 이은 가계와 금융부실화 우려가 깊어가고 있다, 소비감퇴와 경기침체의 가속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동산 하면미국도 골치를 싸맨다. 어쩌면 미국이 우리보다 한 발 앞서 부동산 병 후유증을 앓고 있는 듯하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부동산 버블 붕괴론에 시달려 왔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 5년간 낮은 금리 덕으로 호황을 누렸다. 2000년 이후 집값은 평균 58%정도 올랐다. 2배 이상 오른 곳도 있다고 한다. 주택업자들은 집짓기에 나섰고 셋집 사는 사람들은 앞 다투어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들였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자 대출상환부담이 늘면서 버블이 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위험까지 겹쳐 부동산 거품후유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서브 프라임모기지의 부실화 파장은 부동산 경기에 그치지 않고 주식시장과 제조업으로 불똥이 튀었다. 자산가치 하락과 소비감퇴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고 주식시장의 주가도 흔들었다. 예상보다 전염성이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미국경제의 침체는 우리나라에도 무거운 소식이다. 우선 수출부터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지금 앓고 있는 부동산 둔화 후유증은, 그동안의 과정이 우리와 너무 닮아, 우리의 앞날을 예고하는 것 같아 경각심을 늦출 수 없게 한다.
혹시라도 우리가 부동산 거품론에서 잠시 한 숨 돌릴 틈이 있다고 한다면, 여유를 부리거나 자만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었던 버블 붕괴가 던진 교훈을 복습해둘 필요가 있다.
지난 80년대 후반 일본의 땅값이 연평균 30% 가까이 치솟는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리나라와 같이 ''토지불패 신화''를 근거로 도쿄도심에서 폭발한 부동산 바람이 전국으로 퍼졌다. 저금리와 은행권의 경쟁대출, 그리고 무역흑자에 따른 통화량 증가가 기름을 부었다. 87년 말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1700조엔에 이르러 일본보다 25배나 넓은 미국(406조엔)보다 4배나 많게 됐다. 말하자면 일본을 팔면 미국을 4개나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땅 부자가 된 일본은 실제로 미국의 땅과 건물 회사를 마구 사들였다.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가 지속되면서 너도 나도 해외투자에 나섰던 것이다. 우리도 지금 원고가 진행 중이고 해외부동산 투자를 권하고 있다. 10 수년 전의 일본이 간 길을 뒤따르고 있다.
뒤늦게 위기를 감지한 일본정부가 금리 인상, 세금 중과 등 강펀치로 수요규제에 나섰으나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라는 극약처방이 나와서야 땅 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그렇게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죽여도 너무 죽였다. 가계와 기업의 자산이 500조엔 넘게 날아가 버렸다. 이어 경기침체와 불황으로 번지면서 도산이 속출하고 은행도 부실화했다. 그리고 10년 동안 경기가 깨어나지 못했다. ''잃어버린 10년''인 것이다.
과정이 닮은꼴이니 결과도 닮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과거형이고 우리와 미국은 진행형이라는 점이 다르다. 한국은 정부나 기업이나 가계나 미국과 일본 닮기를 좋아한다. 따라하기도 좋아한다. 디지털 시대여서 전염도 빠르다. 부동산 패턴도 미국과 일본 모델을 닮게 될 지 모를 일이다.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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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동
“한국이 몽유병에 걸렸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경쟁력이 추락한 한국경제를 삐딱하게 지적한 경고다. 한국은 역동적인 중국 인도와 성숙한 일본 사이에 낀 넛크랙커나 다름없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얼마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4~6년 뒤 한국경제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한 것이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샌드위치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경종이다. 나라 안팎의 한국경제를 보는 시각이 비슷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중국이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인 상품을 일본보다 싸게 만들어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지만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보면 말이야 틀린 말이 아니다. 사실이 그런데 무례한 비판이라고 과민반응할 일이 아니라 정책의 실패를 반성하고, 안팎의 꼬집음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내공을 쌓는 계기로 삼는 것이 옳다.
몽유병에 걸린 것은 활력을 잃은 제조업만이 아니다. 진짜로 몽유병에 걸린 것은 부동산이다. 지난 몇 해 동안 부동산은 몽유병 환자처럼 끝이 어디인지 모를 천장을 걸었다. 몽유병에 걸리지 않고서야 그렇게 광풍 속을 정신없이 헤맬 리가 없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출발한 몽유병 부동산은 수도권의 집값 땅값을 깨워 전국으로 열병을 몰고 갔다. 정부의 대출규제와 그에 따른 금리상승, 세금 세례로 몽유병은 이제 다소 진정되는 듯하다.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다소 낮아진 듯하다.
부동산이란 기가 너무 살아도 걱정이고 그렇다고 기를 아주 죽여도 말썽인, 양날의 칼 같은 특성이 있다. 그래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부동산 값이 폭등하여 나라 경제가 온통 거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더니, 집값이 고개를 숙이는 기미를 보이자 이번엔 자산가치 하락과 부채 증가에 이은 가계와 금융부실화 우려가 깊어가고 있다, 소비감퇴와 경기침체의 가속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동산 하면미국도 골치를 싸맨다. 어쩌면 미국이 우리보다 한 발 앞서 부동산 병 후유증을 앓고 있는 듯하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부동산 버블 붕괴론에 시달려 왔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 5년간 낮은 금리 덕으로 호황을 누렸다. 2000년 이후 집값은 평균 58%정도 올랐다. 2배 이상 오른 곳도 있다고 한다. 주택업자들은 집짓기에 나섰고 셋집 사는 사람들은 앞 다투어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들였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자 대출상환부담이 늘면서 버블이 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위험까지 겹쳐 부동산 거품후유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서브 프라임모기지의 부실화 파장은 부동산 경기에 그치지 않고 주식시장과 제조업으로 불똥이 튀었다. 자산가치 하락과 소비감퇴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고 주식시장의 주가도 흔들었다. 예상보다 전염성이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미국경제의 침체는 우리나라에도 무거운 소식이다. 우선 수출부터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지금 앓고 있는 부동산 둔화 후유증은, 그동안의 과정이 우리와 너무 닮아, 우리의 앞날을 예고하는 것 같아 경각심을 늦출 수 없게 한다.
혹시라도 우리가 부동산 거품론에서 잠시 한 숨 돌릴 틈이 있다고 한다면, 여유를 부리거나 자만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었던 버블 붕괴가 던진 교훈을 복습해둘 필요가 있다.
지난 80년대 후반 일본의 땅값이 연평균 30% 가까이 치솟는 열풍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리나라와 같이 ''토지불패 신화''를 근거로 도쿄도심에서 폭발한 부동산 바람이 전국으로 퍼졌다. 저금리와 은행권의 경쟁대출, 그리고 무역흑자에 따른 통화량 증가가 기름을 부었다. 87년 말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1700조엔에 이르러 일본보다 25배나 넓은 미국(406조엔)보다 4배나 많게 됐다. 말하자면 일본을 팔면 미국을 4개나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땅 부자가 된 일본은 실제로 미국의 땅과 건물 회사를 마구 사들였다.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가 지속되면서 너도 나도 해외투자에 나섰던 것이다. 우리도 지금 원고가 진행 중이고 해외부동산 투자를 권하고 있다. 10 수년 전의 일본이 간 길을 뒤따르고 있다.
뒤늦게 위기를 감지한 일본정부가 금리 인상, 세금 중과 등 강펀치로 수요규제에 나섰으나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라는 극약처방이 나와서야 땅 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그렇게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죽여도 너무 죽였다. 가계와 기업의 자산이 500조엔 넘게 날아가 버렸다. 이어 경기침체와 불황으로 번지면서 도산이 속출하고 은행도 부실화했다. 그리고 10년 동안 경기가 깨어나지 못했다. ''잃어버린 10년''인 것이다.
과정이 닮은꼴이니 결과도 닮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과거형이고 우리와 미국은 진행형이라는 점이 다르다. 한국은 정부나 기업이나 가계나 미국과 일본 닮기를 좋아한다. 따라하기도 좋아한다. 디지털 시대여서 전염도 빠르다. 부동산 패턴도 미국과 일본 모델을 닮게 될 지 모를 일이다.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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