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슬림은 악의 근원…교회·하숙집 피해야
해외여성과 결혼한 경우 귀국시 반드시 이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국가 장학금을 받고 서방국가로 떠나는 자국 장학생에게 대상국가를 악마화 시키는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학생들을 해외 원리주의단체나 테러단체로 몰아넣고 있다고 사우디 일간 ‘알와탄’이 보도했다.
사우디 국비 장학생은 해외로 떠나기 전 자신들을 기다리는 문화적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수업에 참가해야 한다. 얼핏 보기에는 상당한 국가적 배려다. 그러나 문제는 종교 지도자들이 담당하는 이 수업이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서구는 ‘악’이라는 점이다.
수업을 담당 살레 알-라히단 최고법률자문회 회장은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해외를 여행하는 것은 꼭 필요하지 않는 한 피해야 한다”면서 “무슬림의 땅 에서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에만 해외여행이 용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관광 해외여행 역시 전도를 목적으로 할 경우만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와 함께 강사로 참석한 울레마(이슬람 성직자) 최고 위원회의 압달라 무틀락도 서방은 악의 근원이므로 마음을 열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들은 세계를 무슬림과 비무슬림 국가로 나눠 상대방을 악마화 시키는 교육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무슬림과 비무슬림이 섞여 살아가고 있다. 직접 수업을 참관한 ‘알와탄’ 기자는 “이들이 자국 장학생들에게 했어야할 역할은 초청국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고 해외생활을 최대한 유용하게 보내기 위해 타 문화와 전통에 관심을 가지도록 격려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수업 내내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고 분노했다.
라히단 회장은 이어 학생들에게 역사유물로서도 교회를 방문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또, 다른 선택이 없는 경우에만 하숙집에서 생활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딸이 있는 가정을 피하고 하숙집 안주인과 단둘이 있지 말라”고 강조했다.
교육의 다른 주제는 결혼에 관한 것이었다. 무틀락은 “사우디 유학생들은 해외에서 결혼할 수 있다. 그러나 본국으로 돌아올 때 이혼을 해야하며 이를 장래 부인에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사우디 일간은 “상대방을 속여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 전 무슬림과 특히 사우디인에 대한 어떠한 평판을 낳을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무틀락을 비난했다.
학생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주의사항에 이어 두 종교지도자는 서구 역시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결혼은 중매를 통한 가족의 결합이라고 말하는 등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 게다가 이들의 조언의 대부분은 여성 유학생이 아닌 남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여성 유학생 역시 개방된 서구에서 여러 사회문화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유학생들에 대한 조언은 ‘차도르 착용’과 ‘품위를 지키고 외국인과 사적인 관계를 맺지 말 것’을 권고하는 정도에 그쳤다.
사실 대부분 사우디 젊은이들은 두 종교지도자 보다 서방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인터넷과 위성TV와 같은 현대적 통신수단과 영화를 통해 젊은이들은 서구의 관습과 그 차이를 안다. “그럼에도 유학을 떠나기 전부터 해당국에 대한 거부와 혐오를 느끼게 하는 정부의 정책은 상당히 성공한 듯싶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사우디 유학생들 중 일부가 반계몽주의 정치권력의 손에 떨어지거나 테러세력의 유혹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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