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지리산 산골에도 사교육 광풍(정세용 2007.04.10)

지역내일 2007-04-10
지리산 산골에도 사교육 광풍

경남 함양군 지리산 산골마을 백무동. 이곳에서 참샘산방이라는 팬션을 운영하는 김미숙씨(40). 그녀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들(표순식)이 있다. 백무동에서 걸어서 10여분 걸리는 마천초등학교에 다니는 순식이는 방과후에는 버스를 타고 전북 남원시 인월의 학원에 간다. 순식이는 인월의 학원에서 두 시간 수업을 듣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저녁 늦게 돌아온다. 순식이는 학원수업을 위해 하루 1시간 이상 버스를 타야 한다. 매일 도를 넘나드는 것이다.
대진 고속도로 개통 이후 백무동을 찾아 지리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늘면서 팬션이 들어서고 한 마을 18가구가 들어섰다. 부모를 따라 백무동에 사는 어린이들은 순식이와 같이 인월에 있는 학원에 다닌다. 순식이는 주5회 하루 2시간 수업에 월 15만원을 내고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을 공부한다.
김미숙씨의 꿈은 아들 순식이가 공부를 열심히 해 진주에 있는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김씨는 말한다. 이곳 백무동 주민들의 꿈은 아들딸이 진주 등의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지방국립대나 서울의 대학에 진학해 어엿한 사회인이 되는 것이라고. 그녀는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멀어도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요즘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국에는 닥치는 대로 쇠붙이를 먹어대며 몸집을 불리는 동물이 있다고. 그 이름은 바로 사교육이라는 불가사리이다. 2007년판 OECD통계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사교육 기관에 대한 지출액 비중은 2.9%로 전체 회원국 가운데 1위라는 것이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사교육 관련업체의 시가총액은 4년 동안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서울 대치동의 유명 학원 월 수강료는 월 수백원을 호가한다. 한 인터넷 학원의 경우 2004년 상장해 단 27개월만에 시가총액 1조원 고지를 밟아 한국 100대 기업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사교육 시장은 날로 커지고 사교육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8일 교육방송 특강에서 "3불정책을 무너뜨리려는 사회적 흐름이 계속 있는데 이 점을 우리가 잘 방어해 나가지 못하면 진짜 우리 교육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리산 산골마을 어린이도 사교육을 받고 미국 유학 한국인이 10만을 육박해 세계 1위를 기록하는 현실은 공교육의 위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3불 무너지면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고 우리 교육은 이미 무너져가고 있고 빨리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이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노 대통령은 이날 또 말했다. "고교등급제가 되면 고교입시제도를 부활시킬 수밖에 없고, 중학생들이 입시공부를 해야 하고, 초등학교에서 또 중학교 입시공부를 해야 한다"고. 그러나 이미 중학교에서는 고교입시에 매달리고 외고나 과학고에 자녀를 입학 못시키는 학부모는 자녀를 외국으로 보내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문과의 경우 대원외고가 왕년의 경기고이고 이과의 경우 서울과학고가 왕년의 경기고임을 알 사람은 다 안다.
참여정부는 우리 교육이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4년간의 성적표는 결코 성공적이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조기유학은 크게 증가했고 사교육비는 갈수록 늘어났을 뿐더러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학부모들은 아이 교육시키기 힘들어 아이를 못 낳겠다고 하고 공교육을 믿지 못하니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외국으로 자녀를 보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참여정부는 이제 솔직해져야한다. 공교육이 성공치 못했음을 인정하고 공교육을 일으켜 세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이버교육의 활성화로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교원평가제의 전면실시로 교단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우수한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데 공교육이 무너질 수는 없다. 사명감으로 무장한 교사들이 공교육 현장을 지키고 합리적이 사교육 시스템이 뒷받침할 때 우리 교육은 선진국 진입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3불정책과 관련해서도 상대를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 기여입학제의 경우 사회적 위화감 조성이 심각한 만큼 지금 이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하겠으나 대학입시의 경우 대학 자율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진지하고도 광범위하게 여론을 수렴할 필요는 있다. 상대를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며 교육백년지계를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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