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연봉 올라가는 소리 ‘억! 억!’
10억대도 여기저기에 ... 웬만하면 2, 3억원 불러
양성보다는 경력자 영입 경쟁, 악순환 부추겨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한 업종의 애널리스트를 영입하기 위해 여의도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 애널리스트는 만나자 마자 “제가 벌써 다섯 번째 영입제안을 받는 것인데요. 네 번째 제안자가 석장(3억원)을 얘기하던데요”라고 말했다. 이 리서치센터장은 “알았다”는 말만 하고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협상이기 때문에 조금 높게 불렀다하더라도 최소한 2억원이상은 달라는 얘기인데, 예상보다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증권업계에서는 대략 애널리스트의 실력 정보가 노출돼 있는데도 애널리스트들이 부르는 몸값은 예상을 벗어나기 일쑤라는 얘기도 꺼냈다.
◆애널리스트 몸값, 어느 정도? = 애널리스트 몸값은 연봉제로 철저하게 비밀이 부쳐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략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에 대해 노출돼 있다. 대형사의 일부 애널리스트는 10억원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량감이 있는 애널리스트의 경우엔 5억원정도의 몸값을 요구하기도 한다.
ㄱ증권사에서는 최근 외국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와 국내의 실력있는 애널리스트를 영입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다가 손을 놓았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소 7억원의 연봉을 요구해 아예 영입 자체를 포기했고 국내 애널리스트 역시 4~5억원을 제시해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주니어 애널리스트를 벗고 시니어애널리스트로 올라선 후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 애널리스트의 평균 연봉은 ‘2억원 수준’이다. 물론 연봉이외의 각종 복지 등에 따라 3억원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ㄴ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니어애널리스트가 2억원 정도 요구했다면 모르겠지만 3억원은 좀 과장된 감이 있는 것 같다”며 “애널리스트들이 하는 일에 비해 좀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갓 연구보조(RA, Research Assistant)는 대부분 신규채용됐기 때문에 증권사 초봉 수준의 연봉을 받게 된다. 증권사 초봉은 3000만원수준이다.
◆애널리스트 몸값 어떻게 정해지나 = 애널리스트의 자질은 크게 △기업이나 시장분석 능력 △개인의 마케팅 능력을 꼽는데 최근엔 ‘언론 노출 등 대외활동’도 무척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C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에게 분석능력은 기본이며 스스로 마케팅 능력이 있어야 ‘선수’라고 할 수 있다”며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를 설득해 이들로부터 (주식)매매계약을 성사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는 도제(멘토링, 지정된 선배 애널리스트에게 직접 배움)식으로 양성된다. 기업이나 시장분석 능력을 닦으면서 선배 애널리스트, 법인영업직원과 같이 고객 마케팅에 나간다. 기관투자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 등으로 기업이나 시장분석을 해 주는 게 주 임무다. 이후엔 중소형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단독으로 나가면서 ‘홀로서기’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인 펀드매니저들로부터 기업분석능력, 시장분석과 전망 능력을 검증받게 된다. 이러한 능력은 여러 가지 통로로 외부로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가장 영향력이 커진 게 언론사들이 주관하는 ‘베스트애널리스트 선발대회’다.
기관투자자들이 각 분야별로 애널리스트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이뤄지는 이 대회에서 ‘베스트애널리스트’로 평가되면 몸값은 순식간에 배로 뛰어 오르기 일쑤다.
또 언론에 많이 노출되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넷에 게재된 보고서 클릭수도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 역시 평가받아야 하지만 다수의 언론사가 펀드매니저 설문조사로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애널리스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기 시작했고 이 설문에 목을 매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규모가 적고 업계 자체에 정보가 충분해 평판에 의해서도 평가가 가능한데도 과도한 평가작업으로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다.
◆급하다! 키워놓은 인재를 영입하라 = 증권사들의 우수 애널리스트 영입전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업계 전체적으로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몸값 만들기로 ‘악순환’이라는 비판도 많다.
과거 바이코리아 열풍과 함께 불어닥친 현대증권의 리서치 강화에 이어 ‘전 부분 베스트애널리스트 확보’를 위한 LG투자증권의 유치전, 지난 2005년 증시 활황을 타고 일기 시작한 각 증권사의 리서치 강화바람이 급기야 대투증권의 대규모 영입으로 이어졌다. 대신, 현대, 한국증권에서 두어명씩 영입이 진행되거나 이미 확정됐고 특히 동양종금 한화 동부 등 중소형증권사에서의 대형사로의 이동도 크게 느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EO가 나서 리서치를 강화하고 필요 재원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어느 리서치헤드가 ‘아닙니다, 우리는 자체인력을 강화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규모에 맞게 빠르게 리서치센터를 강화하려면 외부인력 확충은 불가피하다”며 “새로 채용하면 처음부터 가르친 후에 써야 하는데 이런 방법은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맞장구쳤다.
빠져 나간 자리를 다른 증권사 경력자로 메우는 식의 임기응변식 대처방법이 몸값을 뛰게 만들고 중소형 증권사에서 대형증권사로의 이동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애널리스트가 부족해요” = 애널리스트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몸값 오르는 데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주 원인은 자산운용사의 주식수탁액이 늘어나면서 애널리스트의 대이동과 함께 펀드매니저로의 업종전환도 이뤄졌기 때문.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004년 8조원이었던 주식형펀드 수탁액이 지난해말엔 50조원을 넘어섰으니 자산운용사에 애널리스트가 많이 필요해 이동도 많았다”며 “현재는 일시적으로 애널리스트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홍보부장도 “애널리스트 중엔 펀드매니저에 가려는 사람도 많다”며 “이번 기회에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로도 많이 옮겨갔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10억대도 여기저기에 ... 웬만하면 2, 3억원 불러
양성보다는 경력자 영입 경쟁, 악순환 부추겨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최근 한 업종의 애널리스트를 영입하기 위해 여의도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 애널리스트는 만나자 마자 “제가 벌써 다섯 번째 영입제안을 받는 것인데요. 네 번째 제안자가 석장(3억원)을 얘기하던데요”라고 말했다. 이 리서치센터장은 “알았다”는 말만 하고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협상이기 때문에 조금 높게 불렀다하더라도 최소한 2억원이상은 달라는 얘기인데, 예상보다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증권업계에서는 대략 애널리스트의 실력 정보가 노출돼 있는데도 애널리스트들이 부르는 몸값은 예상을 벗어나기 일쑤라는 얘기도 꺼냈다.
◆애널리스트 몸값, 어느 정도? = 애널리스트 몸값은 연봉제로 철저하게 비밀이 부쳐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략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에 대해 노출돼 있다. 대형사의 일부 애널리스트는 10억원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량감이 있는 애널리스트의 경우엔 5억원정도의 몸값을 요구하기도 한다.
ㄱ증권사에서는 최근 외국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와 국내의 실력있는 애널리스트를 영입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다가 손을 놓았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소 7억원의 연봉을 요구해 아예 영입 자체를 포기했고 국내 애널리스트 역시 4~5억원을 제시해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주니어 애널리스트를 벗고 시니어애널리스트로 올라선 후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한 애널리스트의 평균 연봉은 ‘2억원 수준’이다. 물론 연봉이외의 각종 복지 등에 따라 3억원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ㄴ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니어애널리스트가 2억원 정도 요구했다면 모르겠지만 3억원은 좀 과장된 감이 있는 것 같다”며 “애널리스트들이 하는 일에 비해 좀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갓 연구보조(RA, Research Assistant)는 대부분 신규채용됐기 때문에 증권사 초봉 수준의 연봉을 받게 된다. 증권사 초봉은 3000만원수준이다.
◆애널리스트 몸값 어떻게 정해지나 = 애널리스트의 자질은 크게 △기업이나 시장분석 능력 △개인의 마케팅 능력을 꼽는데 최근엔 ‘언론 노출 등 대외활동’도 무척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C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에게 분석능력은 기본이며 스스로 마케팅 능력이 있어야 ‘선수’라고 할 수 있다”며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를 설득해 이들로부터 (주식)매매계약을 성사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는 도제(멘토링, 지정된 선배 애널리스트에게 직접 배움)식으로 양성된다. 기업이나 시장분석 능력을 닦으면서 선배 애널리스트, 법인영업직원과 같이 고객 마케팅에 나간다. 기관투자자들에게 프리젠테이션 등으로 기업이나 시장분석을 해 주는 게 주 임무다. 이후엔 중소형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단독으로 나가면서 ‘홀로서기’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인 펀드매니저들로부터 기업분석능력, 시장분석과 전망 능력을 검증받게 된다. 이러한 능력은 여러 가지 통로로 외부로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가장 영향력이 커진 게 언론사들이 주관하는 ‘베스트애널리스트 선발대회’다.
기관투자자들이 각 분야별로 애널리스트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이뤄지는 이 대회에서 ‘베스트애널리스트’로 평가되면 몸값은 순식간에 배로 뛰어 오르기 일쑤다.
또 언론에 많이 노출되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넷에 게재된 보고서 클릭수도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 역시 평가받아야 하지만 다수의 언론사가 펀드매니저 설문조사로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애널리스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기 시작했고 이 설문에 목을 매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규모가 적고 업계 자체에 정보가 충분해 평판에 의해서도 평가가 가능한데도 과도한 평가작업으로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다.
◆급하다! 키워놓은 인재를 영입하라 = 증권사들의 우수 애널리스트 영입전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업계 전체적으로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몸값 만들기로 ‘악순환’이라는 비판도 많다.
과거 바이코리아 열풍과 함께 불어닥친 현대증권의 리서치 강화에 이어 ‘전 부분 베스트애널리스트 확보’를 위한 LG투자증권의 유치전, 지난 2005년 증시 활황을 타고 일기 시작한 각 증권사의 리서치 강화바람이 급기야 대투증권의 대규모 영입으로 이어졌다. 대신, 현대, 한국증권에서 두어명씩 영입이 진행되거나 이미 확정됐고 특히 동양종금 한화 동부 등 중소형증권사에서의 대형사로의 이동도 크게 느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EO가 나서 리서치를 강화하고 필요 재원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어느 리서치헤드가 ‘아닙니다, 우리는 자체인력을 강화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규모에 맞게 빠르게 리서치센터를 강화하려면 외부인력 확충은 불가피하다”며 “새로 채용하면 처음부터 가르친 후에 써야 하는데 이런 방법은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맞장구쳤다.
빠져 나간 자리를 다른 증권사 경력자로 메우는 식의 임기응변식 대처방법이 몸값을 뛰게 만들고 중소형 증권사에서 대형증권사로의 이동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애널리스트가 부족해요” = 애널리스트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몸값 오르는 데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주 원인은 자산운용사의 주식수탁액이 늘어나면서 애널리스트의 대이동과 함께 펀드매니저로의 업종전환도 이뤄졌기 때문.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004년 8조원이었던 주식형펀드 수탁액이 지난해말엔 50조원을 넘어섰으니 자산운용사에 애널리스트가 많이 필요해 이동도 많았다”며 “현재는 일시적으로 애널리스트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 홍보부장도 “애널리스트 중엔 펀드매니저에 가려는 사람도 많다”며 “이번 기회에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로도 많이 옮겨갔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